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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선교] “근데 어머니, 지옥 가면 안 되잖아요”

▲ 거리에서 찬양을 하고 있는 와이낫 미션팀. 제공: 박진호 선교사

301호 | 청년선교

청년 선교사들의 생생한 좌충우돌 믿음의 순종기를 담은 [청년 선교]. 기독교인 청년을 찾아보기 어려운 지금, 복음과 운명을 같이한 20대 청년 선교사들이 선교 현장 곳곳에서 매주 치열한 믿음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현장을 소개한다. <편집자>

따뜻한 햇살이 비치던 어느 날, 야외에서 독서 토론 수업을 마치고 선교사님 두 분과 함께 산책하던 중, 산꼭대기에 있는 마을에 이르게 되었다. 그곳에서 한 할머니를 만났다. 할머니는 기꺼운 마음으로 우리를 집으로 초대하셨고, 우리는 이것이 주님의 인도하심이라는 것을 느껴 할머니 집에서 커피를 마시며 짧은 교제를 했다.

사실 할머니는 사람이 좋아서라기보다 우리에게 용돈을 바라고 부르신 것이었다.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이런 일을 한두 번 하셨던 게 아닌 것 같았다. 우리는 돈과 장수보다 좋은 예수님에 대해 짧게 이야기를 꺼냈다. 할머니께서는 예수 이름이 나오자마자 질색하셨다. 더 깊게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다. 다음에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빵과 함께 찾아뵙기로 약속하고, 마음을 다해 기도해 드렸다. 그리고 나는 지체들이 먼저 나간 것을 보고 할머니와 볼을 맞대고 껴안아 드렸다. 건강하시고 사랑한다고 말씀해 드렸다. 그것만으로도 고맙다고 해주시는 할머니, 쏟아져 나올 것 같은 눈물을 삼키느라 애를 썼다.

우리가 찾아온 것을 제외하면, 아무리 봐도 노부부께서 구원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 한평생 고생하시고 수고하셨는데, 사후에는 그보다 더 큰 고통이 기다리고 있을 사실이 한탄스럽게 느껴졌다. 더 안타까운 것은 그런 영혼들이 산골짜기 어느 마을의 이야기뿐만이 아니요, 대한민국만이 아니요, 온 열방에 수두룩한 이야기라는 것이었다.

주님께서 내 마음 가운데 복음 선포에 대한 마음을 주셨고, 순종하고 싶었다. 사실 작년 전도 여행을 하면서 전도에 대해서 패배와 실패했다는 마음의 낙인이 새겨져 있었다. 서울 번화가 한복판에서 복음을 자랑하고 선포하는 것이 부끄러웠고, 세속의 허영에 완전히 주눅들어 있었다. 주님은 제게 마음의 부담을 주시고, 순종을 요구하셨지만 타협하며 불순종했다.

2차 전도여행을 이어가며, 당시 세상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아테네에서 담대하게 복음을 선포했던 바울을 보며 그와 다르게 패배하고 불순종한 내 모습이 아른거렸다. 바울이 담대하게 복음을 선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박식한 그의 지식과 언변이 아니라, 유익했던 그 모든 것을 해로 여길 만큼 고귀한 예수 그리스도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믿는 모든 자를 구원할 하나님의 능력임을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주님은 전도가 논리로 설득하고, 논쟁하여 이기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기다리고 원하시는 영혼들을 향해 그 사실을 알리는 순종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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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광화문 거리에서 노방 전도를 하고 있는 와이낫 미션팀. 제공: 박진호 선교사

내가 속해 있는 와이낫미션 선교사들은 순회선교단 한국본부와 함께 매주 토요일마다 충북 단양 시장에 나가 전도를 한다. 무료하게 느껴지기만 했던 이 시간이 마음 다해 순종할 수 있는 주님이 주신 기회로 보였다. 선교사로 불러주신 주님의 부르심에 온전히 순종하고 싶었다. 그래서 오늘은 시장을 돌며 복음을 전했다. 돌아오는 반응을 볼 때, 처음엔 위축되었지만 전도 여행 속에서 바울이 받았던 대우들이 생각이 났다. 복음을 전할 때에 당연한 반응들이었음을 기억할 수 있었다. 오늘 손가락 욕도 받아보고, 한심하게 쳐다보는 시선과 함께 뻥튀기도 받았다. 그럼에도 짜증 내고, 한숨을 쉬고, 질색하는 이들에게 복음을 전했다.

한 아주머니가 내게 화를 내시길래 죄송하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러자 아주머니께서는 죄송하면 이런 짓을 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때 “어머니, 저 21살이에요. 이런 취급받는 걸 좋아하는 게 아니에요. 누가 욕 이렇게 먹는 걸 좋아하겠어요? 근데 어머니 지옥 가면 안 되잖아요. 죽음 이후에 심판이 있어요. 멈출 수 없어요. 예수님 믿으셔야 해요.”

여기까지 와서 이래야 하냐고 인상을 찌푸리는 이들에게 더욱더 간절하게 선포하게 되었다. 그것을 감수하면서라도 복음을 전해야만 했다. 목이 갈라지도록 외쳤다. 그리고 옆으로 스쳐 지나가는 그 영혼들을 향해 안타까워하시는 주의 마음을 절절히 느낄 수 있었다.

주님께 순종할 수 있어서 기뻤다. 비록 터무니없고, 막무가내 방법으로 순종했을지언정 주님께서 기뻐하셨음을 느낄 수 있었다. 솔직히 100% 전부의 순종을 올려드린 것 같지는 않다. 머뭇거리고, 마음의 요동도 정말 컸다. 선물처럼 주님을 기쁘시게 해드리고 싶었는데 드리기도 부끄러운 순종을 올려드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주님은 그런 보잘것없는 순종을 기뻐해 주셨다. “진호야, 괜찮아. 잘했어. 너의 순종으로 난 너무 기쁘다.” 선하신 주님, 인자하신 주님. 순종의 퀄리티를 요구하지 않으신다. 어떤 모양이든, 어떤 방법이든 주께 드리는 사랑의 순종을 원하신다. “주님 감사해요. 나도 주님 때문에 너무 기뻐요.” 사랑하는 주님께 더 순종하리라. [복음기도신문]

박진호 선교사(헤브론원형학교 용감한정예병 파송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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