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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봄 칼럼] 우물가의 아이들

▲[500개 우물의 기적] 아프리카 차드에 심은 생명을 살리는 500개의 우물 | 소망 소사어이티 |... 사진: 유튜브채널 Somang Society소망 소사이어티 캡처

아프리카의 마을은 우물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있다.

아이들만 보더라도 그 차이점을 확연하게 알 수 있다. 우물이 있는 마을의 아이들은 어딘가 모르게 씻은 티가 나고, 그나마 아픈 아이들이 적다.

하지만 우물이 없는 마을 아이들은 대부분 병약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먼지와 땟국물에 덮여 있다.

우물이 있는 마을 주민들의 오늘은 내일을 희망할 수 있다. 하지만 우물이 없는 마을 주민들의 오늘은 물을 구할 수 없으면 내일을 희망할 수 없다.

우물은 다음 세대의 미래와도 직결되어 있는데, 우물이 없는 마을의 아이들이 학교에 갈 수 없는 이유가 물을 구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물이 윗동네 아랫동네 2개나 있는 이곳 사람들은 물을 구하기 위해 하루에 몇 시간을 걷지 않아도 되고, 더러운 물 때문에 죽지 않아도 된다.

적어도 최소한의 생명권은 보장받은 셈이다. 하지만 우물가는 아이들의 인권이 유린 되는 장소이기도 하다.

동네 우물가는 아이들의 일터이다. 아이들은 우물가에서 가족들에게 필요한 물을 긷고, 산더미 같은 빨래를 하고, 젖먹이 동생을 업고 달래고 씻긴다.

물을 받을 순서를 기다리면서 땔감이 될 나뭇가지를 구하기도 하고, 아이의 손바닥만 한 비닐봉지에 든 땅콩이나 마기(시에라리온의 대표적 향신료) 조각을 팔러 다닌다.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 아니다. 세상 모든 아이에게 당연한 것은 공부하고, 사랑을 받고, 어른들의 보호를 받는 것이다.

학교에 있어야 할 시간에 우물가에서 일해야 하는 아이들은 노동뿐 아니라 어른들의 폭행마저도 고스란히 감내해야 한다.

우물가는 겨우 생명권은 보장받았지만, 최소한의 인권은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 눈물의 무덤이다.

이곳에서 겪은 당황스러운 일 중 하나가 아이들에게 아무렇지 않게 행해지는 부모의 폭력이었다. 말로 타이르고 달래고 설득하지 않는다.

노동에 군살이 잡힌 바위 같은 손바닥으로 아이의 작은 등에 내리꽂거나, 뺨을 날리거나, 길거리에 널려있는 나뭇가지를 집어 아이들에게 휘두른다. 우물가뿐 아니라 아이를 때리는 데는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처음에는 깜짝 놀라 말려보았지만 역부족이었다. 부모에게 맞은 아이가 죽을 듯이 자지러지게 울어대도 말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이곳의 훈육 방법이었고, 말리지 않는 어른들은 이런 훈육에 동의하고 있었다.

한국이나 미국 같으면 부모라도 예외 없이 고소감이 분명한 폭행이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한 마을이 필요하듯, 한 아이를 학대하는데도 한 마을이 필요한 것 같았다. 만약 체벌이 아닌 폭행이 이 마을의 훈육 문화라고 한다면,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단 말인가?

부모들은 아이들을 때리면서 자신들의 감정을 쏟아부었다. 때리는 이유도 각양각색이었다.

아이들이 혼나는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이유들, 예를 들어 예의가 없다든지, 거짓말이나 도둑질했다든지, 쓸데없는 고집을 부렸다든지 하면 머리를 쥐어짜서라도 이해할 수 있겠다. 그런데 집안일을 안 해서라든가, 장사를 잘못해서라든가, 빨래를 제때 안 해서라든가 라는 이유를 대면서 아이를 때릴 때는 화가 난다.

‘그건. 당신들이 할 일이야!!’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아이들의 부모들 역시 맞고 자란 폭력의 희생자들이었다. 그들의 유년기는 자신의 아이들보다 더 심각한 고난의 시절이었다.

받아본 사랑이 없기에 나눠줄 사랑도 없었다. 자신이 어렸을 때 받은 것만큼 어린 자녀들에게 줄 뿐이었다.

부모들의 폭행을 감내해야 하는 이곳 아이들은 감정 표현을 잘 하지 않는다. 요구도 하지 않는다. 거절로 인한 상처나 체념이 아닌, 하도 맞아서 아이들이라면 당연한 요구와 감정들이 거세 된 것 같았다. 부모 교육이 절실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우물가의 여인을 찾아와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한 물을 허락하신 예수님의 사랑, 그 복음이 꼭 필요하다.

남편을 다섯이나 두었지만, 남편이 없고, 우물 앞까지 왔지만, 물 담을 그릇도 없고, 평생을 목마름으로 살았던 여인이 예수님 때문에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었듯이 이곳 우물가도 생수의 근원인 예수님을 만나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감사하게도 이곳에는 4년 전, 우물보다 더 귀한 교회가 생겼다.

우물가의 여인을 만나러 와주신 것처럼 이곳에도 예수님이 찾아오셨다.

아브라함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이었던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성막 언약을 통하여 우리들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이 되었듯이, 누군가의 하나님이기는 하지만 우리들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은 아니었던 이곳의 사람들이 교회를 통하여 하나님의 실체, 예수그리스도의 사랑을 보고, 듣고, 경험하게 될 것이다.

선교사님을 통해 복음이 전해지고 있고, 그 복음은 흘러 흘러 우물가의 아이들과 가정에도 찾아가고 있다.

복음이 전해진다면 우물가 아이들은 희망을 노래할 수 있을 것이다.

복음만 있다면 우물가는 더는 아이들 눈물의 무덤이 되지 않을 테니까. <계속> [복음기도신문]

*이 칼럼은 필자의 저서 <작지만 피어있는 꽃들>에서 저자의 허락을 받아 발췌,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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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봄 | 기록하는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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