“하나님이 이르시되 이리로 가까이 오지 말라 네가 선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 (출 3:5)
한창 사업이 일어나고 있었다. 복음을 만난 이후 주님이 주신 ‘정직과 성실’이라는 두 가지 원리를 따라 사업을 하게 하셨는데 예상 밖으로 사업이 잘 되었다.
9평짜리 이태원의 매장 하나로 시작했던 일이 양재, 이촌동, 분당이라는 직영점과 몇 개의 업체에 도매로 제품을 납품하게 되는 회사로 사업이 확장되었던 것이다. 사실 이러한 결과를 보는 내게도 이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유통에 대한 전문 교육을 받은 사람도 아니고 의류사업에 경험이 있었던 사람도 아니었으며 내가 내세울 수 있는 학력도 ‘중졸’이었기 때문이다.
구멍가게처럼 시작된 우리의 일이 ‘사업’으로 바뀌는 과정속에서 나는 자연적으로 많은 시간을 회사에 드려야 했다. 세 자녀를 선교사 훈련학교에 보내다 보니 학교의 일정을 함께 따라가기도 만만치 않은 삶이었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었고 두 가지 모두를 주님의 마음을 가지고 순종해야 했다.
일년에 몇 차례 씩 해외 출장을 다녀야 했고, 매장들과 직원들을 둘러보며 사업을 위해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었다. 뒤돌아볼 시간이나 잠시 여유로운 휴식을 갖는 것은 ‘사치’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나는 하루 24시간이 모자라는 사람처럼 살게 됐다.
어느 날 이태리 출장을 갔는데 현지박람회에서 이태리어 통역을 해주신 분이 아내와 내게 해주신 한 마디가 우리에게 충격을 주었다. 12일 간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이틀 후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내일까지 일을 마치고 그 다음날 바로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우리의 일정을 듣자 그분은 “어떻게 이태리까지 와서 본드 냄새만 맡고 돌아가느냐?”며 우리 부부에게 웃음 반 호통 반으로 말씀하셨다. “안 된다. 내일 하루쯤 아름다운 이 나라를 돌아보아야 한다.” 아무 대가를 바라지 않고 우리를 데리고 이틀을 다녀야 할 거리를 하루만에 돌아보게 해 주셨다.
그 때 처음으로 출장 중에 하루를 쉬어 보게 된 것이다. 너무 바쁜 나머지 출장도 선교여행처럼 다녔어야 했던, ‘쉼’에 익숙치 못했던 우리 부부에게 하나님께서 특별한 사건을 허락하신 것이 그날이었다.
아내도 나도, 출장이 몇일이 걸리던지 우리는 양말 두 켤레와 속옷 두세개만 가지고 기내용 캐리어 한 개에 모든 짐을 넣고 수 없이 출장을 다녔다. 이 이야기를 하면 많은 사람이 웃는다.
지금 생각해보면 ‘웃지 않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때는 그 만큼 모든 일에 ‘군사’처럼 살아야 한다는 ‘강한 신념’으로 살았다. 아직도 그 때를 생각하면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아무튼 그날을 시작으로 우리는 출장 때마다 마지막 하루, 또는 이틀은 쉼을 갖기로 결정했고 그렇게 지금까지 지키며 사업을 해오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이 소리가 너무 배부른 소리처럼 들리기도 할 것이고, 어떤 분에게는 바람이 되기도 하겠지만 일에 몰두해 살던 우리는 그렇게 브레이크를 거는 법을 배워 가기 시작했다.
사업장에서 매주 기도하고 전도…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일
사업은 그렇게 우리의 예상과 다르게 계속해서 잘 되어갔다. 우리 회사 직원은 그때 당시 선교단체에서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매주 목요일 이태원 매장에서 ‘말씀기도’라는 모임을 함께 했다. 말씀과 기도를 드리는 시간이었고 이것은 회사의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기도가 끝나면 팀이 동서로 나뉘어, 복음기도신문을 나누며 전도하는 것으로 모임을 마쳤다.
