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봉쇄 둘러싼 ‘전쟁범죄’ 의심의 눈초리
“기근은 정치적 결정”…이 “구호단체 역량부족 탓” 항변
민간인의 굶주림을 전쟁 무기로 삼는 오랜 폐습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유엔 산하 전문가 패널은 가자지구 인구 약 220만 명 중 90% 이상이 ‘급성 식량 위기'(acute food insecurity) 상태라고 밝혔다.
유엔은 식량 위기의 심각성 정도에 따라 이를 ‘정상(Minimal)-경고(Stressed)-위기(Crisis)-비상(Emergency)-기근(Famine)’ 등 5단계로 분류한다.
통합식량안보 단계(IPC)로 불리는 이 분류 체계에서 3단계 이상은 급성 식량 위기 상태로 취급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가자지구는 빠르면 2월 초 마지막 5단계인 기근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고 유엔은 분석했다.
전쟁 중 이 같은 수준의 식량 부족 사태가 관측된 건 몇십 년 만에 처음이라고 전문가 측은 지적한다.
실제 기아로 인한 대규모 사망은 1980년대부터 꾸준히 감소 추세를 보였다.
이번에 가자지구가 직면한 상황은 1960년대 내전 때 나이지리아나 1990년대 초 보스니아 내전 당시 기근 등과 비교할만하다고 미국 터프츠대학 소속 국제법 전문가 알렉스 드 왈은 설명했다.
이는 가자지구가 이전부터 이스라엘의 봉쇄 정책으로 심각한 경제난을 겪어왔기 때문에 생긴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스라엘은 2007년부터 가자지구를 봉쇄해왔고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을 시작한 뒤로는 봉쇄 수위를 강화했다.
라파 국경 등을 통해 식량을 비롯한 국제사회 구호품이 반입되기는 하지만 곳곳에서 지상전이 이어지면서 배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이 고의로 식량 부족 사태를 일으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굶주림을 유발해 팔레스타인 민간인은 물론 하마스 사기도 저하하려는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1998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120개 국가에 의해 채택된 로마 규정은 기아를 군사 전략으로 활용하는 것을 전쟁 범죄로 규정한 바 있다.
국제 인권 학자 로다 하워드 하스만은 “기근은 대개 사람, 즉 정치 엘리트 측 결정에 의해 초래된다”면서 “이는 정치적 혹은 군사적 결정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이 같은 의혹을 부인한다.
가자지구 내 식량 부족은 구호품 배분과 관련한 국제 인도주의 단체의 역량 및 인력 부족에 따른 현상이라는 주장이다.
이스라엘 국방부 산하 팔레스타인 민간 업무 조직 민간협조관(COGAT)은 “이스라엘은 테러에 가담하지 않은 가자지구 주민에게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을 방해한 적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면서 “우리는 식량, 식수 등 수송을 단 한 건도 거부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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