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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칼럼] 손바닥만한 작은 구름 같은 ‘따치’의 헌신

▲ 사진 : 오영철 제공

선교지에 건물을 세우지 말고 사람을 세우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사람을 세우면 그들이 또 다른 사람을 세우고 건물까지 세운다고 한다.

코로나 이후 교회재정이 어려워지고 선교자원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더욱 적절한 방향이다. 그런데 막상 사람을 세운다는 사역을 할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확신이 안 설 때가 있다. 우리 팀은 선교지 지도력을 세우기 위해 장학금을 주고, 미래 교수요원을 위한 석, 박사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분명히 의미 있고 필요하다. 그렇지만 질문이 남아 있다. 이런 과정에서 필요한 재정 지원이 수혜자들에게 의존성 강화라는 결과를 주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선교지에서 받기만 하면 ‘드림’을 실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게 하는 것을 자주 보았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보쉬는 이와 관련된 적절한 단어를 만들어 경고했다. 선교사들이 “부자 삼촌”처럼 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선교사가 선교지에서 선교사 방식대로 판단하고, 선교사 방식대로 지원하고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데이비드 보쉬는 선교사가 선교지에서 줄 수 있는 최대의 것은 “선교지 교회가 베푸는 교회가 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선교사의 지원도 결국 현지 교회가 ‘베풀고 주는 교회’가 되도록 해야 함을 의미한다. 선교사들은 학생들이나 교인들에게 돈을 지원할 때 주의해야 한다. 왜냐하면 선교사가 ‘돈이 많은 삼촌’처럼 대한다면 그들은 ‘주는 자’가 아니라 ‘받는 자’로서 익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신학교의 미래 교수를 준비하는 ‘따치’와의 약속은 이런 고민의 한 흔적인 것 같다. ‘따치’는 2023년 3월에 실로암 신학교를 졸업하고 파얍 신학교 신학대학원 1학년에 다니고 있다. 그는 헌신된 부모에게 신앙을 배웠고, 명석하며 상황 파악을 잘한다. 신학교는 그를 미래의 신학교 교수로 결정하고 신학대학원에서 준비하도록 했다.

지금도 잊지 못하는 그의 질문이 있다.

“왜 우리는 헌금을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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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오영철 제공

이것은 몇 년 전에 신학교예배 때 설교하고 내려온 나에게 질문한 것이다. 당시 미얀마 카렌 교회는 태국의 카렌보다 훨씬 가난하여도 훨씬 많은 헌금을 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그 설교를 듣고 그는 자신들을 돌아본 것이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남다른 그의 반응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이런 마음과 자세를 가지면 미얀마 카렌 교회와 같은 헌신을 할 수 있을 재목처럼 보였다. 그 이후 일부러 그를 데리고 여러 곳을 방문하면서 선교하는 카렌교회, 헌신, 선교사들의 영향 등에 대하여 나누었다.

오늘 그가 나와 한 약속은 ‘특별 헌금’에 관한 것이었다. ‘따치’가 신학대학원에서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비교적 넉넉한 장학금을 받게 되었다. 선교사를 통해서 받게 된 지원이 그가 마땅히 해야 할 헌신을 약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받는 것도 은혜이지만 ‘드림의 복’을 실천할 방안을 생각했다. 오늘 그와 그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솔직히 따치가 외부에서 받는 것에 습관화될까 걱정입니다.”
“따치가 사람을 세우는 ‘신학교’와 ‘선교’를 위하여 좋은 본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먼저 신학교를 위한 헌신에 제안을 했다.

“신학교를 위하여 매달 200받을 헌금 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렇게 되면 따치는 신학교 교직원 가운데 처음으로 정기적인 헌금을 하게 됩니다.”

둘째는 선교 헌금에 관한 헌신이다.

“우리 카렌교회도 선교를 해야 하는데, 따치가 본이 되면 좋겠습니다.”
“우리보다 가난한 국가에서 온 선교사를 위하여 매달 200받을 헌금해 줄 수 있나요?”