우리는 그렇게 몇 년을 회사안에서 함께 했다. 그리고 나에겐 밤낮 없이 일하는 것이 익숙했다. 그러다 보니 나 보다 못한 지체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어려웠다. 기준 자체가 너무 높다 보니 사람들이 나를 힘들어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서로 간의 갈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기준을 낮추지 않았고 퇴근 시간이 있어도 일이 있다면 일을 마칠 때까지 퇴근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버렸다. 지금도 그때 함께 했던 지체들에게 참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렇게 나와 직원들의 일상은 하루가 부족하리만큼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 때 주님은 더 이상은 안 되셨던지 어느 목요말씀기도 시간에 나를 출애굽기 3장 5절로 찾아와 주셨다. 일주일에 한번 하던 일상 같은 말씀기도의 자리에서 주님은 나의 마음 깊은 곳에서 ‘네 발의 신을 벗으라’고 말씀하셨다.
‘어! 나는 이미 주님께 헌신한 종인데 주님은 왜 내게 다시 내 발의 신을 벗으라고 하시는 거지?’ 하며 그 말씀을 받고 그 주 내내 마음 안에서 되새기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더 벗을 신도, 더 벗을 나의 어떠함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복음을 만난 이후 이 말씀은 내게 너무 생소하게 들려왔다.
주님의 말씀은 나의 삶을 다루시기 시작했다.
이전에 일어나지 않던 실수들이 계속해서 나에게 일어난 것이다. 무엇을 잊어버리거나, 네비게이션을 따라가다 빠져나가야 할 톨게이트를 놓치거나, 해야 할 일을 빼먹거나 하는 일은 이전에도 없었고 그 당시에도 없었다. 그만큼 모든 일에 자신이 있었고 주님이 허락하신 일이기에 더욱 최선을 다했다. 그런 나에게 이상 증세가 시작된 것은 바로 네 발의 신을 벗으라는 말씀을 받은 후부터였다. 자꾸 잊어 버리고, 실수를 반복하고, 해야 할 일들을 놓치게 되는 일들이 연속해서 일어났다. 나 스스로가 나를 보는 것이 어색할 정도였다.
그 때쯤 정신을 차리면서 출애굽기 말씀을 상기하게 되었다.
내가 할 수 있다고 여기는 모든 상황 속에서 주님의 말씀은 나를 부도처리 하신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지체들을 얼마나 나 개인의 신념으로 힘들게 하고 있는가를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주님은 나에게 다시, 내 발의 신을 벗는 은혜로 ‘자기 부인’을 실행에 옮기는 첫 시작을 회사 안에서 시작하게 하셨다.
주님은 내가 벗었다 생각하고 있던 나의 신을 벗겨 주셨다. 그렇게 회사의 주권을 나에게서 주님께로 토스하는 위대한 일을 출애굽기 말씀 하나로 이루어주셨다. 할렐루야!
회사 목표를 없애고 주님께 회사 운영 맡겨
그 이후 나는 회사의 목표를 없앴고, 모든 회사의 운영을 주님께 맡기게 되면서 오히려 이전에는 누리지 못했던 복음 안에서의 참 된 자유를 회사 안에서 새롭게 누리기 시작했다.
세상이 말하는 추구해야 할 목표, 방향은 우리 회사에는 없다. 오직 우리의 목표와 방향 되시는 주님의 말씀을 따라 순종하는 사람들로 이 자리에 서 있다.
그 날 이후 회사는 많은 것들이 바뀌게 되었다. 일일히 다 이야기할 수 없지만 가장 큰 은혜는 ‘퇴근 시간에 퇴근하는 회사’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여전히 나의 신을 신을 때가 종종 있지만 주님은 그 때마다 ‘네 발의 신을 벗으라!’는 말씀을 잊지 않게 하신다. ‘내가 하면 내가 일할 뿐이지만 내가 기도하면 주님이 일하신다.’는 기도의 결론처럼 내가 회사에서 하는 대부분의 일은 내 신을 벗고 주께 기도하며 일하는 것이다.
현재 회사에는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여전히 우리 회사는 이러한 코로나 사태를 맞이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상운영을 하고 있다. 희한한 일이다.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오직 주님만을 따라 주님의 말씀에 순종함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다는 것을 아무리 설명해도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그러나 그 안에서 ‘물 떠온 하인’인 우리는 알고 있다. 이 회사의 운영자는 ‘회사의 대표’가 아니라 오직 우리의 주인 되신 예수 그리스도임을.
우리는 주님이 허락하시는 한 비즈니스 영역에서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리는 예배자로 살아갈 것이다. [복음기도신문]
조상국 | 1997년부터 ‘mission’이라는 의류 유통업을 운영해 오고 있다. 2017년에는 oikonomos mission 단체를 설립하고 비즈니스 영역 안에서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며 하나님 나라를 위해 일하는 ‘청지기’를 세우는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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