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에 하나님 나라, 진리로 세계를 열어주는

   - Prize Wisdom 그를 높이라 (잠4:8) -

[TGC 칼럼] 내 아들의 짧은 삶은 헛되지 않았다

투기 음부구와 무시미는 9개월 동안 우리 가족이었다. 2022년 7월 어느 시점에 하나님은 내 아내의 자궁에서 그를 만들기 시작하셨다. 투기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순간부터 우리 부부는 흥분했다. 우리를 영적으로 성장시켜달라는 기도에 하나님께서 응답해 주셨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매달 의사를 만나면서 우리는 투기가 화면 속 작은 콩 모양의 깜박임에서 완전히 사람의 형태를 갖춘 아기로 커가는 것을 보았다. 심장 박동 소리를 들었고 또 자궁에서 움직이는 투기를 느꼈다. 힘찬 발차기와 강한 심장 박동은 건강하고 활동적인 아들의 모습을 기대하게 했다. 스캔을 통해서 우리는 3D로 만들어진 투기의 얼굴 이미지를 받았는데, 나는 아기가 나와 똑 닮았다고 결론지었다. 아내는 내 의견에 약간의 반발을 보였지만, 적어도 입술만은 무시미 가족이 가진 유전자의 힘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친구들과 함께 우리는 아기에게 다섯 번째라는 의미의 “T5”라는 별명을 붙였고, T로 시작하는 이름을 찾는 브레인스토밍을 했다. 주로 아이디어를 내는 건 나였고, 그중 대부분은 폐기되었다. 아기의 형제인 타지, 타미, 티아, 그리고 탄도, 하나 같이 T로 시작하는 녀석들이 제안한 몇 가지 이름도 하나 같이 다 정중하게 거절되었다. 

아이들은 새 가족을 맞을 기대에 부풀어 다들 매우 기뻐했다. 우리 부부는 아기를 “T5”라고 불렀지만, 아이들은 그냥 “아기”라고 불렀다. 아이들은 아기에 관해서 수백 개가 넘는 질문을 쏟아냈다. “아기는 무엇을 먹나요?” “아기도 말을 하나요?” “아기가 지금은 자고 있나요?” “아기는 언제 나오나요?” “아기는 어떻게 나오지요?” (마지막 질문에 잠시 어색한 침묵으로 대응하던 아내와 나는 “숙제 끝냈어?”라며 화제를 돌렸다.) 투기의 직속 전임자, 그러니까 바로 위 형제인 탄도는 투기를 위한 전용 녹색 컵을 선물로 준비했다. 아이들은 항상 투기에게 “안녕, 아가야.”라고 말했다. “안녕, 아가야.” “아가야, 잘 자.” 

투기는 태어나기 전부터 온 가족과 친구들에게 많은 이야깃거리를 선사했다. 투기는 사랑받았고 보살핌을 받았다. 또 투기에게는 좋은 환경이 보장되어 있었다. 

그리고 2023년 3월 22일이 되었다. 

떠났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엄마 뱃속을 돌아다니던 투기가 탯줄을 목에 감았다. 그리고 서서히 생명의 기운이 빠져나갔다.

아내 뭄비는 그날 투기가 평소보다 덜 움직인다는 걸 눈치챘다. 그러나 아내는 그녀의 할머니와 함께 투기 출산에 필요한 마지막 준비를 하느라 바쁜 하루를 보냈기에 투기가 자고 있다고만 생각했다. 38주가 되면 자궁 공간을 더 많이 차지한 아기의 움직임이 줄어드는 건 흔한 일이라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상황이 호전되지 않으면, 다음날 의사에게 갈 생각을 했다. 그리고 우리는 의사를 만났다. 첫 번째 스캔, 심장 박동이 들리지 않았다. 두 번째 스캔, 의사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문제가 있습니다.” 

“아기가 죽었습니까?”

“네.”

한순간에 세상이 무너져내렸다. 

괴로웠다. 그러나 부서지지 않았다.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상황이 주는 고통 속에서 우리는 가까운 가족과 친구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그들은 그 즉시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가 칸 병원 산부인과에서 아내의 힘든 진통과 분만 과정이 시작되었다. 이미 죽은 아기를 낳기 위해서는 남다른 강인함이 필요했다. 그래도 하나님의 자비하심으로 아내는 그 과정을 이겨냈고, 24시간 후에 우리는 어린 투기를 품에 안을 수 있었다. 일주일 후, 장례 예배를 드렸고 우리는 시신을 랑아타 묘지에 묻었다.

