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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일 칼럼] 형제의 나라, 한국과 터키(1) – 터키군의 6.25전쟁 참전사

▲ 11개국 2311명이 잠들어 있는 부산 ‘유엔 기념공원’ 내 터키 군 영역에는 462명의 전사자 묘소가 있으며, 이곳을 찾는 이들에 의해 지금까지 1000만 번 이상이 헌화되었다.

밖에서 보는 이슬람(66) 

터키 군 참전의 역사적 의의를 되새기며 

1950년에 발발한 6.25전쟁이 올해로 73년이 흘렀다. 6·25전쟁은 민족적으로는 남북 간의 동족상잔을 불러일으킨 가슴 아픈 전쟁이다. 동시에 전 세계적으로는 인간이 중시해야 할 궁극적 가치를 놓고, 자유민주주의와 사회주의 양대 진영이 힘을 겨룬 국제적 전쟁이기도 하다.  

북한의 김일성과 소련의 스탈린 주도하에 시작된 이 전쟁은 한민족을 미증유의 참화 속으로 내몰았으며, 한편으로는 많은 교훈을 우리에게 던져 주기도 했다. 그중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제 사회에서 자유와 평화를 지키려는 열망이 마르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용기 있는 우방국 군인들이 이 가치를 지키기 위해 먼 나라 낯선 땅에서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북한군의 침공이 있었던 바로 다음 날, 유엔은 즉각, 비상 안전보장이사회를 열어 ‘적대 행위를 즉각 중지할 것’을 요구했고, 북한이 이를 무시하자 이틀 후 ‘세계평화와 한반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공동 행동’하기로 결의했다. 이날 유엔 결의에 호응한 16개 국가가 전투부대를 한국에 파병했고, 5개 국가가 의료지원단을 보내 우리를 지원했다. 유엔군 장병들은 자유민주주의와 세계평화라는 보편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한국에서 피를 흘렸다.  

1950년, 자유와 평화를 위협했던 북한은 현재 수많은 사람의 자유와 인권을 유린하고, 또 많은 사람을 기아에 빠뜨리면서 체제 붕괴의 위기에 직면해 그를 지원했던 소련은 이미 1990년 자체의 모순에 의해 스스로 공산주의를 포기했으며, 내부로부터 붕괴하였다. 중국 또한 극단적 공산주의 이념과 제도가 갖는 폐해를 인식하고 이를 교정하면서 번영과 국제 협력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대한민국은 1950년 당시 지키고자 했던 인간의 자유와 인권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며 국제 사회에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결국 유엔 참전 16개국의 군인들이 3년간 한국 땅에서 보인 희생은 절대 헛되지 않았으며,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있게 한 밑거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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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대한민국의 위기 시에 참전해 피를 흘린 참전국의 고귀한 희생을 기억해야만 한다. ‘자유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Freedom is not free!)’라는 말에서와 같이, 자유는 그것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의 고귀한 희생을 딛고 자란다. 한편, 피할 수 없는 전쟁에서 불필요한 희생을 줄이고자 한다면, 과거의 문제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미래의 잘못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엔군은 자유와 평화 수호의 십자군으로서 이역만리 한국의 전장에 뛰어들어 생소한 기후풍토에 시달리면서도 용전분투했다. 그 덕에 한국은 공산 침략을 응징한 후 전쟁 전의 현상에서 휴전을 할 수 있었다. 

전후 우리나라는 전쟁 복구 과정에서도 유엔 회원국과 국제 사회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 후 지금까지 정치·경제뿐만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유엔 참전국과 활발한 교류를 유지해 왔다. 그 결과 오늘날, 우리나라는 국제 사회에서 책임 있는 위치에 설 수 있게 됐다. 

오늘의 시점에서 우리는 잊혀 가는 6·25전쟁의 의의를 새롭게 조명하고, 한반도와 세계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피 흘려 싸운 참전 우방 국가의 공적을 기억하고, 앞으로 미래의 동반자로서 더욱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이중, 터키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한국과 유사하게 공산주의의 위협에 직면하고 있었다. 당시 대전의 악몽에서는 조금씩 벗어나고 있었으나, 공산주의의 위협이 나날이 증대됨에 따라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었다. 그러므로, 터키 정부는 한국으로 눈을 돌릴 여유가 없는 상황이었지만, 자유 대한민국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즉시 유엔에 참전 의사를 표명하였다.  

