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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봄 칼럼] 교회 학교에 갔다고 매맞는 이브라임

사진: Annie-Spratt on Unsplash

이브라임이 친구 아르파와 용꼬를 데리고 교회에 왔다. 이브라임처럼 학교 등교가 꿈인 아이들이었다. 학교에 가지 못하고 밭과 산, 그리고 시냇가가 일터가 된 세 아이는 입고 온 옷 때문에 100여 명이 넘는 교회 학교 아이 중에서 단연 눈에 띄었다.

평소에는 넝마 같은 옷을 입고 다니는 아이들이라도 예배 때만큼은 가장 깨끗하고, 좋은 옷을 입고 오는데, 세 아이는 닳아서 찢어지고 구멍 난 옷을 입고 있었다. 지나가는 개도 쳐다보지 않을 쓰레기보다 못한 옷을 입고 온 아이들에게서는 악취마저 났다.

가장 좋은 옷을 입고 온몸에 포마드 기름까지 바르고 한껏 멋을 낸 아이들 틈에서 세 아이가 주눅은 들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그런데 교회 학교 아이들은 새 친구가 왔다며 환영해 주었고, 삼총사 역시 찬양도 따라 하고, 말씀도 집중해서 잘 듣고, 즐거워했다. 그 누구도 세 아이가 뭘 입었는지 신경 쓰고 있지 않은데 나만 신경 쓰고 있었다. 여전히 눈에 보이는 것이 중요한 나는 아이들을 통해 마음을 보시는 예수님의 사랑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예배가 끝나고 돌아가는 길. 이브라임은 ‘내일 또 와도 되냐?’고 물었다. 학교니까. 학교는 매일 가는 곳이니까. 당연히 이브라임은 내일도 와야 하는 줄 알았겠지. ‘교회 학교는 일주일에 한 번만 온다’라고 대답하는데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학교에서 숙제를 내주듯 ‘다시 만날 때까지 오늘 배운 대로 기도하고 오늘 배운 찬양을 하라’는 숙제를 내주었다.

학생처럼 숙제를 받은 이브라임은 의연한 표정으로 ‘기도 열심히 하고 찬양하겠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브라임의 기도 응답은, 아버지의 폭력이 되어 돌아왔다.

주일 다음날, 여느 날과 다름없이 팬티 바람으로 냇가에서 포댓자루를 씻고 있는 이브라임의 검은 피부 위로 시퍼런 멍 자국이 선명했다. 교회 학교에 갔다고 아버지에게 맞았다는 이브라임 말에 가슴이 아팠다. 아이를 때리는 아이의 아버지에게 화가 났고, 무슬림 가정의 아이가 교회에 오기 위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깊이 알지 못했던 나는 미안했다.

알았다고 하더라도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절망했다. 어떻게 이브라임을 위로해야 할지… 마땅한 말도 생각나지 않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통역가인 폴 없이는 어떤 말도 할 수 없는 내가 원망스러웠다. 갖고 있는 사탕과 비스킷을 주면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돌아서서 울었다.

그 어린 인생이 너무 가혹했다. 나는 차마, ‘그래도 교회는 꼭 나와야 해’라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예수님은 너를 구원하기 위해 십자가에서 죽기까지 했는데, 고난쯤은 이겨내야지.’라는 지당하면서도 당연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아이에게 긍휼을 베풀어달라고, 아이를 지켜달라는 기도뿐이었다.

그런데, 다음 주 주일도 이브라임은 양손에 아르파와 용꼬를 끌다시피 하고 교회에 왔다. 이미 이브라임 마음속에는 나는 교회 학교 학생이라는 자부심이 가득한 것 같았다. 나는 아이들에게 새 옷을 선물했다.

그런데, 그 옷은 하루도 입어보지 못하고 아버지에게 뺏겨, 팔렸다고 한다. 대신, 아버지가 때리지 않았다며, 교회에서 뭔가를 받아오면 아버지가 때리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이브라임에게 주일마다 사탕과 과자와 옷과 신발들을 손에 쥐여주고 집으로 보내고 싶었지만, 에브라임이 교회에서 받을 수 있는 것은, 진리의 말씀. 예수님의 사랑이기만을 바랬다.

그래서 이브라임 아버지가 원하는 것을 줄 수가 없다고 했더니, 이브라임은 괜찮다고 했다. 하지만 어두운 표정은 감추지 않았다. ‘또 맞으면 어떡하지?’ 아이의 마음이 전해져 나도 조금은 두렵고 걱정이 되었다.

맞으면서 교회에 다니는 아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속수무책 고민만 하는 내가 한심했다. 그런 나의 자책과 걱정을 위안하듯 이브라임은 계속해서 교회 학교에 왔다.

나는 매일 교회 학교에 오고 싶어 하는 이브라임과 용꼬 아르파를 위해 교회 마당에 작은 공부방을 열었다. 한국에서 가져간 색칠공부 교재와 색연필을 나눠주고 그림을 그리게 하고, 알파벳을 가르쳤다. 비록 책상과 칠판은 없고 버려진 교회 장의자를 책상 삼아 무릎 꿇어 공부해야 하지만 아이들은 마치 세상을 다 얻은 표정이다.

이브라임이 환하게 웃는다.

하나님도 웃으시겠지? <계속> [복음기도신문]

*이 칼럼은 필자의 저서 <작지만 피어있는 꽃들>에서 저자의 허락을 받아 발췌,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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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봄 | 기록하는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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