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것은 모든 선교사들에게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선교사의 존재 목적과 관련이 있다. 선교사가 많은 노력을 하고 희생을 해도 그 목적을 벗어나면 헛수고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선교사는 이 질문에 대하여 평생 생각해야 한다.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선교사 자신 스스로의 대답보다 현지 지도자의 답이 더 정확할 수 있다. 왜냐하면 선교사는 자신의 의도와 편견에 더 사로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오늘 한 현지 지도자의 의견은 이 질문에 대하여 명확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 아시아 기독교 협의회(Christian Conference of Asia) 총무를 역임한 쁘라웻 (Prawate Khidarn) 박사의 의견이다.
6월 21일 ‘다문화 커뮤니케이션 리더십 개발 포럼’에서 쁘라웻 박사는 다문화 상황에서 선교사들의 사역 방향을 4가지로 제시하였다.
“첫째, 다문화 사회의 언어, 문화, 기술 등등에 대한 배움과 적응을 하십시오”
“둘째, 지도자가 되기 보다는 격려자와 지원자가 되어 주십시오”
“셋째, 주인보다는 협력하는 파트너가 되어 주십시오”
“넷째, 건물을 세우기보다는 사람을 세워주십시오”
위의 네가지 의견은 다문화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들이 꼭 들어야 할 방향이다. 사역 방향과 존재 이유에 대하여 분명한 답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마지막 넷째 주제에 대하여 강조하였다.
“건물을 세우는 것보다 사람을 세우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사람을 세우면 더 큰 역할을 하고 오래 남습니다.”
쁘라웻 박사의 주장은 그 포럼의 기조강연 내용과 맥을 같이 한다. 풀러 신학교(Fuller Seminary)의 원로 교수인 박기호 박사는 기조강연에서 한국 선교사들의 사역 형태에 대하여 날카롭게 지적하였다.
“한국 선교사들은 한국교회가 좋아하는 것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는 선교지에 건물 짓기를 좋아하는데, 선교지에 많은 교회당을 건축하였습니다.”
“그렇게 하므로 현지 교인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지 못하게 해버립니다.”
“일부 교회당은 주일에 예배가 없이 소들이 돌아다니는 곳도 있습니다.”
“이제 선교사는 건물을 짓지 말고 현지인들이 못하는 것을 해야 합니다.”
영향력 있는 두 지도자의 의견은 선교사들은 물론이고 한국교회도 깊이 새겨야 할 방향이다. 한국 교회는 교회당 건축에 정말 열심이다. 센터 건축도 열심이다. 건물을 세우는데 남다른 헌신을 한다.
건축은 많은 재정과 헌신이 들어간다. 이런 헌신들을 통하여 건강한 교회가 세우기를 소망한다. 그런데 쁘라웻 박사와 박기호 교수는 이런 건물 건축 사역에 대하여 재고하라고 권한다. 같은 포럼에서 이런 동일한 의견은 건축 사역에 대한 우려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선교사들은 한국교회가 원하는 선교지의 건축 사역을 거부하는 것이 쉽지 않다. 후원자와의 관계 때문이다. 한국교회는 대개 교회의 목표에 따라 건축을 안내하는 선교사를 좋은 선교사라고 평가하곤 한다. 더 나아가서 후원교회는 그 선교사를 신뢰하고 후원관계가 더 깊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지 교회에서도 건축을 연결하는 선교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곤 한다. 능력이 있는 선교사라고 보기도 한다. 현지 교인들도 희생하지 않고 편하게 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은 경향이 크다.
그런데 이런 선교 후원 관계의 확장이나 현지교회의 좋은 평가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현지 교회가 하나님 앞에 헌신하고 건강한 교회가 되는 것이다.
박기호 교수는 이것을 분명히 지적하였다. 한국교회가 좋아하는 선교지 건축 지원을 많이 할수록 선교지 교회는 더욱 약화되고 있다. 가난하고 힘들어도 현지인들이 스스로 건축하면 예배도 더 열심히 나오고 헌금도 더 많이 한다. 주인의식이 분명해지고 전도와 부흥으로 연결되곤 한다.
사실 이것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한국교회가 어려운 시기인 19세기 말부터 부흥한 이유가 있다. 선교사들은 가난한 한국교회 성도들이 헌신할 수 있도록 하였다. 미국 교회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한국인 스스로 헌신하도록 하는 것이 결국 더 건강한 교회가 되기 때문이다. 선교사들은 교회당 건축을 지원하지 않았고 사람 세우는데 집중하였다.
코로나 시대에도 한국교회의 선교지 교회건축 지원 사역은 계속되었다. 코로나가 끝나고 한국 경제가 더 어려워졌지만 교회건축은 계속한다. 어려운 상황에도 애쓰는 성도들의 헌신이 놀랍다. 그중에 분명히 현지 교회가 최선을 다하다가 도움이 필요한 상황도 있을 것이다. 이 경우는 하나님 안에서 서로 의존하는 은혜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많은 경우는 현지인들이 제대로 헌신도 하기 전에 한국교회가 지원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후원하는 한국교회나 선교사들에게 두 지도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 교회건축 지원을 제고하라고 한다.
그리고 다른 방향을 제시한다. ‘건물 세움 보다는 사람 세우는 일’이다. 왜냐하면 건물 세움보다 사람 세움이 훨씬 중요하며 가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미국 선교사들은 떠났지만 한국교회는 한국인에 의해 건실하게 이어졌다. 만약 그들이 한국을 위하여 교회건축을 열심히 지원하였다면 한국교회는 여전히 선교사의 도움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130년 전 한국교회에서 선교하던 미국 장로교 선교사들의 선견지명이 존경스럽다. 두 지도자는 현지 교회의 헌신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선교역사의 교훈을 다시 강조하는 것이다. [복음기도신문]
오영철 선교사 | 1995년 GMS 선교사로 태국에 파송된 뒤, 현지 신학교에서 학생과 목회자를위한 교수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이곳에서 소수부족인 카렌족교회가 주민족인 타이족을 위한 선교적 교회를 세우는데 관심을 갖고 이들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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