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담이 죄라는 것을 압니다. 그 죄에 빠지고 싶지도 않고, 또 다른 사람을 부추겨 그 죄를 짓게 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제삼자에게 조언을 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한 상황이 직장 동료와의 관계에서 생길 때가 있습니다. 가끔 직장 동료가 나를 이상하게 대하거나 불합리해 보이는 일을 요구할 때 그렇습니다. 그럴 때면 솔직히 내가 그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그럴 때면 제삼자에게 다른 생각을 들으면 좋겠다 싶다가도, 그 동료를 험담하는 일이 될 것 같아 망설여집니다. 직장에서 생기는 대인 관계의 문제와 관련하여 제삼자에게 의견을 구할 때, 그게 험담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간단한 이야기로 시작해 보자. 해마다 나는 남편이 인도하는 기독교 캠프에서 여름을 보낸다. 캠프에 동참은 하지만 직원이 아니기에 나는 팀 역학과 조직 리더십에 직접 관여하는 사람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관점을 가질 수 있다. 지난여름 어느 날, 식당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다가 깜짝 놀랐다. 캠프 상담사 한 분이 흐느끼고 있었다.
큰 병에 걸렸거나 야영객이 저지른 못된 짓 때문이 아니길 간절히 바라면서, 나는 원인을 파악하려고 급히 그녀에게 달려갔다. 그 캠프 상담사는 자기에 대한 험담이 들불처럼 직원들 사이에 퍼졌다고 말했다. 그녀가 상처를 받은 건 자신에 관한 거짓말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동료들이 그 거짓말을 아무렇지 않게 마구 퍼뜨리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먼저 나는 그녀의 말을 경청했다. 그리고 그녀를 위로한 다음에 하나님을 경외하는 방식으로 그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상담전문가를 그녀에게 소개해 주었다. 그러나 시종일관 내 속에 답답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무신경한 험담은 관계를 훼손하고 신뢰를 무너뜨린다. 또한 복음 사역에 써야 할 시간과 자원을 허비한다.
그러나 내가 여름 캠프에서 목격한 그런 상황은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지금 고민하는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신앙 양심에 맞게 직장 생활을 하고 싶은 당신의 바람은 현명하고 칭찬할 만하며, 제삼자로부터 얻고자 하는 새로운 관점은 당신이 직장 내 모든 사람과 평화롭게 사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당신이 가진 질문은 여전히 합당하다. 내가 처한 상황과 직접 연관이 없는 제삼자와 누군가에 관해 또는 어떤 상황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도 험담일까? 과연 이런 대화가 도움이 될 때가 있을까?
명확히 하기 위해, 나는 당신이 상담하는 사람을 “조언자”라고 부르겠다. 그리고 당신과 현재 갈등 관계에 있는 사람, 그러니까 당신이 정확하게 그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을 “동료”라고 부르겠다.
신뢰할 수 있고 현명한 조언자는 혼란스러운 상황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준다. 과거에도 같은 직장 동료와 긴장된 관계 때문에 고통스러웠고, 또 지금도 그 사람이 당신을 이상하게 대하거나 부당한 요구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 모든 상황을 목격한 누군가에게 그 상황에 관한 의견을 구할 수 있다. 그건 행여 당신이 상황을 오도하는 건 아닌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음은 제삼자와 대화하기 전에 염두에 둘 몇 가지 사항이다.
기도로 시작하라.
동료를 위해서 또 동료의 업무를 주님께서 축복해 주시기를 기도하라. 조언자가 성경과 일치하는 지혜를 줄 수 있도록 기도하라. 또한 당신 자신을 위해서 기도하라. 성령께서 당신의 심령을 살피시고 불순한 동기를 드러내시며, 동료를 불쌍히 여기고 바로잡기를 원하는 온유한 마음을 달라고 기도하라.
지금 이 상황에 누구를 참여시킬지 결정하라.
