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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양 칼럼] 과학에 대한 착각과 선입관, 그리고 오해

사진: Aldebaran S on unsplash

눈먼 기독교(40)

진화론의 창시자인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을 발표한 지 2년 후인 1861년에 독일 바이에른에서 새와 공룡의 특징을 가진 시조새(조상새) 화석이 발견됐다. 이 시조새 화석 사진은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과서에는 반드시 실려 있을 정도로 아주 유명하다. 당연히 진화론자들은 이 화석이 파충류가 조류로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1984년 독일에서 열린 국제시조새학술회의는 시조새가 파충류와 조류의 중간 종(植)이 아니며 명백히 새의 일종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후 국제 학계에서는 더 이상 시조새를 진화의 증거로 주장하지 않고 있다. 국제시조새학술회의는 종교 회의가 아니다. 그들은 권위 있는 과학자들로서 객관적으로 시조새에 대해서 판단을 내린 것이다. 그런데 진화론자들이 대세인 우리나라에서는 시조새를 절대 진리인양 붙잡고 있다.[1] 그러다가 얼마 전 고등학교 과학교과서 출판사 몇 곳이 시조새 내용을 삭제 또는 수정하겠다고 결정을 내리자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주간지 「한겨레21」 사설은 시조새 삭제 사건에 대해 “기독교가 종교적 영감에 근거해 과학과 교육을 질식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2]

최초의 인류의 이름이 ‘루시’라는 것을 혹시 아는가? 미국 시카고 대학 대학원생이었던 도널드 조핸슨은 1974년 11월 30일 에티오피아의 하다르에서 발굴 작업을 하던 중, 팔뼈와 넓적다리뼈, 척추뼈, 골반뼈 등 인체의 40퍼센트에 가까운 당시까지 발견된 인류 화석 중 가장 완벽한 형태의 화석 무더기를 발견했다. 이것이 바로 고인류학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발견이라 불리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일종인) 루시다.[3] 이것은 물론 진화론자들의 주장이다.

세계적인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이[4] 지은 『위대한 설계』라는[5] 책이 있다. 그는 이 책에서 하나님이 우주를 창조한 것이 아니라 중력 법칙과 빅뱅이[6] 우주 탄생과 진화를 있게 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뇌는 부속품이 고장 나면 작동을 멈추는 컴퓨터다. 고장이 난 컴퓨터를 위해 마련된 천국이나 사후세계는 없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말하기도 했다. 컴퓨터는 아무리 정교해도 생명체가 아니다. 사람을 기계에 비유하고, 이 기계가 갈 사후세계는 없다고 말한 사람이 이 시대 최고의 석학으로 인정받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호킹에게 과학은 종교며, 그의 과학적 신념은 종교적 확신이다.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진화론은 과학이고 창조론은 종교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크나큰 착각이다. 진화론이나 창조론 모두 가설이다. 즉, 증명이 불가능한 것이다. 사람들이 흔히 가지고 있는 선입관과 오해는, 진화는 과학적이고 창조는 비과학적이라는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과학으로 검증되지 않기에 창조론이 틀린 것이라면, 같은 이유로 진화론도 틀린 것이다. 증명이 불가능하기에 진화론은 과학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신념이다. 삶의 가치 체계다. 그래서 진화론을 믿으면서 동시에 성경을 믿을 수는 없다. 진화는 ‘우연’을 절대시한다. 인격을 가진 하나님이 세상을 만들었다는 것은 믿을 수 없지만, 세상의 모든 것이 ‘우연히’, ‘자연에 의해’ 선택되어 그렇게 만들어졌다는 것을 그들은 믿고 있다. 그들은 자연을 ‘신’으로 삼고, 우연을 ‘신적 능력’으로 믿고 있다. 결국 진화론자 역시 ‘무신론’이라는 종교를 신봉하고 있는 것이다.

진화론과 창조론의 조화?

기독교인 가운데도 과학의 절대성과 객관성을 성경 못지않게 신뢰함으로 진화와 창조가 별개의 것이 아니라는 견해를 가진 자들이 적지 않다. 물론 종(種) 안에서 이뤄지는 소진화(小進化)에 대해서는 진화론 반대론자들도 그것을 수용한다. 그러나 문제는 종에서 종으로 넘어가는 대진화(大進化)다. 이것에 대해서는 학계에 아직 결정적인 증거 화석이 없어 ‘잃어버린 고리’(missing link)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잃어버린 고리는 앞으로도 영원히 발견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태초에 천지와 그 가운데 생물을 창조하실 때 처음부터 각기 ‘종별’(種別)로 만드셨기 때문이다.[7]

주창자인 찰스 다윈도 정확히 입증하지 못한 가설인 진화론은 이미 앞전 세기부터 기독교 신앙을 대적하며 효과적인 사상으로 자리 잡았다. 무신론의 최고 무기 중 하나인 진화론은 지속적으로 승리를 거두어 이제 기독교 신앙을 가진 자들에게도 침투하게 됐다. 적지 않은 기독교인들이 은근슬쩍 진화론과 창조론을 융합시키며 창조 신앙을 변질시켰는데,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유신론적 진화론이다. 이것은 하나님이 진화가 되도록 창조하셨다는 논리다. 일견 그럴듯해 보이는 이 주장은 결국 진화론을 거부하지 못한 자들의 신앙적 굴복이다. 미국의 주요 기독교 교단들은 점점 이러한 추세에 굴복하고 있다.[8]

