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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美中대리전’ 대만 대선…결과따라 전세계 안보·경제 출렁

▲ 지난 8일 대만 집권 민진당 라이칭더 총통 후보의 선거 유세 현장.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친미 라이칭더, 친중 허우유이 ‘박빙’ 접전 관측…중도 커원저 ‘2030 표심 흡수’도 주목
친미 라이 승리시 양안·미중 갈등 지속…친중 허우 정권교체시 美 인태전략에 심각 차질
‘반도체 핵심’ 대만에 친중 정권 들어서면 글로벌 공급망 우려도…美 디리스킹 전략도 구멍

대만 총통 선거(대선)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12일 각 당이 늦은 시간까지 막판 총력전을 펼칠 예정이다.

대만에서는 오는 13일 최고 지도자를 뽑는 총통 선거와 113명의 입법위원(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총선)가 동시에 치러진다.

과거 국민당 독재를 거친 대만에서 시민 손으로 직접 총통이 선출되는 것은 1996년 이래로 이번이 8번째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3일) 전날까지 결과를 볼 때 이번 대선은 독립·친미 성향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 후보와 친중 제1 야당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가 오차범위 내 박빙 접전을 펼치고 있어 누가 승리할지 예단하기 어렵다.

각 당은 한 표라도 더 끌어오기 위해 이날 저녁 나란히 대규모 마지막 유세를 펼친다.

라이 후보와 허우 후보는 나란히 수도 타이베이 인근 신베이시에서, 제3의 후보인 민중당 커원저 후보는 타이베이 총통부 앞 거리에서 마지막 유세를 진행한다.

대만에서는 전통적으로 선거 전야 총통부 앞 거리 유세가 정치적으로 큰 상징성을 띠는데, 추첨을 통해 결정한 이날 총통부 앞 유세 권리는 민중당이 따냈다.

이번 선거가 막판까지 안갯속인 까닭은 4년 전과 달리 표심을 몰아갈 뚜렷한 이슈가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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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 대만 국민당 허우유이 총통 후보의 유세 현장.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2020년 선거 때는 홍콩에서 범죄인 송환법에 반대하며 시작된 반정부 시위가 대만 젊은층을 자극하며 ‘중국의 위협’ 이슈가 크게 두드러졌으나 이번에는 그만큼 파괴력이 있는 이슈가 없다.

대신 지정학적 긴장 고조 속 민진당과 국민당 배후에 각각 미국과 중국이 자리한 듯한 구도가 부각되면서 이번 대만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 ‘미중 대리전’으로 여겨지고 있다.

중국은 이번 선거를 전쟁과 평화의 선택으로 규정하고 라이 후보가 당선되면 대만해협 위기가 더욱 고조될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경고해왔다. 대만을 향한 무력 시위도 연일 펼쳤다.

미국은 대만 선거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대만에 대한 무기 지원을 강화하는 등 사실상 민진당을 지원 사격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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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 대만 민중당 커워저 총통 후보의 유세 현장.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양당이 중국 위협과 안보 문제로 대립하는 가운데, 제2야당 민중당 커원저 후보는 2030 젊은 층의 현실적인 고민을 파고들어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그가 총통이 될 가능성은 작지만,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인기에 힘입어 민중당이 입법위원 수를 늘릴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유권자 1천955만명 중 2030 유권자는 608만명으로 31%를 차지한다.

이번 대만 총통 선거는 지구촌 선거의 해인 2024년 처음으로 실시되는 대선이라는 점에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특히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 미국과 중국 간 대결이 첨예한 상황에서 누가 당선되든 대만해협을 중심으로 세계정세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에서 2000년부터 이어진 ‘8년 주기 정권 교체’ 흐름을 깨고 민진당 라이 후보가 승리해 12년 연속 집권에 성공할 경우 양안 관계는 더 거칠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대만을 향한 군사·경제적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 관계 역시 더 큰 격랑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대만과 더 밀착하면서 중국 ‘앞마당’인 대만해협에 대한 영향력을 더 키울 걸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관리 모드’로 돌입한 미중 관계가 다시 악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반대로 국민당이 정권 교체에 성공할 경우엔 양안 관계는 순풍이 예상된다. 군사적 위협은 현저히 낮아지고 경제적 협력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대만해협을 ‘접수’하면서 적어도 이 지역에서 미국을 따돌리고 헤게모니를 쥐었다는 시그널을 전 세계에 줄 수 있다.

이 경우, 대만을 통행 중국을 견제해 온 미국 영향력은 약화할 수밖에 없다. 제1 열도선(오키나와∼대만∼필리핀∼말라카해협)을 통해 중국의 서태평양 진출을 저지하려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아울러 대만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가 자리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이고, 동시에 세계 최고 수준 첨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친중 허우 후보로 정권이 교체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첨단기술 제재를 골자로 하는 미국의 대중(對中) 디리스킹(위험 제거) 전략에도 구멍이 생길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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