전쟁 기간 중 터키는 지상군 보병 1개 여단 5455명이 참전하였고 연인원 총 1만 4936명을 투입하였다. 터키 제1여단은 3개 보병대대와 1개 105mm 곡사포 대대, 그리고, 그 지원부대로 구성되어 1950년 10월 17일 부산항에 도착하여 활동을 개시하였다.  

터키군은 처음 미 제9군단에 배속되어 후방지역 경계 작전을 수행하다가 한 달 후부터 전방 지역 작전에 참여하였다. 터키 여단은 1년 후인 1951년 11월에 제2여단과 교대하였으며, 제2여단은 1952년 8월에 제3여단과 교대하였다.  

터키군은 군우리 전투, 용인 김량장 전투, 연천북방 장승천 전투, 고랑포 서북 네바다 전초전 등 한반도 곳곳에서 여러 차례 공방전을 거듭하면서 격전을 치렀다. 터키군은 휴전 후 1954년 1개 중대를 제외하고 철수하였으며, 1971년 7월 의장대를 마지막으로 전원 철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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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군 다음으로 많은 병사를 파병해서 용감하게 싸운 터키 군인들(1951)

유엔 참전국의 활동을 조망하면서, 당시 국내외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머나먼 대한민국에 군을 파견하여 자유와 평화를 수호했던 터키 국민과 군인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이때의 유대가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바란다. 또 자유와 평화 수호의 십자군으로서 이역만리 한국에서 산화한 터키군 전몰장병에 대해 이 기회를 빌려 다시 한번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 

대한민국 정부수립과 한·터키 외교관계의 재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미국은 연합국의 일원이든 소련과 라이벌 관계에 돌입하자 터키의 지정학적 위치를 중시하여 터키를 지원하기 시작하였다. 터키는 1947년 3월 트루먼 독트린을 배경으로 미국으로부터 군사 원조와 경제 원조를 받기 시작했다.  

터키로서도 러시아와 오스만 튀르크 제국 간의 구원이 있을 뿐 아니라, 선조의 터전이었던 중앙아시아가 소련의 지배를 받고 있고 그곳에서 자신들의 동족들이 신음하고 있어서 당연히 반공 노선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터키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자 이듬해 대한민국 건국을 승인하였다. 

남북으로 갈린 우리 민족도 북한이 공산화되자 남한은 반공을 국시로 삼으며 공산주의를 저지하고자 했다. 그러나 소련의 지원을 받는 북한으로부터 공격받음으로써 일대 국가적 위기를 맞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엔의 참전 결정에 터키가 동참함으로써 우리 민족과 튀르크 민족 간의 군사적 협력은 고대 고구려-돌궐 관계 이래 다시 개시되었다. 터키는 최초 한국전쟁에 5000명을 파견할 계획을 세우고 지원병을 모집했다.  

터키 젊은이들은 ‘형제의 나라’에서 전쟁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최초 계획을 훨씬 웃돈 1만 5000명이 지원했으며, 파병이 다소 늦어지게 되자 터키의 고등학생들이 “왜 형제의 나라에 군대를 파견하지 않느냐”라고 하면서 데모를 벌이기도 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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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유엔 기념공원과 터키 군 묘소를 찾은 터키 참전 용사들과 가족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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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일 | 장신대 신대원, 국립 이스탄불대 역사학과 석사, 박사, 前 중동선교회(MET) 본부장, 現 터키어권선교회(FOT) 대표. 국내 이슬람권 선교사 네트워크 회장, ‘전방개척선교(KJFM)’ 저널 편집인, 아신대(ACTS) 중동연구원 교수. 저서: ‘밖에서 본 이슬람, (1)무슬림 이해하기’ / (2022, 라비사북스). ‘벌거벗은 세계사(경제편)’/ (2023,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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