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명령에 따르면 그냥 주어지는거 아니었나?
구약 성경에서는 하나님이 언약의 장소로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을 주셨고 이스라엘 백성이 지시한 땅으로 나아가는 내용이 나옵니다. 하지만 그땅에는 이미 거인족 블레셋과 같이 힘센 가나안 일곱 족속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이건 뭐지?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여 따라 가면 그냥 주시는 땅이 아니었어?’ 이스라엘 백성은 많이 당황스러울 수 있었을거 같습니다. 더욱이 처음부터 만난 성이 여리고 였으니 말입니다.
여호수아가 인도하는 이스라엘 백성은 가나안 그 기회의 땅에서 하나님의 언약이 실현되기 위해 서른 한 번의 전투를 치렀고 그 숫자만큼의 성을 함락하였습니다.
여호수아 12장에는 당시 정복하여 쳐죽인 서른 한 명의 왕이 나옵니다. 그만큼 많은 희생이 따르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그 어디든 주님의 길에는 쉬운 곳이 없고, 주님의 명령을 받아서 그 뜻대로 길을 걸어 가더라도 그저 주어지는 승리는 없습니다.
저희 가정은 태국 방콕에 머문지 20일이 더 지났습니다. 한 주에 적어도 6일은 방콕 시내 거리로 나가며 거리의 분들을 만나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방콕에는 거리의 분들이 제 예상보다 훨씬 많이 있었습니다. 방콕을 동과 서로 가르는 차오프라야 강의 30여 배 선착장과 방콕 시내의 지상철 혹은 지하철 역 주변 거리에서 거리의 분은 쉽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분들을 만나 선물을 전하고 기도할 때 하나님이 그곳에 함께 계심도 항상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데 거리의 프레이포유 사역 외 대부분 일상 생활은 쉽지 않다는 것 또한 매일 느낍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제가 보기에 가장 큰 어려움은 바로 이곳 이 땅에 수백 수천년간 기도가 심겨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도 기도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곳, 태국인들을 위해 진심으로 눈물 흘리며 기도하는 이들이 많지 않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7000만이 넘는 국민 중 1%도 되질 않는 기독교 신자, 그 1%도 가톨릭 신자를 포함한 수치입니다. 그 외 99%의 사람들은 무교가 아닌 대부분 힌두교 신앙을 기본 바탕으로 둔 불교와 토속신앙을 믿고 있기에 구약 성경의 약속의 땅인 가나안을 실사판으로 보는 기분입니다. 더하여 저희 가정이 머무는 숙소 주변에는 이슬람 사원이 있어 매일 저녁 경전 소리를 대형 스피커로 듣고 있습니다.
지금 가나안 전쟁을 이곳에서 다시 한 번 펼쳐야 하고 꼭 전쟁을 치러야 한다면 각자 믿는 신을 향한 기도 전쟁을 한 번 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바알을 섬기는 선지자 사백오십 명이 하나님을 섬기는 엘리야와 갈멜 산에서 펼친 기도 대결과 같이 말입니다.
태국인들은 이방 종교가 생활 전반에 깊이 배여있는 것 같습니다. 동네 어귀, 거리 곳곳에 세워진 힌두교와 불교 신상에 헌화하고 돈을 바치며 기도하는 태국인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가정 집안과 차량 안에서도 그들의 신은 바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태국의 가장 큰 종교이자 살아있는 신은 두 말할 필요없이 국왕입니다. 태국=불교=왕이라는 이념(?)이 지금도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1782년 현재의 국가의 틀을 세우고 지금까지 이어진 짜끄리 왕조가 새 왕국의 국교로 불교를 가져온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불교는 기본적으로 현재의 주어진 환경과 상황에 만족하며 서로 경쟁하지 않고 스스로 깨달음을 얻기 위해 수련을 거듭해야 하는 종교입니다. 그런데 태국은 1년 365일 무더운 열대 기후이기에 스스로 깨달음을 얻기 위한 수련은 불가능에 가까운 거 같습니다.
