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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국 칼럼] 라오스 깡촌에서 온 ‘캄칸’이 떠나다

사진: Odd Fellow on unsplash

1월에는 7년을 키웠던 “티다”를 떠나 보냈는데 이번 달에는 9년 키웠던 “캄칸”을 떠나 보냈다. 딸을 시집 보내는 느낌이다.

‘섭섭 시원함’

그의 장래를 위해서는 떠나보내야 하고 내 옆에서 정들었던 묵묵한 조력자를 잃는 것에 대한 섭섭함이다.

인내의 상징

‘캄칸’은 우리 나사렛 센터의 인내의 상징이 되었다. 떠나보내기 전날밤 조촐한 송년회를 열고 남아 있는 아이들한테 그동안 캄칸에 대해 배울점이 무엇인지 나누게 했다.

모두가 말한 내용 중에 다수는 그의 ‘인내’였다. 방학이 되어 모두가 집에 돌아가도 캄칸은 라오스가 집이라서 혼자 센터를 지킬 때가 많았다.

또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태도로 말미암아 지금에 이르렀다.

캄칸과 함께 왔던 또 다른 아이가 있었다. 그는 두뇌가 명석해 금방 이해하고 외우기도 잘했지만 졸업을 1년 남겨 놓은 지난해에 학업을 포기했다. 머리가 좋으니 머리를 굴려 공부 안 하고 점수 받는 방법을 연구하고 쉬운 길을 택하다가 점점 뒤쳐지더니 그는 결국 학업을 포기했다.

작년부터 ‘워렌 위어스비’가 쓴 ‘비 오비디언스’라는 책으로 캄칸과 일주일에 두 번씩 북스터디를 했다. 이 책은 아브라함의 인생을 묵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브라함이 75세에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 100세에 이삭을 낳기까지, 그리고 아브라함의 인생 전체는 기다림과 인내의 여정이다. 이 책을 선택하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캄칸은 떠나면서 아브라함 25년의 인생을 자기의 캄보디아에서 9년과 비교하며 송별회 때 간증하였다.

라오스 깡촌의 아이

라오스 스남사이는 라오스와 캄보디아, 베트남의 삼각지역이면서 상대적으로 도로나 인프라의 발전이 뒤쳐진 지역이다. 하지만 이 지역이 농업지역이라서 마을 마을마다 인구가 많고 마을마다 교회가 있다. 교회마다 전임 목사는 없다. 교회 지도자들은 저마다 농사일을 하며 교회를 이끌어가고 있다.

2015년 초등학교 5학년을 마치고 학업을 중단한 캄칸을 데리고 캄보디아 스텅트랭으로 데려와 캄보디아어를 가르쳐가며 로컬스쿨에 보냈다.

고3때 졸업 시험이 있는데 캄보디아 국적이 없으면 이 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졸업 시험을 볼 수 있는 프놈펜 학교로 전학을 시킨 것이다.

캄칸은 손재주가 너무 좋다. 캄칸과 함께 있는 동안 센터 내 공사도 많이 했다. 옆집 사이에 담을 치는 작업을 했다. 철근을 사용한 시멘트 기둥을 세우고 벽돌을 쌓았다. 내가 쌓으면 삐뚤빼뚤인데 캄칸이 쌓으면 반듯하다. 용접도 내가 하면 금방 떨어지는데 캄칸이 하면 깔끔하다. 아이들만의 힘으로 10미터 10미터 짜리 체육관도 지었다. 이 때도 캄칸은 주도적 역할을 했다. 나무도 잘 타고 높은데도 잘 올라간다. 울타리를 만들 때 단단한 땅을 파고 기둥을 심어야 하는데 정말 요령껏 잘도 판다. 기타도 잘 치고 찬양도 잘한다.

이제 더 큰 연못에 가서 놀 때가 된 것이다.

프놈펜에서 주춧돌이 되다

1월에 티다가 프놈펜에서 대학생 모임을 만들어 매주마다 대학생 모임을 주도하고 있다고 했다. 자매들만 모이는 모임에 캄칸이 기타를 들고 들어가니 모임에 활기가 넘치게 되었다.

티다와 캄칸을 주춧돌 삼아 대학생 사역을 시작하고 계신 선교사님은 나에게 고마움을 표시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 선교사님이 고맙다.

“제 때가 되었구나!” “떠나 보내는 게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내 눈에는 캄칸이 아직 철부지로 보인다.

‘독립성이 없다’ ‘주도성이 없다’ ‘자신감이 없다’ 등등…

그렇다. 나의 리더십 아래 있었으니 내 눈치를 얼마나 많이 보고 살았을까? 자기 마음대로 해보지 못하고 돈도 없으니 나만을 의지하며 살았을 것이다.

캄칸을 떠나보내면서 말했다.

“나는 너를 어린아이로 대했지만 프놈펜에 가면 너를 어른으로 대할것이다”

“이제 어른으로 살아야 한다. 어른으로 산다는 것은 항상 의무와 책임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

“더 넓은 데 가서 많은 것을 보고 너 자신을 알고 하나님이 주시는 꿈을 찾아보거라” [복음기도신문]

정성국 | 캄보디아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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