2011년, 로이터통신이 23개국 1만 8829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전 세계인의 41퍼센트가 진화론을, 28퍼센트가 창조론을 믿는다고 나타났다. 국가별로는 미국, 인도네시아, 한국, 브라질 순으로 창조론을 많이 믿는 것으로 조사됐다.[9] 미국은 대표적 기독교 국가로서, 인도네시아는 최대의 이슬람 국가로서 다른 나라에 비해 창조에 대한 믿음이 더 강한 것으로 보여진다. 우리나라는 기독교인의 수가 점점 줄고 있지만, 그래도 교회를 다니는 자라면 성경적 창조론을 선택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추측되고, 브라질은 최근 개신교가 크게 부흥하는 현상과 관련이 있는 듯싶다.

과정 철학자 화이트헤드는 “우리는 신학을 과학으로부터 피하게 할 수 없으며, 과학 역시 신학에서 피하게 할 수도 없다”고[10] 했다. 그는 신학과 과학의 상호 조화를 염두에 두고 이런 말을 했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과학은 신학과 나란히 할 수 없다. 올바른 신학은 과학 앞에서 기죽을 필요도 없다. 과학은 하나님을 증명할 수 없고, 하나님의 창조 섭리와 구원 경륜을 이해할 수도 없다. 아니,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과학 자체가 하나님을 발견해도 하나님을 믿지 않는 과학자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과학을 기준으로 하나님과 성경을 논하는 것은 어리석은 지성이다.

과학을 토대로 한 경험 절대주의 사상은 계몽주의의 필연적인 열매다. 동시에 ‘진보’라는 이름의 (후기) 현대주의의 뿌리다. 이 시대에 인정받는 사상가가 되기 위해서는 기독교의 전통적 신앙 고백을 부인하는 것이 필수 요소로 돼 있다. 그 신앙 고백 가운데는 창조주 하나님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주목받는 사상가라면 창조라는 개념 자체를 부정해야 하는 시대가 돼 버렸다. 그래서 순수한 창조 신앙을 갖지 않으면서도 기독교를 믿는다고 말하는 자들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독교 진보 인터넷 언론을 표방하는 「뉴스엔조이」에 성경을 문자 그대로 믿는 자들을 비판한 어떤 목사의 글이 실렸다.[11] 비교문화학[12] 전공자인 저자는 창조과학을 신뢰하는 자들이 과학으로 통칭되는 고고학, 생물학, 지질학, 천문학 등의 객관적인 사실을 무시한 채 성경에서 말하는 내용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는 이런 현상이 한국 교회에서 특히 심각한데 이러한 문자주의에[13] 물든 사람들은 결국 인지부조화(認知不調和) 증상에 걸린 것과 다름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만약 창조과학이 맞다면, 왜 노벨상을 타지 못하느냐고 비웃는다. 인지부조화가 무엇인가?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 자신의 신념이 너무나 강하여 왜곡된 내용을 사실인 양 붙잡는 일종의 정신증이다.[14]

이 글은 창조 과학을 주장한 과학자들이 모두 학계에서 알아주지 않는 B급 학자라고 말한다. 이 글의 저자는 과학이 절대적 기준이라는 신념과 함께 과학계가 객관적이라는 순진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현재에도 과학은 역시 결코 완전하지 않다. 그리고 과학계는 절대 객관적이지 않다. 객관적 사실과 자료를 자신의 세계관에 맞게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곳이 과학계이기 때문이다.

위 저자는 다른 글을 통해 자신이 유신론적 진화론자임을 암시한다. 그리고 자신의 신념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세계적인 기독교 변증가 두 사람을 인용한다. 하나는 C. S. 루이스고, 또 다른 하나는 앨리스터 맥그래스다.[15] 두 사람 모두 존경받는 기독교인이자 지성인으로서 이들이 선택한 신앙과 과학의 조화가 바로 유신론적 진화라는 것이다. 그리고 유신론적 진화론을 옹호하기 위해 세계적인 석학 한 명을 더 인용하는데, 그가 바로 프랜시스 S. 콜린스라는 과학자다.


[1] 어떤 학자들은 시조새가 아니더라도 수각류 공룡에서 현생 조류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주는 다른 원시 조류의 화석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2] 결국 이 논란은 과학계 자문단체인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개입하여 진화론 측의 주장을 옹호함으로써 약간의 수정과 보완을 거쳐 시조새 내용을 그대로 남기기로 결론이 났다.

