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일상에서 만난 하나님(109)
엊그제 비가 내렸지만 이곳은 맑고 선선한 가을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나 둘씩 짐을 꾸리면서 어느새 10년차 선교사가 되어 있는 저를 봅니다.
두 달 일정으로 한국에서 아내의 병을 치료하고 선교지로 다시 돌아올 생각이었지만 아내는 육체보다는 정신적으로 힘든 상태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때 현장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집 주인이 집을 팔았으니 빨리 와서 짐을 빼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이었습니다. 전혀 정리되지 않은 집에 도착해서 부리나케 짐을 쌌습니다.
주인에게 3일간의 시간을 얻어서 혼자서 그 많은 짐을 쌌습니다. 내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나야 했는지 속이 많이 상했습니다. 솔직히 하늘 아버지에게 원망스러운 마음도 생겼습니다.
그날 아침 레위기 12장 말씀을 묵상했습니다.
“제사장은 그것을 여호와 앞에 드려서 그 여인을 위하여 속죄할지니 그리하면 산혈이 깨끗하리라 이는 아들이나 딸을 생산한 여인에게 대한 규례니라”(레 12:7)
늘 읽으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던 여러 말씀들 중의 하나였습니다. 비록 남자지만 하나님 앞에서 억울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구절이기도 했습니다. 인류의 존속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출산인데 왜 출산한 여인이 부정하게 되고 거기다 속죄제를 드려야 되는지 때로는 화가 나는 구절이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속상한 상황속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말씀을 놓고 씨름을 하다가 그냥 책을 덮고 다시 짐을 싸기 시작했습니다. 테이프로 종이 상자를 붙이면서 갑자기 제 마음을 지나가는 것이 있었습니다.
‘네가 생명을 낳을 수 있더냐?’ 그 때 깨달아졌습니다.
여인이 아이를 낳을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였고 그 생명이 사실은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이었습니다. 거꾸로 죄인 된 여인이 아이를 낳으면서 그 과정이 죄로 오염되어 있어서 아이는 죄인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나는 죄를 낳을 수밖에 없는 존재. 존재 자체가 죄 덩어리인 죄인입니다. 참 생명은 오직 주님만이 주실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런 고백이 주님 앞에 있어야 했던 것입니다. 그 순간부터 한참을 통곡하며 울었습니다.
난 죄인이구나. 그런데 주님은 그런 나를 통해 당신의 일을 소리 없이 행하신 것이었구나. 실제로 행하신 분은 주님이시구나. 이 땅에 생명들을 낳으신 분은 주님이시구나.
그 동안 씨를 심어왔습니다. 그 씨가 잘 자랄지, 싹이 제대로 틀지는 저는 모릅니다. 그러나 ‘내가 할테니 너는 나를 따르라’라는 음성만이 들려왔습니다. 네, 주님, 주님만 따르겠습니다.
9년 전 이곳에 들어올 때 이 땅을 제게 기업으로 달라고 구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10년차에 들어온 지금 저는 ‘주님’이 제 기업이라고 고백합니다. 이것이 지난 9년의 세월을 결산한 제 결론입니다. 오직 주님만을 구합니다. [복음기도신문]
이갈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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