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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양 칼럼] 진짜에 익숙해지면 가짜는 그냥 드러난다

사진: G & See

눈먼 기독교(63)

목회 초년 시절, 나는 교회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을 전도하고 섬기는 사역을 담당하였다.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서 들어온 나그네들은 불교, 시크교, 힌두교, 이슬람교, 러시아정교 등의 다양한 종교를 믿고 있었다. 나는 이들 가운데 특히 인도인 선교에 주력했는데, 그들이 한국 땅에 들어오기 위해 돈과 시간을 얼마나 써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어느 날, 한 인도 형제의 요청을 받았다. 자기 친척이 주일에 인도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데 그를 공항에서 픽업해 교회까지 데려와 달라는 부탁이었다. 내가 직접 갈 형편이 되지 않아 어떤 집사님에게 부탁드렸다. 그런데 몇 시간 후 뜻밖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도사님, 공항에 왔는데요. 그 인도 사람이 나오지 않아 알아봤더니, 글쎄, 죽었답니다. 입국 심사를 받을 때 서류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아 ‘리젝트’(reject, 거부) 도장을 받았는데, 그 사람이 그것을 보자마자 그만 심장마비로 죽었답니다. 이거 어떻게 하죠?” 정말 당혹스런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 인도인은 한국에서 화장돼 유골만 인도로 보내졌다. 가족 위로금과 제반 경비는 교회에서 담당했다. 이 사건은 나에게 평생 잊지 못할 사건으로 각인되었다.

일가친척에게서 한국행 경비를 도움 받아 가문의 대표로 코리안 드림을 안고 한국 땅을 밟았던 그가 입국 자리에서 거절을 당했으니 얼마나 상심이 컸겠는가? 정말 놀라서 죽을 만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와 유사한 일이 저 천국 입국 심사대에서 틀림없이 벌어질 것이다. 천국 문 앞에서 당연히 통과될 줄 알고 지상에서 자신 있게 마련해 온 천국 비자를 내밀었는데, 거기서 리젝트 판결이 나오는 경우가 속출할 것이다. 이유는 ‘가짜 비자!’ 진짜인 줄 알고 받아 온 비자가 가짜인 것으로 판명될 때, 우리는 과연 어떻게 되겠는가? 지금 이 세상에는 그렇게 가짜, 짝퉁, 유사품, 잡탕, 그리고 눈먼 ‘예수 신앙’이 판을 치고 있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누구라도 가짜에 속을 수 있다. 천국 비자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밖에 없다. 성경이 말하는 예수 그리스도와 다른 것을 섞어 놓은 것은 모두 가짜다. 함량 미달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것인가? 간단하다. 진짜의 절대 기준인 성경을 제대로 아는 것이다. 가짜를 많이 연구해서 진짜를 찾는 것이 아니라 진짜를 많이 연구하면 가짜를 알게 된다.

한국은행에서 평생 동안 위폐를 감별하는 일에 종사해 온 어떤 전문가를 언젠가 TV에서 본적이 있다. 이 사람은 종이 화폐를 보고, 만지며, 냄새를 맡으면서 기계와 컴퓨터보다도 더 정교하게 가짜 돈을 찾아내는 달인이었다. 미국연방수사국(FBI)에게도 한 수 가르쳐 줬다니, 그는 세계 최고의 위폐 감별사임에 틀림없다. 이 사람에게 인터뷰어가 물었다. “얼마나 많은 가짜 돈을 경험했기에 그렇게 정확하게 위폐를 구별해 내시는 겁니까?” 이 질문을 받은 그 전문가는 뜻밖에도 이렇게 대답했다. “가짜 돈을 많이 경험해서 가짜를 찾는 게 아닙니다. 나는 평소에 늘 진짜 돈을 끊임없이 보고 또 만지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위폐 판별을 요청받으면 쉽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가짜는 진짜와 다르니까요.”

이것은 우리에게도 해당되는 진리다. 이단, 사이비, 가짜를 많이 연구해서 구별하는 것이 아니라 늘 진짜와 함께 하면서 진짜에 참으로 익숙해지면 가짜를 알아낼 수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꼭 필요한 영성은, 무엇보다도 성경을 제대로 믿고 아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복음이 말하는 그 예수와 동행하는 자만이 진짜 영성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이 시대는 참 예수와 동행하는 참 복음이 아닌 다른 예수의 영을 받아들인 다른 복음이 득세하고 있다. 그리고 안타깝지만, 앞으로 이런 현상은 나날이 더 심각해질 것이다. 그래서 진짜 예수의 뒤를 따르는 것은 넓은 문이 아닌 좁은 문으로 들어가는 것이리라.

뱀이 그 간계로 하와를 미혹한 것 같이 너희 마음이 그리스도를 향하는 진실함과 깨끗함에서 떠나 부패할까 두려워하노라 만일 누가 가서 우리가 전파하지 아니한 다른 예수를 전파하거나 혹은 너희가 받지 아니한 다른 영을 받게 하거나 혹은 너희가 받지 아니한 다른 복음을 받게 할 때에는 너희가 잘 용납하는구나(고린도후서 11장 3-4절) <끝> [복음기도신문]


[1] 묵상기도를 좀 더 깊이 있게, 사물의 이치와 원리틀 찾아내는 마음으로 하는 기도

[2] 안셀름 그륀, 『머물지 말고 흘러라』, 21세기북스, 125쪽

[3] 유엔 도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도시화율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높아져서 2050년이면 세계 도시화율이 70퍼센트에 이를 것이라 한다.

[4] 목사, 신학자, 문학가, 영성 전문가로서 국내 목회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기독교 저술가 가운데 한 명이다.

[5] 유진 H. 피터슨, 『성공주의 목회 신화를 포기하라』, 좋은씨앗, 56쪽 [복음기도신문]

*이 칼럼은 필자의 저서 <눈먼 기독교>에서 저자의 허락을 받아 발췌, 게재합니다.

Park Sun

박태양 목사 | 중앙대 졸. LG애드에서 5년 근무. 총신신대원(목회학), 풀러신대원(선교학 석사) 졸업. 충현교회 전도사, 사랑의교회 부목사, 개명교회 담임목사로 총 18년간 목회를 했다. 현재는 (사)복음과도시 사무총장으로서 소속 단체인 TGC코리아 대표와 공동체성경읽기 교회연합회 대표로 겸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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