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일상에서 만난 하나님(75)
지난 2012년, 태풍 볼라벤이 전국을 강타했습니다. 때문에 애지중지 키워온 배가 30% 정도 낙과했습니다. 태풍으로 배가 상당 수 떨어진 덕분이었을까요? 가지에 남은 배들은 오히려 더 커져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태풍 이후 또 하나의 고비가 찾아 왔습니다. 극성스런 까치의 활동이었습니다. 사실 까치는 매년 배 농사에 큰 어려움을 주곤 했는데 태풍을 이겨내고 얼마 남지 않은 배를 큰 것부터 쪼아댔습니다. 정말 원망스러웠습니다. 까치에 상해버린 배가 정말 아까웠습니다. 평소에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격한 감정들이 일어났습니다. 당시 한 손에는 늘 까치를 쫓아낼 총을 들고 농사 일을 해야 했습니다.
그 같은 상황을 경험하면서 저는 느헤미야가 한 손에 도구와 또 한 손에는 무기를 들고 예루살렘 성벽을 증축했던 심정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 해는 그렇게 어렵게 배 농사가 끝났습니다. 사나운 태풍과 극성스러운 까치들 때문에 걱정이 많았지만 끝까지 좋은 결실을 맺어 준 그 열매 하나하나로 인해 이전 보다 더 큰 고마움과 기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로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지만 주님은 일하여 주셨습니다.
작년 초, 이집트로 아웃리치를 가서 광야에서 3박 4일을 보낸 적이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살 수 없을 것만 같은 황량한 들판과 메마른 사막에서 식물과 동물들에게 생명과 열매를 주시는 주님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주님은 우리의 상황과 환경이 어려울수록 끝까지 참고 마침내 남은 자가 되어 주님의 기쁨과 영광이 되기를 원하시며 기다리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믿음의 여정을 마치고 주님 앞에 귀한 열매로 남아 있게 되길 소망해봅니다.
정해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