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높이라 Prize Wisdom 잠 4:8

[김봄 칼럼] 사랑을 기억하다

▲ 사진: 김봄 제공
1년 전 나는 시에라리온에 오기 위해 많은 것을 준비했어요. 체력을 키우기 위해 운동도 열심히 하고, 영어 공부도 열심히 했죠. 시에라리온에 더 많은 것을 가지고 가고 싶어서 열심히 일도 했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생명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그 모든 준비의 과정들은 기쁨이었지요. 하지만, 나는 복음을 전하러 온 시에라리온에서 복음을 들었습니다.

사랑을 전하러 온 시에라리온에서 사랑을 받았습니다.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훌륭한 선교사가 되고 싶었는데, 하나님의 뜻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하나님을 알아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요. 하고 싶은 일이 많았지만, 아무 일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 대신 하나님이 일하셨습니다.

매일매일 하나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했는데, 매일매일 여러분을 만났습니다.
매일매일 여러분들 안에 계시는 예수님을 만났고,
매일매일 여러분을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을 만났고,
매일매일 우리를 통해 사랑을 이루어가시는 성령님을 만났습니다.

내가 복음을 전하기 위해 시에라리온에 온 줄 알았는데, 시에라리온이 나에게 왔습니다.

하나님 사랑의 통로가 되어준 여러분들에게 너무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한 명, 한 명이 교회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여러분 한 명, 한 명이 성경이라는 것을 기억해 주세요. 여러분을 통해 시에라리온이 하나님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하나님의 소망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을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다시 만나서 또다시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한국에서, 시에라리온에서 우리 모두 하나님의 증인이 됩시다. 매일 여러분과 시에라리온을 위해 기도할게요. 그동안, 나를 사랑해 줘서 감사드려요. 샤론티차로 살아서 너무 행복했어요.

환송 예배를 준비 중이다. 아이들에게 어떤 말로 작별을 해야 할지, 몇 날을 고민했다. 너무 행복했다…. 다음 말을 어떻게 이어갈지 먹먹하다. 10여 년 전, 자살을 꿈꾸는 알코올 중독자 작가로 살던 때가 기억난다. 딸의 전도로 교회에 다니기는 했지만, 말씀이 실제가 되지 못한 나의 삶은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미싱공에서 드라마 작가가 되었기에, 직장이 공장에서 방송현장으로 바뀌고, 통장으로 들어오는 수입액의 액수가 달라졌다는 것뿐.

그래서 공중화장실이 아닌 나만의 화장실에서 자유롭게 씻고 용변을 볼 수 있고, 딸아이 피아노 학원도 보낼 수 있고, 봉지 쌀로 연명하지 않아도 되었다는 것뿐, 나는 여전히 알코올 중독자였다. 단지, 매일 마시는 소주의 양이 4병에서 1병으로 줄어들었고, 교묘하게 술 냄새를 감출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서 사람들에게 치부를 들키지 않았을 뿐, 여전히 나는 대책 없는 알코올 중독자였다.

그랬던 내가 지금 시에라리온에서 하나님의 소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전문 선교사도 아니고, 신학을 전공한 목회자도 아니었고, 앞으로의 삶이 어떻게 될지 한 치 앞도 알 수 없지만, 그 모든 상황과 어떠함과 상관없이 하나님의 은혜로 나는 선교적 존재가 된 것이다.

작가가 된 이후, 나는 정말 훌륭한 작가가 되고 싶었다. 나의 작품이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많은 돈을 벌고, 그래서 그 돈으로 아프리카에 학교와 교회를 세우고, 다음 세대를 키워내는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그리스도인으로 방송 시상식 같은 곳에서 ‘하나님께 영광 올립니다.’라고 말하는 그런 작가 말이다.

고졸 출신의 알코올 중독자 미싱공 미혼모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운 방송국 공모전을 두 번이나 뚫고 당선이 된 것을 두고 기적이라고 했다. 유명한 드라마 제작사의 소속 작가가 되고, 일류대 출신의 작가 지망생들을 가르치는 강사가 된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기적 같은 일이라고 했다. 맞다. 기적 같은 하나님의 일하심이었다. 그래서 나는 열심히 간증했다. 하지만 진짜 기적은 시에라리온에서 내가 샤론티차가 된 것이다.

그러나 무엇이든지 내게 유익하던 것을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다 해로 여길뿐더러 또한 모든 것을 해로 여김은 내 주 그리스도 예수를 아는 지식이 가장 고상하기 때문이라 내가 그를 위하여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배설물로 여김은 그리스도를 얻고
(빌립보서 3:7~8)

바울의 고백이 나의 고백이 된 것이다. 이 말씀이 내 생에 실체가 되었다는 것이 기적이다. 전적인 하나님의 일하심이었다. 나의 생을 통해 하나님의 뜻과 목적을 담아내시기 위해 쉬지 않고 일하신 하나님의 그 신실하신 사랑이었다.

하나님은 그 사랑을 사람들을 통해 보여주셨다. 나에게 기꺼이 예수님의 사랑을 퍼 날랐던 혼인식장의 하인 같았던 사람들이 있었기에 나의 시에라리온 생활도 가능했다. 나 역시 그렇게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퍼 나르는 하인이 되고자 시에라리온에 왔었다. 선교사로 왔지만, 결국 난 이곳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배운 자로 돌아가게 되었다.

멋지게 마무리를 하고 싶었다. ‘샤론티차를 잊어라. 대신 내가 전한 복음만은 꼭 기억해라. 예수님만을 기억해라. 십자가를 기억해라.’라고. 그렇게 멋지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이 나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망고와 카사바 튀김을 먹을 때, 까지지 않는 사탕 껍질을 깔 때, 쿰바야 찬양을 부르고 율동을 할 때, 어렴풋이 나를 기억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나를 기억할 때마다 우리가 함께 나누었던 복음도 기억했으면 좋겠다.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느니라.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그렇게 순간순간 떠오르는 기억을 타고 복음만이 새겨지기를. 그렇게 그 사랑만이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계속> [복음기도신문]

*이 칼럼은 필자의 저서 <작지만 피어있는 꽃들>에서 저자의 허락을 받아 발췌, 게재합니다.

김봄 | 기록하는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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