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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소리] ‘코로나’ 끝나기도 전에 ‘의료법안’과 싸우며

사진: pixabay.com 캡처

코로나시대 병원 풍경… 장갑 세 겹, 방호복 위에 수술가운 두 겹

“선생님 응급실에 심근경색 의심되는 환자가 있습니다.”
“네. 바로 검사실로 보내주세요. 아. 코로나 의심환자인가요?”
“CT상에 의심소견이 보여 선제격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레벨D에 준해 준비하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준비하지요.”

방호복을 입고 급성심근경색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평소와 전혀 다르다. 의심환자를 검사실까지 이송하는 요원들도 모두 방호복을 입고, 모든 통로는 소독을 위해 통행이 통제된다. 통제 과정이 선행되어야 검사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급성심근경색과 같이 1분 1초가 아쉬운 상황에서도 평소보다 두 배 이상 시간이 지체된다. 환자가 방호복을 입은 4명의 의료진과 함께 검사실에 들어온다. 장갑을 세 겹 끼고 방호복 위에 수술 가운을 두 겹 입고 시술을 시작하면, 땀은 비 오듯 쏟아지고 고글은 점차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지경에 이른다. 시술을 하는 모든 순간 기도가 절로 나온다. 시술이 무사히 끝나고 환자의 생체 징후가 안정되는 것을 보면 비로소 한숨을 돌린다. 그러나 시술이 끝나도 모든 통제에 맞춰 환자의 이송이 끝나야 비로소 방호복을 벗을 수 있다. 그 후에도 땀에 푹 젖은 서로를 바라보며 수고했다는 눈인사를 하는 것이 전부다.

코로나 19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 당장에는 교회에 갈 수가 없게 되었고, 두 돌이 안 된 아이가 마스크를 쓰지 못하니 밖에 나갈 수가 없다. 집에서 실시간 영상을 통해 예배를 드리며, 전공의 시절 병원 당직방에서 영상으로 교회 예배를 드렸던 기억이 난다. 지난 7월, 몇 달 만에 아이들과 함께 교회에 나가 예배를 드렸을 때 함께 모여 예배할 수 있다는 것이 이렇게 감사한 것인지 새삼 눈물이 흘렀다. 그러나 이후 다시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었고, 이제는 언제 다시 일상이 회복될지 그저 암담할 뿐이다. 의사로서 지금 상황을 바라보고 있자면 코로나19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는 길이 잘 보이지 않는다. 교회에 쏟아지는 비난과 다툼들…언제쯤 다시 교회에서 함께 예배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의료사회에는 더 걱정스러운 벌어지고 있다. 지난 6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모두 애쓰던 시기,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신설법률안’이 발의되었다. 의료 취약지 사정 개선 및 감염병 방역 체계 강화, 정원 미달 전문과 전공의 충원을 주된 이유로 10년간 의대생 4천명 추가 선발,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 등의 내용이었다.

전문가 목소리 듣고 공공의대 추진돼야… 독단적 추진은 실패 불가피

의료계 전문가들과의 논의 없이 지난 7월말 180석의 거대 여당의 힘을 바탕으로 발표된 이 법안은 큰 파장을 가져왔다. 의대생들이 시험을 거부하고, 전공의와 전임의가 파업을 시작한 것이다. 이는 공공의대와 의대생 증원 정책을 추진하는 목적이 우리나라 의료의 진정한 개선이 아니라 여당 지지율 상승 즉, 정치적 계산으로 진행되는 여러 정황이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공의사 양성과 취약지 특수분야 의사 숫자를 늘리면 해결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공공의대의 불투명한 신입생 선발과정, 성적이 아닌 시민단체 추천을 통한 입학, 공공의대 추진은 모두 세금으로 진행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공공의대는 준비비, 건물 신축, 교원 인건비, 학생 생활비와 기숙사비 등 7년간 1334억 원을 예상한다. 또한 2018년 보건복지부 보고서를 보면 “의사 수를 늘리는 방안으로는 의료기관 종별, 지역별 의사 불균형 문제 해소할 수 없다.”고 결론짓고 있다. 현장의 소아외과, 흉부외과 의사들은 이런 정책이 실패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사실과 전문가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세워지고 추진되어야 할 정책이 불공정하고 정치적 지지율만을 위한 정책이 되자, 의대생들과 전공의, 전임의의 분노가 파업까지 이어진 것이다.

이러한 젊은 의사들의 움직임은 그동안 의견일치를 볼 수 없었던 의사 집단에서 매우 드물게 하나 된 모습을 이끌어 냈다. 이것은 손익에 앞서 잘못된 것을 잘못된 것이라고 외쳐야 한다는 한 마음에서 시작되었고, 의사 집단에서 가장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수련직에서 시작되었기에 더욱 의미 있었다. 나도 얼마 전까지 그 수련직에 있었기에 그들의 마음이 더 절박하게 느껴졌고, 마음을 함께 하고자 했다.

그러나 의사들 밥그릇 싸움이나 집단 이기주의로 단정 지은 세상의 여론은 이들의 마음과 발언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젊은 의사들은 얼마나 부정한 방법이 일어나려고 하는지, 이를 방치하면 얼마나 잘못된 상황들이 벌어지게 될지 끝까지 알리려 노력했다. 하나님을 믿는 의사들은 이 나라가 올바르게 세워지게 해달라고, 잘못된 의료정책으로 상처받고 지친 젊은 영혼들에게 새 힘을 주시고 이 나라와 민족을 지키는 강한 군사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또 위정자와 지도자들 및 이 나라 백성들이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무릎 꿇고 주님 앞에 하나 되게 해달라고 함께 기도했다.

환자 진료를 하나님이 주신 소명으로 아는 의료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세상 사람들도 젊은 의사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젊은 의사들을 가르치고 수련시키는 교수들도 젊은 의사들의 외침에 함께 했다. 그런데, 얼마 전 급작스러운 대한의사협회와 정부 간의 합의가 발표되었다. 젊은 의사들과 의대생들의 의견 반영이 부족한 상태에서 합의안 발표가 알려지면서 의사들 사이에 신뢰가 깨지고 갈등의 골이 깊어져 하나로 뭉쳐있었던 이들 사이에 분열과 다툼이 커지고 있다. 믿었던 사람들 간에 불신이 생기고, 이를 통해 느낄 슬픔과 좌절감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분열과 싸움의 영이 모든 의사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고, 사랑하지 못하고 불신하는 마음들이 퍼져가는 것만이 느껴진다. 코로나19 이전 상황으로 일상이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는 걱정스런 마음이 이 의료사회에서 더 심각하게 느껴지는 것은 기우(祈雨)에 불과할까?

환자를 진료하는 것을 하나님께서 주신 소명으로 받고 살아가는 의사들과 의대생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 기도가 필요하다. 감당할 수 없는 슬픔과 좌절감, 포기하고 싶은 마음과 방향을 잃은 혼란스러움이 그들을 덮을 때 하나님과 더 깊이 있는 만날 수 있도록, 세상을 통한 회복이 아닌 하나님께서 주신 회복을 경험할 수 있도록 이 격랑의 파도 중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임재를 바라보며 기도한다. 하나님만이 우리의 소망임을 깊이 깨닫고 악한 세상 가운데 하나님의 승리하심을 선포하며 나아갈 수 있는 우리 젊은 의사들 의대생들이 되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한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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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정준 | 순환기내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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