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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칼럼] 가난한 카렌 교회의 ‘글로벌 사우스’ 선교

사진: 오영철

태국에서 선교사의 사회적 지위는 중산층 이상으로 이해된다. 경제적으로 태국보다 더 안정되고 강한 국가에서 오기 때문이다. 오늘 만난 선교사의 모습은 전형적인 선교사와 대조적이다. 경제적으로 안정된 국가에서 파송받아 온 선교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을 돕겠다는 후원자들도 전형적인 선교 후원자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어떻게 보면 어설픈 선교사와 후원자들의 만남이다.

8월 2일 실로암 신학교 나의 허름한 사무실에서 네 사람이 만났다. 아르헨티나에서 온 훌리오(Julio) 노에미(Noemi) 부부와 파얍 신학교 신대원 2학년 다치 형제 그리고 나까지 네 사람이다. 만남의 목적은 아르헨티나에서 파송된 노에미 가정의 선교 후원에 관한 것이었다.

후원 대상은 아르헨티나 선교사이고 후원자는 카렌족 형제자매들이다. 올해부터 일부 카렌족들이 노에미 가정을 돕기 시작하면서 그것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다룰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에어컨도 없는 허름한 사무실만큼 참석자들도 소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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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오영철

노에미 선교사 부부의 형편을 듣고 싶어서 후원 상황에 대해 질문했다.

“올해들어 아르헨티나의 마지막 남은 후원교회가 후원을 중단하였습니다.”

그녀의 이야기는 그를 파송한 국가의 형편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준다. 현재 아르헨티나 경제 위기로 국가는 거의 파산 상태이다. 2023년 물가 상승률은 211%이며 올해도 150%를 예상한다. 이런 정도면 정상적인 국가 경제 운영은 불가능하고 일반 서민들의 삶은 피폐해진다. 아르헨티나는 20세기 초 세계 5대 부국이었다. 그런데 2023년은 경제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비참한 국가 중 한 나라가 되었다. 오랫동안 전쟁 중인 예멘이나 우크라이나보다 더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교인들의 삶도 힘들어지니 선교사를 더 이상 후원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들에게는 선교사로서의 생존이 실제적인 도전이다. 여전히 선교지에 남아 있는 것 자체가 기적과 같다. 작년에 노에미 선교사를 만난 후 이들의 선교 여정에 같이 ‘친구로서의 동행’에 대하여 고민했다. 카렌족 교인들이 이들을 위한 선교 후원에 참여한다면 예상치 못한 ‘조합’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가난한 카렌족’이 ‘더 가난한 아르헨티나 선교사’를 돕는 조합이다. 이것이 구체화하면 ‘약한 주변부 선교’의 한 모델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 카렌족 형제, 자매들에게 아르헨티나 선교사를 위한 선교 후원을 도전했다. 장기적으로 볼 때 내가 하는 것보다 현지인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이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신학교 미래 교수요원인 ‘다치’ 형제에게 이 사역의 의미와 참여의 필요성을 나눴다. 감사하게도 그가 먼저 헌신하고 신학생들에게 도전했다. 다양한 곳에서 선교 후원 헌신자들이 결단하였고 참여하기 시작했다.

선교 후원에 참여하는 카렌족의 모습은 전형적인 선교 후원자가 아니다. 그들은 모두가 그가 속한 사회의 주변인들이다.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 5명’, ‘태국 중부 파타야 한국인 사업가 집에서 일하는 19세 가정부’, ‘한국에서 대학 입학을 준비하는 19세의 카렌 청소년 두 명’, ‘아신 대학교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카렌 학생’, ‘실로암 신학교에 재학 중이거나 졸업한 카렌족 47명’, ‘파얍 신학교 신대원 2학년 카렌 학생’….

그들은 태국의 소수 부족 카렌족이다. 그들의 헌금 작정 액수도 미미하다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그들은 선교의 대상이지 선교 후원에 참여할 후원자로 보이지 않는다. 그들 모두는 그가 속한 사회에서 눈에 띄지 않은 약자들이다.

