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헌법에 낙태를 명시한 데 이어 안락사까지 논의하고 있어 복음주의자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복음주의 포커스(Evangelical Focus)가 최근 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대통령은 이미 2022년에 ‘죽을 권리’에 대한 논의를 재개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는 2016년 법이 불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인간 존엄성 보호를 위한 개신교 위원회는 이러한 계획을 비판하며 “우리 모두는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부여하는 법을 약속받았다. 법적으로 이미 존엄하게 죽을 권리가 존재하지만, 이를 실질적으로 구현하려면 고통을 덜어주는 완화 치료가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은 마크롱 대통령을 “생명윤리에 관한 명백한 범법자”로 지적한 바 있다.
대통령은 이제 의회에 제출된 새로운 ‘환자 및 임종 지원 법안’을 ‘형제애 법안’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불치병이나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을 앓고 있고 고통을 완화할 수 없는, 판단 능력이 있는 성인에게 안락사 또는 조력 사망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에 따르면 의료 전문가들이 동의한다면 환자에게 치명적인 물질을 처방할 수 있으며, 환자가 직접 투여하거나 자신이 할 수 없는 경우 제3자의 도움을 받아 투여할 수 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임종 옵션의 합법화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음주의자들 ,약자에게 압력 가하는 ‘이윤 추구 논리’
그러나 프랑스 복음주의 기독교인 전국협의회(CNEF)는 새로운 안락사 법안을 “형제애적”이라고 부르는 것은 “매우 놀랍다”고 말한다.
프랑스 내 2530개 복음주의 교회를 대표하는 이 단체에 따르면, 누군가에게 치명적인 물질을 투여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은 “인간성에 대한 공격”이며 “통제할 수 없는 도미노 효과를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벨기에의 경우, 전년 대비 10% 증가한 거의 3000명의 사람들이 2022년에 안락사로 사망했다.
CNEF는 현재의 사회적 논쟁을 분석하면서 “처음에는 법적 능력이 있는 성인에게만 엄격하게 개방됐지만, 점차 취약계층과 미성년자로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며 “불치병이라는 초기 사유는 이제 정신적 고통이라는 주관적인 이유로까지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CNEF는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이윤 추구의 논리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특정한 경제적 압박이 가해지면서 정신적 또는 사회적으로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 사회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기 위해 삶을 떠나야 한다는 일종의 의무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 최근 상호 보험 회사들이 적극적 조력 사망을 찬성하는 것은 이러한 위험을 확인시켜 준다”고 말했다.
의료 종사자를 위한 완화 의료 및 양심 조항
죽음을 합법화하는 이 문제에 대안은 무엇인가?
CNEF는 “고통받는 사람들의 취약성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오늘날 완화 치료가 필요한 프랑스인 2명 중 1명은 대부분의 경우 고통을 완화하고 환자를 진정시키는 완화 치료를 이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정부는 간병인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 간병인에게 죽는 것을 돕도록 요구함으로써 그들의 역할과 모순되게 하고 있다”며 “만약 이 법안이 최종적으로 채택된다면 모든 의료 종사자를 위한 양심 조항이 보장돼야 하며, 많은 기독교인이 종사하고 있는 이 직업군에서 인력 부족 사태를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CNEF는 “하나님은 모든 남성과 여성에게, 그들의 능력, 나이, 건강에 관계없이 창조된 인류에 속해 있다는 사실만으로 불변의 가치를 부여하신다”는 것이 기독교적 생명관이라고 결론지었다.
서유럽의 정치적 동향
유럽에서는 스위스와 포르투갈이 조력 자살을 합법화됐다. 벨기에, 네덜란드, 스페인, 룩셈부르크에서는 안락사가 허용된다. 독일을 포함한 다른 여러 국가에서도 임종 과정에 대한 새로운 법제화를 논의 중이다.
이와 관련하여, 생명윤리 분야의 전문가인 영국의 기독교 의사 존 와이어트(John Wyatt)는 조력 사망이나 안락사를 합법화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 많은 이유가 있다면서도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노인과 장애인에 대한 미묘한 압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에서 안락사와 조력 자살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사람의 생명을 끝내는 것이 이타주의의 한 형태로 제시된다는 점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즉 안락사나 조력자살이 마치 다른 사람을 위한 희생적 행동이나 배려로 표현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러한 상황이 ‘당신의 가족, 자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사랑스러운 일이 자신이 죽게 하는 것일 수 있다.’는 식으로 노인들에게 전달될 수 있다. 이는 기독교적 관점에서 생명을 하나님의 선물로 여기는 진리와 맞지 않는 왜곡된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와이어트는 유럽에서 벌어지는 전체적인 대화에서 긍정적인 면도 발견했다며 “이는 사람들이 잘 죽는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기독교인들은 불치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깊은 보살핌의 이유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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