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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구 칼럼] 우리 시대의 크리소스톰

5월 초 나는 1주일 동안 사도바울의 선교 여행지인 그리스에 다녀왔다. 벼르고 벼려서 AFC 선교회 회원들과 함께 6박 7일 동안 다녀왔다. 이번 여행은 23년간 그리스 선교사역을 했던 손영삼 목사의 인도로 빡빡한 일정 가운데 거의 모든 지역을 탐방했다.

사실 그리스는 동방 정교회(東邦 正敎會) 중심적인 나라이다. 기독교는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의 죽음과 부활로 세워진 종교이다. 예수 그리스도 이후에 예수님의 12제자들이 생명의 복음을 증거하다가 순교의 잔을 마셨다.

그리고 12사도의 가르침을 받은 자들을 우리는 속사도(續使徒)라고 한다. 예컨대 서머나의 폴리갑, 로마의 클레멘트, 안디옥의 이그나티우스, 알렉산드리아의 바나바, 로마의 헤르메스 등이 있다. 그리고 그들의 대를 이은 분들을 이른바 교부(敎父)들이라고 한다. 그래서 어거스틴이 죽은 해인 410년까지를 <교부시대>라고 하지만, 학자들에 따라서는 6~7세기까지 보는 자들도 있다.

교부들은 기독교 신학과 신앙의 기초를 놓은 분들로, 그들의 신학과 성경해석, 그리고 성도들의 경건한 삶은 후일 종교개혁(宗敎改革)의 근거가 되었다. 이렇게 본래 하나였던 기독교는 1054년에 동로마교회와 서로마교회로 분리된다. 그리고 서로마교회는 이른바 로마 가톨릭이 되었고, 동로마 교회는 이른바 동방 정교회 또는 헬라정교회가 되었다. 그리고 헬라정교회에는, 그리스 정교회를 비롯해서, 러시아, 루마니아, 볼리비아 정교회 등이 있다. 물론 한국에도 헬라정교회가 있지만, 정교회(Orthodox Church)는 우리에게는 참으로 낯설고, 별로 아는 바가 없었다.

그런데 교부시대의 신학자들이나 교회 지도자들은 종교개혁의 기초가 되었으니만큼 연구의 여지가 많으나, 당시는 라틴어와 헬라어를 썼다. 서방교회 즉 가톨릭은 라틴어를 썼고, 동방교회는 헬라어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헬라어를 모르면 교부시대의 진면목을 알 수 없다.

그리고 서방교회의 대표 주자가 어거스틴(St. Augustin)이라면, 동방교회의 대표주자는 크리소스톰(St. John Chrysostom, 347~407)이라 할 수 있다. 크리소스톰은 2000년 기독교 역사에 최고, 최대의 설교자로서 그 시대의 <황금의 입>이라고 사람들에게 불려졌다. 그는 위대한 설교자일 뿐 아니라, 역사적으로 그와 필적할만한 설교자는 없었다. 그는 600편의 기록된 설교를 남겼을 뿐 아니라, 많은 편지들이 있다. 특히 크리소스톰의 전집(9권, 1600년) 원본은, 현재 한국 칼빈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고, 1800년대 말에 출판된 영어판도 있다. 사실 크리소스톰은 종교개혁 전의 종교개혁자라고 할 만큼, 그는 성경적 설교의 대가였다.

4세기까지 대부분의 설교가들은 풍유적 설교(Allegorical Preaching)를 주로 했다. 그러나 크리소스톰은 설교를 할 때, 항상 문자적, 문법적, 역사적인 해석을 하였고, 적용을 하되 청중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능력있게 증거했다. 그러다 보니 크리소스톰이 설교할 때는 사방에서 성도들이 구름 때처럼 몰려 왔고, 그의 명확한 성경해석과 적용에 감동한 청중들은 설교 도중에 박수를 치기도 했다. 그래서 크리소스톰은 그것이 자칫 사람에게 영광을 돌리는 듯하기에 성도들의 박수치는 것을 자제할 것을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중들은 크리소스톰의 설교에 만족하여 자연스럽게 박수가 터져 나왔다.

크리소스톰의 본명은 <요한>이다. 그러나 100년 후에 그의 설교가 너무나 은혜롭고, 감동적이어서 그의 별명이었던 <황금의 입> 곧 <크리소스톰>이 본명이 되었다. 크리소스톰은 바른 성경해석을 하고, 명쾌하게 사람들의 죄를 지적하였고, 속죄의 복음을 제시했다. 거기다가 그는 당대에 레토릭(수사학)의 천재였고,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열정과 웅변술까지 겸하였다. 또한 그는 안디옥 교회의 목회자로 사역을 하다, 당대 최대 교회였던 콘스탄티노플교회 담임으로 사역을 했었다. 그러니 지금의 헬라 정교회로 말하면, 교단 본부의 대주교였다.

크리소스톰은 학자이기도 하지만, 6년의 수도 생활을 했다. 말하자면 그는 경건과 학문의 조화를 이룬 분이었고,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사랑했다. 그의 설교는 그냥 성도들이 지상에서 행복하라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과 <주권>을 외쳤고,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 건설을 위해서 그리스도인들이 그 있는 장소에서 소명을 가지고 일할 것을 외쳤다.

그뿐 아니라 그는 황제의 전횡을 가차 없이 공격하였고, 설교를 통해서 거짓된 권력을 질타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 일로 그는 2년 동안 감옥에 갔었다. 그리고 감옥 속에서도 그는 ‘오히려 순교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다’는 기도를 드렸는데, 이 소식을 들은 황제는 그를 석방하고 다시 설교하도록 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석방된 크리소스톰은 전과 같이 뜨겁게 복음을 선포했고, 난폭한 황제를 말씀으로 책망하다가 결국 그 교회에서 축출되고 말았다. 크리소스톰은 그 교회를 떠나면서 “말씀이 없는 교회는 교회가 아니다!”라는 유명한 명언을 남겼고, 모든 성도들은 울고 크리소스톰을 따라오면서, “황금의 입이 없어지느니 차라리 태양이 빛을 잃는 것이 낫다!”고 외치기까지 했다. 하지만 16세기에 와서 크리소스톰의 메시지는 루터와 칼빈에 의해 다시 되살아났다. 그러니 크리소스톰은 그 시대의 종교개혁자였다.

오늘의 한국 교회가 참으로 안쓰럽다. 지금 한국 교회의 지도자들은 유물주의로 전락해 있고, 분열의 명수들로써, 강단에서 성경 대신 프로이드의 사상과 인본주의 세계관을 전함으로 성도들을 혼란하게 하고 있다.

이런 때, 한국 교회의 강단에서 정치, 문화, 경제, 사회의 거짓된 사상에 대해 생명 걸고, 불의를 책망하며, 발을 굴리며 성경적이고 복음적인 뜨거운 메시지를 전할, 오늘의 크리소스톰은 정녕 없는가?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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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구 박사 | 전 총신대. 대신대 총장. 40여년간 목회자, 설교자로 활동해왔으며, 최근 다양한 국내외 시사를 기독교 세계관으로 조명한 칼럼으로 시대를 깨우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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