제삼자의 의견이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는 경우, 적절한 사람을 참여시켜야 한다. 직원이 다른 직원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는 방법과 관련한 회사 정책이 있는가? 상황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인사팀에 있는가? 상관 또는 동료를 아는 객관적인 제삼자를 찾는 게 좋을까? 동료와의 관계가 이전에 있었던 갈등으로 인해 여전히 긴장으로 팽팽하다면, 두 사람 사이에 그간에 있었던 일을 잘 아는 사람과 상황을 논의하는 게 도움이 된다.
무슨 말을 할지 결정하라.
동료가 당신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서 평가해 달라고 조언자에게 요청하지 말고, 동료와 더불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라는 관점에서 대화의 틀을 짜라. 그러니까 “동료와 관계를 개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자세로 대화에 접근하는 게 “지금 내가 부당하게 당하고 있는 거 맞지요?” 보다는 더 생산적일 것이다.
동료의 평판을 지키려고 노력하라.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동료의 명예와 평판을 지켜주기 위해 노력하라. 조언자 한 사람을 선택하고 동료의 행동을 공정하게 설명하라. (“그녀가 갑자기 아무런 이유도 없이 성질을 냈어요.” 이러는 대신에 이렇게 말하라. “우리 사이에 지난달에 의견 불일치가 있었어요.”) 나중에 당신이 나눈 대화를 그 동료가 다 알게 되더라도 당당할 수 있도록, 당신의 신앙 양심에 비추어 하나도 부끄럽지 않도록 말해야 한다.
위험 요소를 명심하라.
이 계획에는 위험이 따른다. ‘기도요청’이라는 가면으로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리는 교인이 있는 것처럼, 직장에서도 자신의 삶을 힘들게 하는 사람에 겨냥한 불평에 몰두하는 동료가 있을 수 있다. 제삼자의 의견을 들으려는 것이 실상은 험담이 아니지만, 조언자와 상황을 논의하는 것이 동료에 대한 험담으로 변질하지 않아야 하며, 또한 조언자가 대화의 비밀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동료를 희생시키면서 조언자와 친밀감을 형성하려는 충동을 억제하라. 공동의 적을 만들어 조언자와 “연합”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 있지만, 이러한 삼각관계는 건강한 직장 환경을 조성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조언자의 관점을 들은 후에 동료에게 돌아가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건 어떨까? 어떤 면에서 당신에게 실망했는지 물어보라. 그리고 당신이 업무에서 개선해야 할 면이 무엇인지 물어보라.
성경은 입에 재갈을 물리라고(약 3장), 험담은 위험한 것이라고(잠 11:13; 26:20), 그리고 너무 많은 수다는 어리석은 일이라고(잠 10:19; 20:19) 종종 경고한다. 험담을 피하려는 자세는 지혜로운 판단이다. 특히 가벼운 대화인 척하면서 무책임한 말을 주고받는 대화가 불화를 일으키고, 해로운 문화를 조성하며, 더 나아가 관계까지 해칠 수 있는 직장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마음 상한 캠프 상담사와의 경험을 통해서 나는 부주의한 말이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게 할 수 있는지 똑똑히 보았다.
겸손하게 다른 사람의 관점을 구하는 동시에 동료의 평판과 명예를 보호하도록 주의하라. 직장에서도 오로지 주님을 최우선으로 섬길 때, 주님께서 영광을 받으실 것이다.
“ 공동의 적을 만들어 조언자와 ‘연합’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 있지만, 이러한 삼각 관계는 건강한 작업 환경을 조성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
[복음기도신문]
원제: How Can I Ask for a Second Opinion without Gossiping?
메간 파울러 Megan Fowler | 메간 파울러는 byFaith와 Christianity Today에 글을 기고하는 작가이다.
이 칼럼은 개혁주의적 신학과 복음중심적 신앙을 전파하기 위해 2005년 미국에서 설립된 The Gospel Coalition(복음연합)의 컨텐츠로, 본지와 협약에 따라 게재되고 있습니다. www.tgckore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