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단기선교사 임하원 군과 함께, ‘왈리빠다’ 빈민가에 다녀왔습니다. 이곳은 참 특이한 사람들이 사는 곳입니다. 미국으로 치면 백인, 흑인, 아시아 이민이 아니라 ‘아파치족’, ‘수우족’ 같은 원주민들의 부락이지요. 이곳 말로는 ‘아디바시(Adivasi)’라고 합니다.
이들은 지금은 물론 대영제국 시절에도, 그 이전 무굴 제국 시절에도 문명과 왕조와 상관없이 정글에서 사냥하며 부족 단위로 살던 사람들입니다. 아직도 시골 깊은 산속에서는 그렇게 살고 있고, 정부에서는 그들의 권익을 많이 보호하려 애쓰고 있지요.
그런데 최근 몇십 년 사이에 황당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기들이 사는 부족 마을 바깥이 다 도시가 되어 버린 것이지요. 공장지대 한복판에 수천 년 전부터 내려온 자신들의 촌락이 존재하는 웃지 못할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물론 서서히, 사냥과 채집 등은 불가능해지고 있었고 부락 마을 바깥으로는 공장 트럭들이 오가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 마을들 안에 가면 뭔가 정글 한복판의 부족 탐험을 온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런 마을 중 하나가 ‘왈리빠다’였지요.
그러다가 결국 정부에서 그 부락을 철거해 버렸는데, 워낙 오래전부터 살던 사람들이라 충분한 보상을 해 주었습니다. 근처에 멋진 주택단지를 지어주고, 그곳으로 이주를 시켜준 것이지요. 저와 마히마 청년 팀들은 부족 마을에서의 마지막 주에도 사역했고, 이주 후 첫 주에도 사역을 갔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 전까지 매주 방문해서 어린이 사역을 하는 곳이었지요. 코로나 이후에도, 다시 어린이 사역이 시작되기까지 참 많이 신경이 쓰이던 곳이기도 합니다.
이제는 부족 시절의 흔적이 전혀 남지 않아, 현대식 건물 속의 벽화 디자인으로만 옛 추억이 간직되어 있습니다.
몸통을 세모로 디자인한 그림들 속에만, 옛 생활의 모습들이 남아있을 뿐이지요. 아마 열 살 아래 아이들에게는 전통적인 생활에 대한 희미한 기억도 없을 겁니다. 도리어 저와 마히마 청년들이 옛 마을을 조금이나마 기억하지요.
저는 이 마을의 가장 어린아이들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나는 너희가 태어나가기 전부터 이곳에 왔었고, 너희 부모가 마지막 부족 생활 하던 모습도 기억한다고. 그리고 이제는 우리가 너희의 새로운 전통이라고.
매 주의 만화영화 상영과 순회 어린이 사역, 온 부족이 다 따라 부를 수 있는 찬양과 율동들, 매년 방문하는 단기선교팀, 연 1-2회 실시되는 의료사역과 달란트 시장. 이것이 이들의 지난 십여 년의 전통이 되었습니다.
이제 이 아이들은 커서 도시민이 되어도, 어린 시절을 추억할 때 부족 전통 놀이나 축제보다 저희와 함께 한 시간들이 생생하리라 믿습니다. 어차피 선조들의 땅도 잃었고, 유튜브와 넷플릭스의 홍수 속에 사라져 가던 전통입니다. 저희가 이 아이들의 추억이고 그리움이 될 것입니다.
그 막중한 책임을 느끼면서, 오늘의 사역 모습을 남깁니다. [복음기도신문]
원정하 | 기독교 대한감리회 소속 목사. 인도 선교사. 블로그 [원정하 목사 이야기]를 통해 복음의 진리를 전하며 열방을 섬기는 다양한 현장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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