사도행전에 나타난 전도자들과 선교사들의 모습을 생각한다. 초기 핍박 이후 흩어진 평신도 선교사들은 그들을 위한 후원조직은 고사하고 선교 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들은 그들의 직업을 통하여 생존하였다. 때론 핍박이 찾아왔고 투옥되기도 하였다. 로마 시대에 환영받지 못할 때가 많았고, 심지어 순교도 각오해야 했다. 그들은 로마제국의 주로 주변인들이며 약자들이었다. 하나님은 연약한 그들을 통하여 로마제국에 하나님 나라를 확장했다.

로마의 멸망 이후 유럽으로 복음이 확장되어 갈 때 복음을 전하였던 사람들의 형편도 초대 교회와 큰 차이는 없었다. 상인들과 순례자들은 후원받지 못하였지만 그래도 안전한 편이었다. 일부는 포로로 잡힌 노예들, 첩으로 끌려간 여성들이 복음을 전했다. 그들은 세상적으로 처량한 그들의 신세를 한탄하지 않았다. 그들은 보이지 않은 영원한 나라와 부활의 소망에 사로잡힌 사람들이었다. 그 소망의 복음을 그들의 침략자들에게 전하였다. 침략자인 게르만족이 복음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하나님은 연약한 그들을 통하여 유럽을 복음화의 기초를 놓았다. 경제적, 정치적 힘이 아니라 하나님의 능력이 그 가운데 있었기 때문이다.

가만히 보니 오늘 같이 모인 사람들은 초기 기독교나 로마 멸망 이후 전도자들과 매우 닮았음을 본다.

“저는 중국 학원에서 음악 과목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한 수입원입니다.”

노에미의 남편 훌리오 선교사의 말이다. 모국은 파산되기 직전이고, 교회가 후원하기 어렵다. 그들 스스로 현지에서 수입을 얻고 생활하고 있다. 초대 교회 흩어진 나그네로 살아가는 선교사들의 삶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하나님은 그들의 헌신을 잊지 않으시고 선교지에서 사람을 붙여 주셨다. 그 가운데 나도 한 사람이라는 것이 감사하다.

“올해 말까지 카렌 성도들과 교인들이 당신들을 위하여 매달 300불을 후원하도록 하는 것이 저의 소망입니다.”

“현재까지 카렌 성도들이 매달 약 200불 정도 헌금하기로 약속하였습니다.”

지금까지 약속한 카렌 성도들의 선교에 대한 헌신의 상황을 나누었다. 생각보다 많은 카렌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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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오영철

“당신들의 후원을 위한 모임 총무는 다치 형제가 섬겨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치 형제는 먼저 본을 보이고, 신학생들에게 도전하였다. 이제 후원회 총무로서 섬기기로 한 것이다. 이에 대한 노애미 선교사의 고백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다.

“무엇이라고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나님께 기도하고 있었는데 응답해 주셨습니다.”

진심을 담은 그녀의 이야기는 그녀를 만지시고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임재를 보여주었다. 모임을 정리하면서 이들을 위한 후원회 이름을 나누었다.

“태국 카렌 글로벌 사우스 네트워크”라는 이름을 사용하기로 일단 의견을 정리했다. 그 이름의 단어들은 그야말로 주변부를 직접 보여준다. ‘태국 카렌’은 태국에서 주변부이며, ‘글로벌 사우스’는 세계에서 주변부이다. 그들이 네트워크 한다는 것은 세계 경제, 정치, 사회는 물론 종교에도 아무런 영향도 의미도 없다. 그렇지만 하나님 선교는 매우 다른 역동이 있다. 첩과 포로로 끌려간 주변인을 통하여 유럽을 복음화 시킨 하나님의 섭리가 오늘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약한 자들의 ‘조합’은 약한 자를 통한 하나님의 선교의 신비함을 깊게 느끼는 자리이다. 그 자리에 같이 참여함은 선교사로서 큰 특권이다. 인간의 상상을 넘어선 하나님의 선교가 이루어지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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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선교사 | 1995년 GMS 선교사로 태국에 파송된 뒤, 현지 신학교에서 학생과 목회자를위한 교수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이곳에서 소수부족인 카렌족교회가 주민족인 타이족을 위한 선교적 교회를 세우는데 관심을 갖고 이들을 섬기고 있다.

<저작권자 ⓒ 내 손안의 하나님 나라, 진리로 세계를 열어주는 복음기도신문. 출처를 기재하고 사용하세요.> 선교에 동참하기를 원하는 분은 문의 바랍니다. 제보 및 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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