[3] 도널드 조핸슨, 『루시, 최초의 인류』, 김영사 一 조핸슨이 화석 이름을 루시라고 지은 것은 발동 당시 라디오에서 비틀즈의 노래 ‘Lucy in the Sky with Diamond’가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1996년 프랑스 파리 사이요 궁 안의 인류사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루시를 보았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 크기의 뼈들을 늘어놓고 그것을 최초의 인류라고 명명해 놓은 것을 본 기억이 난다.

[4] 2009년까지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석좌교수로 재직한 영국의 이론물리학자다. 22세에 난치병인 루게릭병 진단을 받고 시한부 생명을 선고 받았으나 지금까지 투병하며 학계에서 일하고 있다.

[5] 원제 The Grand Design, 스티브 호킹과 레오나르도 뮬로디노프 공저, 까치

[6] Big Bang, 대폭발 이론은 약 150억 년 전에 물질과 에너지, 공간이 한 점으로 있다가 우주 시간 0초의 순간에 폭발함으로써 현재의 우주가 형성되었다고 보는 가설이다.

[7] “하나님이 이르시되 땅은 풀과 씨 맺는 채소와 각기 ’종류대로’ 씨가진 열매 맺는 나무를 내라 하시니 그대로 되어, 땅이 풀과 각기 ‘종류대로’ 씨 맺는 채소와 각기 ‘종류대로’ 씨가진 열매 맺는 나무를 내니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 하나님이 큰 바다 짐승들과 물에서 번성하여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그 ‘종류대로’, 날개 있는 모든 새를 그 ‘종류대로’ 창조하시니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 하나님이 이르시되 땅은 생물을 그 ‘종류대로’ 내되 가축과 기는 것과 땅의 짐승을 ‘종류대로’ 내라 하시니 그대로 되니라, 하나님이 땅의 짐승을 그 ‘종류대로’, 가축을 그 ‘종류대로’, 땅에 기는 모든 것을 그 ‘종류대로’ 만드시니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 (창세기 1장 11-12, 21, 24-25절).

[8] 미국복음루터교회는 하나님이 창조의 과정 안에 진화를 사용하셨을 수도 있다는데 동의한다. 미국장로교회(PCUSA)는 진화론과 성경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고 선언하였다. 연합그리스도교회는 진화론과 창조신앙은 함께 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연합감리교회는 우주와 지구와 생물의 진화에 대한 과학의 설명은 교회가 견지하는 신학과 충돌하지 않는다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그리고 미국성공회는 창조론의 완고한 교리주의를 거부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으며, 특히 지적설계 이론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견해를 표명하였다. – 「소리」, 2009년 4월호

[9] 「국민일보」, 2011년 4월 27일

[10] A. N. 화이트헤드, 『종교론(宗敎論)』, 종로서적, 60쪽

[11] 2012년10월

[12] intercultural studies, 국제문화학

[13] 물론 성경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일 때 그 의미가 정확하지 않은 내용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창세기가 말하는 6일 동안의 창조는 과학적으로 난해하다. ‘하루’ 또는 ‘낮’을 의미하는 히브리어 욤(yom, 영어로day)이 정말로 24시간이라면 단 며칠 만에 온 우주가 만들어졌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yom’의 의미를 ‘day’가 아닌 ‘period’ 즉 ‘기간’으로 해석하여 창조 시간으로서의 yom은 수천만 년 또는 수억 년의 시간을 의미한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이런 해석은 창조과학 내에서도 존재한다. 一 그러나 필자의 판단은 다르다. 인간의 관점으로 볼 때, 수억 년의 시간이 흘러야 나올 수 있는 결과를 전능하신 하나님은 순식간에 만드실 수 있다고 믿는다. 생각해 보라. 하나님이 만드신 최초의 인류 아담은 과연 몇 살의 모습으로 만들어졌겠는가? 성경의 내용을 검토해 보면 하나님은 처음부터 아담을 청년의 모습으로 만드셨다. 즉, 아담을 갓난아기로 만들어서 수십 년의 세월 동안 키워서 청년 아담을 만드신 것이 아니었다. 하나님은 수십 년 세월을 초월하여 청년을 만들 수 있는 분이시다. 마찬가지로, 하나님은 수십억 년의 세월을 초월하여 우주를 만들 수 있는 분이시다. 필자와 같은 견해를 ‘성숙한 창조론’이라 한다. 물론 이것은 전적으로 개인적 견해다.

[14] cognitive dissonance

[15] Alister Mcgrath, 성공회 신부 겸 신학자,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분자생물학 박사와 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무신론자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을 반박한 『도킨스의 망상-만들어진 신이 외면한 진리』라는 책으로 유명하다.

[복음기도신문]

*이 칼럼은 필자의 저서 <눈먼 기독교>에서 저자의 허락을 받아 발췌, 게재합니다.

Park Sun

박태양 목사 | 중앙대 졸. LG애드에서 5년 근무. 총신신대원(목회학), 풀러신대원(선교학 석사) 졸업. 충현교회 전도사, 사랑의교회 부목사, 개명교회 담임목사로 총 18년간 목회를 했다. 현재는 (사)복음과도시 사무총장으로서 소속 단체인 TGC코리아 대표와 공동체성경읽기 교회연합회 대표로 겸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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