그래서 그 비어있는 수련의 영역 혹은 영적인 성찰의 자리에 불교의 부처와 힌두교의 각종 신들을 가져와 자기가 섬길 신을 선택하게 만들고 불교와 힌두교의 영향 아래 대부분 인구를 차지하는 저소득층 서민들은 자신의 신분과 처지에 만족하며 살아가게 한 것은 태국의 선대 국왕들이 만든 태국만의 이상적인 통치 체계가 아닌가 합니다.
그들이 쌓아올린 철옹성같은 성벽 앞에서 나는 무얼 하는가?
우리 앞에 서 있는 거대한 성벽을 바라보면 우리가 가진 능력이 한 없이 작아질 뿐이지만 그 성벽 위에 서계신 하나님을 바라보게 된다면 우리는 곧 힘을 얻게 됩니다. 더하여 그 모든 계획 위에 계신 하나님의 시선에서 한 번 세상을 내려다보게 된다면 우리는 세상을 향해 언제나 안타깝고 불쌍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하나님의 마음을 얻게 될 것입니다.
저희 가정이 태국에 온 목적은 거리의 가난한 분을 만나고 그분들과 함께 기도하기 위함이요, 그분들 옆에 계시고 그곳에 함께 계신 하나님을 만나기 위함입니다. 뭔가 원대한 목적으로 태국을 변화시키기 위해 온 것이 아니고 제게는 그럴 능력도 없기에 저희 가정은 오늘도 우리 앞에 놓인 주어진 길을 감사함으로 걸어갑니다. 더하여 이땅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더 느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태국에 도착한 뒤 처음 3주간은 방콕의 한인들을 위한 교회 세 곳을 방문하여 그분들과 함께 예배드렸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일은 방콕에서 그리스도인으로 믿음을 지키며 걸어가는 방콕 현지인 교회를 방문했습니다. 비록 글과 말은 달라 이해는 되질 않아도 믿음 안에서 예수를 높이는 그분들의 열심은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예배 후에 맛난 식사도 감사했습니다.
글을 마칩니다.
방콕 숙소에서 날마다 시내를 다녀오는 이동 수단은 배이지만, 가끔 택시와 지상철을 이용할 때도 있습니다. 지난 번에 택시를 타니 막내 하성이가 기사분께 인사를 하고 “Do you know Jesus?” 라고 말합니다. 저희가 알려준 게 아니기에 모두 놀랐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교회와 예수님의 얘기를 짧게 나누었고, 목적지에 도착하여 내리기 전에는 기사분의 손을 꼭 잡고 간절히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식사 시간에는 돌아가며 대표로 기도를 하는데 하성이는 한번씩 “프레이포유 삼촌들도 밥 잘 먹게 해주세요.”라며 기도를 합니다. 그냥 어리다고만 생각했는데 하성이의 마음 속에서는 그렇게 프레이포유가 심겨져 자라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 가정은 그렇게 하루하루 선물로 주어진 날들을 살아갑니다. 이상 태국 방콕에서 프레이포유로 살아가는 프레이포유 연합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님께 올려드리는 기도문으로 여러분과 함께 기도하기 원합니다.
“하나님, 오늘도 (방콕) 거리에서 드리는 기도를 받아주시고, (태국)의 가난한 이들, 죽어가는 이들, 소외된 이들 곁에 계신 분이 참 신이신 하나님이심과, 그 하나님께서 지금도 살아계셔서 수많은 자녀들이 하나님께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계심을 알게 하셔서 프레이포유로 거리로 나와 교제하고 기도하는 이를 통해 (태국) 사람이 살아계신 하나님을 알고 만나게 하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복음기도신문]
손은식 목사 | 2013년 말부터 서울 시내의 노숙자와 홀로 사는 어르신을 돕고 기도하는 프레이포유 사역으로 이 땅을 섬기다 2023년 초 태국으로 사역지를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