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를 가다
학교사역, 교회개척, NGO 등 다양한 사역현장
‘캄보디아는 지금 공사 중’. 건기로 구분되는 12월 중순,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곳곳은 건물 공사와 상하수도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마치 한국의 70, 80년대를 연상시키듯 어수선함과 역동적인 모습이 동시에 어우러져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70년대에 크메르루주에 의해 무려 200만 명에 달하는 국민이 학살당한 킬링필드로 기억되고 있는 캄보디아는 이제 산업화 추세에 따라 공장단지와 신흥부자들의 급증으로 인간의 다양한 욕망이 꿈틀거리고 있는 듯 보였다.
선교현장으로서 캄보디아의 변화는 선교사 수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한인 선교사 수의 급증이다. 여러 선교사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한인선교사회에 가입한 선교사가 2000년대 초반에 100여 가정에 불과했으나 현재 460여 가정에 달한다. 또 현재 선교사회에 가입하지 않은 채 사역하고 있는 독립 선교사들까지 포함하면 최소 2배 정도인 800여 가정(독신 선교사도 가정으로 포함됨)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회여건 달라질 경우, 선교환경 변화될 수도
▶선교 환경 = 최근 캄보디아에 선교사가 집중되고 있는 요인 중 하나는 현재 아시아 전역에서 비자 발급이 비교적 쉬운 국가라는 점이다. 비자연장이 안돼 오랫동안 섬기던 K국을 떠나 주님의 인도하심으로 이곳에 오게 됐다는 A 선교사는 “그동안 그곳에서는 몇 달마다 비자여행을 떠나야 했는데, 이곳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어 너무 감사하다.”며 비자 환경이 사역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캄보디아에 체류한지 10여 년째라는 B 선교사는 “캄보디아가 현재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비자발급이 쉽다는 것은 주님이 허락하신 특별한 기회”라며 “어쩌면 지금이 캄보디아에서 사역하는데 최고의 시간인지 모른다.”고 말을 아꼈다. 이 선교사는 “아직은 현재의 정부가 30여 년째 장기집권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권의 변화나 사회여건이 달라질 경우, 불교계의 목소리가 거세지면 선교환경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한 선교사는 올해 모처럼 열린 부활절연합집회에서 봤던 장면을 소개했다. 그는 “기독교행사에 불교계 관계자가 참석한 것은 타종교에 대한 배려차원에서 고맙게 생각할 수 있으나, 정부 고위 인사가 한 불교계 원로에게 무릎을 꿇고 큰 절을 하는 것은 우리의 문화적 풍토에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이었다.”고 밝혔다. 그만큼 불교문화가 이 나라의 관습으로 국민들의 정서에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사례라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14일 캄보디아 종교부는 ‘어린이를 위한 범종교 기도회’라는 이례적인 모임을 주관하며 한국 선교사를 포함해 종교계 인사들을 대거 초청했다. 캄보디아 전통복장을 입고 모두 참석해달라는 이번 기도회에서 “종교부 장관이 종교인들이 서로 화합하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이날 모임에 참석한 한 선교사가 전했다. 특히 이날 불교와 이슬람, 천주교 대표는 인사말을 했으나, 개신교 대표는 기회조차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에서 교회를 개척해 복음을 전하고 있는 한 선교사가 경험한 불교적 문화의 한 단면이다. “교회에서 예배 중인데 한 승려가 갑자기 교회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때 함께 예배 드리던 성도 중 한 사람이 일어나 그에게 합장하고 그에게 깍듯이 예를 다하는 모습을 보며 참 난감했던 기억이 있다.”며 “그 일을 통해 많은 현지 성도들이 하나님을 또 하나의 신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2010년판 세계기도정보가 밝힌 이 나라의 종교 분포도는 불교 83.3%, 기독교 3.1%, 이슬람이 2.3%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선교사들이 느끼는 종교에 대한 현지의 체감온도는 불교문화가 지배적이며, 그 다음이 이슬람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기독교에는 카톨릭까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산업화 물결, 개인의 욕구 구체화
▶사회경제적 상황 = 산업화 물결이 캄보디아 사회를 강타하면서 각 분야마다 개인의 목소리와 욕구가 조금씩 구체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도 선교사들이 느끼고 있는 변화다.
