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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하 칼럼] 빈민식당, 울어버린 아이들

사진 : 원정하 제공

어제(29일) 생수의 강 기독학교 단기선교팀은 세 그룹으로 나뉘어서 마히마 교회의 저녁 사역에 투입되었습니다.

두 그룹은 각각 ‘샬미나가르’, ‘크리슈나스틸’ 빈민가로 가서 순회 어린이 사역을 참관했고, 한 팀은 저와 함께 봄베이 빈민 자선 식당에 갔습니다.

팀원들은 그 곳에서 말이 안 통하는 빈민 아이들과 같이 밥을 먹고 대화(?)를 하고 여러 놀이를 했는데… 갑자기 한 자매가 울어버리면서 식당은 눈물의 강이 되어버렸습니다. 그토록 거짓말과 말썽만 일으키던 거친 거리의 아이들이, 한국의 형 누나들에게 안겨 같이 한참을 우는 것을 보니 콧날이 시큰해 지더군요. 집도 없이, 때로는 부모도 없이 거리에서 살아가는 이 거친 아이들에게 이런 사랑은 생소하고 먹먹한 경험이었을 것입니다.

어떤 고아원 사역자들은, 단기선교팀 등에게 절대 아이들을 안아주지 말라고 합니다. 스킨십과 애정에 굶주린 아이들을, 하루 보고 다시는 안 올 사람들이 많이 사랑해 주면, 결국은 더 큰 상처를 받는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저는 생각이 달랐습니다.

평생 꿀꿀이죽만 먹다 죽는 것과, 평생 꿀꿀이 죽만 먹어도 인생에 한번은 궁전에서 식사를 대접 받아 보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행복할까를 생각해 보면, 저는 후자거든요.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입양하고 데려갈 것 아니면 사랑하지 말라, 맨날 먹일 거 아니면 적선하지 말라. 목양해 줄 것 아니면 전도하지 말라… 이런 식이면 누구도, 아무런 선행도 할 수 없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랑이고, 복음이고 재정이고… 기회가 한번 뿐이면, 한번이라도 전해야지요.

말도 안 통하는 빈민 아이들을 안고 같이 엉엉 울며 간절한 기도를 올린 아이들에게, 저는 이런 말을 해 주었습니다.

“책임지세요.”

선교사 헌신하거나 헌금 하라는 말은 안 할테니, 이 아이들과 찍은 셀카를 잘 간직하고, 인화해서 책상에 두고, 이름도 적어두고 기도하라구요. 언젠가 천국에서 만날 수 있도록! 다들 그러겠다 했습니다.

이제 저는 큰일 났습니다. 저는 매주 와서 수십만원어치의 밥을 주는 관대한(?) 사람이면서도 급식 순서를 속이거나, 장난감을 훔치거나, 나쁜 말 하는 빈민 아이들을 혼내야 하는 엄격한 사람이거든요.

이제 갈 때마다 빈민 아이들은 생수 팀 친구들 언제 오냐고 질문하며 저를 괴롭게 할 것이고, 또 제가 사역상 해야 하는 엄한 행동들도 저 단기팀 청소년들의 사랑에 비교해서 평가하겠지요. 제가 더 많이 사랑해서 이곳에 오고, 이 사역을 열고, 이들과 매주 함께 하는 것인데… 애정은 단기팀의 몫입니다.

어떤 담임 선생님들은 자기들에게는 철저히 거리를 두면서도, 몇 주 왔다 가는 교생에게는 눈물과 마음을 다 쏟는 학생들을 볼 때 어느정도 서운함을 느낀다 합니다.

정말 이 아이들을 사랑해서 인생을 교직에 바치고, 야근을 불사하고, 온갖 불평을 받아가며 학생들을 섬겨봤자 ‘담탱이’같은 모욕적인 별명으로만 불리는데, 저 젊은 교생들은 잠깐 와서 저런 사랑을 받으니…

그러나 담임선생님들은 당신들에게도 교생 시절의 따스한 추억이 있기에 너그럽게 웃으며 손수건을 건낼 수 있지요. 사실 졸업 후 철 든 제자들이 스승의 날에 진정한 감사를 표하며 찾아오는 건 교생이 아니라 그때 그 담임 선생님이니까요.

저 역시 단기선교에 헌신하던 이십대 내내, 장기 선교사님들보다 더 많은 사랑과 스포트라이트를 받곤 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때로는 엄하고, 사랑없고, 마치 ‘초심을 잃은 듯’ 보였던 현장 선교사님들을 정죄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의 그 선교사님들은 늘 저희를 귀엽게 봐 주셨지요. 고참 교사들이 교생들을 귀여워하듯 말이지요.

저는 이제 11년차 선교사입니다. 그러니 악역을 맡으면서라도, 그저 계속 현장을 지키려 합니다. 그 대신, 인도의 걸인 아이들에게 계속 멋진 교생 선생님들을 보내주겠습니다.

이 가난한 아이들이, 단기 선교사님들의 사랑을 누리는 가운데 더욱 행복하고 거룩하게 자라나기를. 그리고 언젠가 이 교생 선생님들 중 누군가는, 저보다 멋진 선교사가 되어 이 땅에 서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빈민식사 지정헌금이 거의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한번 출동에 60만원 이상이 들곤 하는데, 2만원도 안 남았네요. 이들을 기억하고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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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원정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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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원정하 제공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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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하 | 기독교 대한감리회 소속 목사. 인도 선교사. 블로그 [원정하 목사 이야기]를 통해 복음의 진리를 전하며 열방을 섬기는 다양한 현장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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