투기를 보낸 우리는 임마누엘 침례교회 성도들에게서 특별한 위로와 보살핌을 받았다. 그리고 지금도 그 보살핌은 계속되고 있다. 기도와 심방, 전화와 문자, 음식 배달, 경제적 지원에 이르기까지. 친척들도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내는 동안 우리를 섬겼다. 다른 커뮤니티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관심과 지원을 제공했다. (우리에게 도움을 주신 분 중에 이 글을 읽는 이가 있다면, 이 자리를 빌려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투기의 삶은 품위와 가치로 가득했다. 자궁에서 살았던 268일 동안, 투기는 우리를 위해서 다음과 같은 일을 해주었다. 물론 이게 다가 아니다. 

1. 투기는 우리 가족이 하나님의 능력을 목격하고 감사하게 만들었다. 자궁 스캔이라는 창을 통해서 우리는 하나님이 이루시는 복잡하고도 지혜로운 경이로움의 현장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2. 투기는 우리에게 큰 기쁨을 주었다. 투기의 존재 자체가 우리에게는 기쁨이었다. 심장 박동 소리, 발차기와 움직임, 3D 스캔의 얼굴 사진, 태어날 때 어떤 모습일까 상상하는 모든 과정을 통해서 우리가 누린 기쁨은 하나님이 주신 커다란 선물이었다. 

3. 투기는 우리를 기도로 이끌었다. 투기는 우리 기도 속 간구와 하나님을 향한 감사의 대상이었다. 우리는 건강한 아이를 갖게 해달라고 기도했고, 하나님은 투기를 통해서 우리에게 은혜를 베푸셨다.

4. 투기는 우리 결혼 생활을 풍요롭게 했다. 투기를 임신한 내내 우리 부부는 서로를 섬길 많은 기회를 얻었다. 투기가 없었다면 하나같이 불가능했던 일이었다. 우리에게 얼마나 유익했는지 모른다.

5. 죽음을 통해서, 투기는 희미하지만 또렷하게 복음의 이야기를 상기시킨다. 투기를 통해서 우리는 아들을 잃은 또 다른 주인공을 생각한다. 그러나 이 둘의 죽음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나와 아내, 그리고 수많은 사람은 그가 잃은 아들을 통해서 영생을 얻었다. 하나님 아버지는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서,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성육신하고 죽도록 내어 주셨다. 그의 죽음은 투기의 죽음과 달리 사고가 아니다. 죄에서 돌이키고 그를 신뢰하는 모든 사람을 대속하기 위한 자발적인 행동이었다. 그게 다가 아니다. 그는 무덤을 이기고 다시 살아나셨다. 그의 부활은 언젠가 투기 또한 우리와 함께 부활할 것을 보장한다. 다시는 죽지 않는 생명으로 우리는 투기를 다시 만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다 함께 하나님을 볼 것이다. 할렐루야!

투기의 삶은 짧았지만, 결코 허사로 끝난 게 아니다. 투기의 삶은 결코 낭비된 게 아니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허락되었지만, 투기는 하나님의 선물이었다.

우리 부부는 비록 고통의 먹구름 아래를 지나야만 했지만, 주의 백성을 통해 주님의 깊은 긍휼을 체험했다. 슬픔도 크지만, 하나님의 은혜는 더 크다. 갑작스러운 투기의 죽음에 마음이 상한 우리는 우리를 단련시키는 몽둥이에 입을 맞추며 이렇게 고백할 뿐이다. “주신 분도 주님이시오, 가져 가신 분도 주님이시니, 주님의 이름을 찬양할 뿐입니다”(욥 1:21).

어린 아들을 잃은 다윗 왕이 내린 결론보다 더 좋은 말은 없다. “나는 그에게로 갈 수 있지만, 그는 나에게로 올 수가 없소”(삼하 12:23).

잘 가라, 아들아! [복음기도신문]

원제: My Son’s Short Life Was Not a Waste 

존 무시미 John Musyimi | 존 무시미는 케냐 나이로비에 있는 Emmanuel Baptist Church 목사이다. 자신이 번영신학을 버린 이야기를 쓴 A Counterfeit Gospel on his departure from and reflection on the prosperity gospel과 그리스도인의 연애를 다룬 Love Bila Regrets가 있다. 아내 뭄비와 함께 네 자녀를 키우고 있다. 

이 칼럼은 개혁주의적 신학과 복음중심적 신앙을 전파하기 위해 2005년 미국에서 설립된 The Gospel Coalition(복음연합)의 컨텐츠로, 본지와 협약에 따라 게재되고 있습니다. www.tgckorea.org

<저작권자 ⓒ 내 손안의 하나님 나라, 진리로 세계를 열어주는 복음기도신문.> 제보 및 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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