캄보디아에서 16년째 사역하며 프놈펜 인근지역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방과후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윤옥 선교사는 “그동안 학교에 대해 관심을 갖지 못하던 학부모들이 자녀문제로 간혹 학교에 찾아오기도 하며, 학교 행정에 대해 의견을 피력하기도 한다.”며 “이는 경제활동이 확대됨에 따라 생긴 현상으로, 그만큼 부모들도 자녀들의 교육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큰 변화”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자리가 생기고 소득이 늘어나는 것이 믿음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현지인교회를 섬기고 있는 한 선교사는 “교회나 학교 등에서 사역을 하다가 재정을 더 준다는 공장이나 기업 등으로 옮기는 현지인 사역자들도 있다.”며 재정이 믿음의 삶을 뒤흔들고 있어 더욱 복음을 정확하게 가르쳐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세대에 소망을 갖고
▶다양한 사역 현장 = 캄보디아의 부흥을 소망하며 이곳으로 발길을 옮기는 선교사들 중에는 노후의 시간을 주님께 드린 실버 선교사들도 적지 않다. 또 이들 실버 선교사들 중 상당수는 열방의 미래는 다음세대에 달려있다며 교육 분야를 통해 믿음의 세대를 키우려고 하는 다양한 시도를 펼치고 있다.
5년 전 연세대 음대교수를 정년퇴임하고 캄보디아의 문화적 기반을 일으켜 세우겠다는 소명으로 이곳에 온 이찬해 선교사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프놈펜에 예술대학을 설립했다. 육군 장군 출신인 부군 민성기 선교사와 함께 세운 프놈펜예술대학(PPIIA)은 현재 60여명의 학생들을 이 땅의 희망을 띄우는 믿음의 다음세대로 양육하겠다는 목표로 운영되고 있다.
이 학교 총장으로 섬기고 있는 이찬해 선교사는 “나는 한국이 전쟁의 참화를 딛고 일어서가던 60년대에 음악을 전공했다. 킬링필드를 경험하며 문화적으로 황폐한 이 땅에도 아름다운 예술교육을 통해 하나님의 사람들이 일어나 희망의 불씨가 되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동료 음악인으로 교류하고 있는 캄보디아 출신의 미국 작곡가 치나리 웅의 권유로 캄보디아를 기도하며 오게 됐다는 이찬해 선교사는 예술대학 외에도 현재 프놈펜 인근 지역에 유치원과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엘드림학교를 설립, 현재 150여명의 학생들을 양육하고 있다.
한국에서 중학교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치다 명예퇴직을 자원, 캄보디아 선교사로 헌신한 길기헌 선교사는 부인 박정희 선교사와 함께 다음세대에게 복음을 전하는 비전을 품고 기도로 준비하고 있다. 현재는 이곳에서 한국 선교사에 의해 만들어진 적정기술기업에서 캄보디아 실정에 적합한 기술을 개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현지기업을 통해 현지적응과 함께 복음과 기도로 이 땅을 섬기고 있다.
10년 전 프놈펜 외곽지역에 교회를 개척해 현재 30여명의 성도들과 함께 믿음의 싸움을 하고 있는 김현호.나혜선 선교사는 현지마을에 주택을 개조, 새벽기도부터 주일예배, 어린이예배 등을 통해 믿음의 사람들을 세우는데 주력하고 있다. 김 선교사는 지난해 오토바이를 운전하던 중 트럭과의 추돌을 피하려다 쇄골과 갈비뼈 및 견갑골 이 골절 큰 곤경에 처하기도 했다.
나혜선 선교사는 “성도 중 크메르루주 집권 당시 복음을 만난 한 할머니와 함께 지역 전도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영접한 것은 큰 은혜였다”며 “남편 사고 당시 할머니가 소천하자 유족들의 요청으로 기독교식 장례를 현지 목회자들의 도움으로 치르는 등 주님의 은혜로 교회를 섬기고 있다.”고 말했다. [프놈펜=복음기도신문] [GNPNEWS]
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