심각한 경제위기 속에서 선교하는 아르헨티나에서 온 ‘노애미’ 선교사를 위한 것이다. 그리고 한 마디를 덧붙였다.

“미얀마 카렌 교회가 헌신하는 것은 지도자들이 먼저 헌신의 본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따치’는 주저함 없이 대답하였다.

“네! 신학교와 선교를 위하여 헌금 하겠습니다.”

그의 헌신에 대한 답을 들으면서 하나님께 감사한다. 그리고 머뭇거리지 않고 약속한 따치가 고맙다. 어떻게 보면 약 200받(약 7000원)은 많은 액수는 아닐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에게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그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은 그가 사람을 세우고 선교사역을 위하여 구체적인 참여자가 된 것이다. 단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함으로 본이 되면 학생들은 그의 행동을 보고 닮고 싶을 것이다.

‘먀샬’이라는 현지 지도자의 고백은 선교사들이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미국에서 온 선교사들은 자신의 힘을 사용하여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싶은 충동을 가지고 있습니다. 상황을 통제하고 그것을 실현하려는 욕구입니다. 그들은 돈이 있고 (현지는)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들을 불도저처럼 밀어붙입니다. 그들의 행동하는 방식에 따라 사람들을 취약한 사람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돈과 영향력을 통하여 선교지 교회가 가야 할 방향이 아니라 선교사의 원함을 이루는 현상을 꼬집은 것이다. 그렇게 관계된 현지 교회는 헌신을 통한 ‘자기 존엄’과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고 선교사를 의지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마샬이 경험한 미국 선교사들만의 현상이 아니라 한국 선교사들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

선교사는 선교지에서 임시적 존재이며 선교지의 주인은 현지 교회이다. 선교사는 본인이 원하든 원치 않든 선교사의 행동과 태도가 현지 교회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선교사는 자신의 사역을 본인이나 후원자들에게 보여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데이비드 보쉬가 이야기한 것처럼 현지 교회가 ‘베투는 교회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현지 교회가 선교하는 교회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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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오영철 제공

선교사와 현지 교회가 주 안에서 서로 의존하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다. 서로 돕고 나누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과정에서 현지 교회의 헌신을 통한 ‘자기 존엄’과 ‘하나님 의존’에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 그들이 가난한 중에도 최선의 헌신을 하였다면 그들도 선교사도 그 헌신을 존경하고 귀하여 여겨야 한다. 그리고 그런 헌신에 대하여 현지 교회는 물론 선교사도 배워야 한다. 선교사는 그런 헌신을 더 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깊이 숙고해야 한다. 현지 교회가 정성을 다했더라도 선교사의 지원보다 액수가 적으면 그 가치를 평가 절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선교사의 좋은 의도가 다 긍정적인 결과로만 귀결되는 것이 아니다.

‘따치’의 매달 ‘400받’의 헌신은 그의 액수보다 큰 의미가 있다. 신학교의 미래 교수로서 사람 세우는 일을 그도 이제 ‘재정’을 통하여 참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태국 카렌 교회 한 성도로서 태국보다 더 가난한 국가의 선교사를 돕기 시작하였다. ‘사람 세우기’와 ‘선교’ 사역에 본이 된 것이다. 태국 카렌 총회는 여전히 외부에서 지원을 받고 있지만, 한 카렌 성도는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베푸는 헌신의 복’을 실천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베푸는 헌신의 복’이 태국 카렌 교회 속에서 구체화되기를 소망한다. ‘따치’가 그런 ‘베푸는 헌신의 복’을 자신을 넘어서 신학생들에게 도전을 주고 실천한다면 전환점의 계기도 가능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오늘 ‘따치’의 헌신은 엘리야 사환이 보았던 ‘손바닥만 한 작은 구름’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따치’의 ‘손바닥만 한 작은 구름’은 결코 가볍지 않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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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선교사 | 1995년 GMS 선교사로 태국에 파송된 뒤, 현지 신학교에서 학생과 목회자를위한 교수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이곳에서 소수부족인 카렌족교회가 주민족인 타이족을 위한 선교적 교회를 세우는데 관심을 갖고 이들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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