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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생명의 화수분이 되어라!”

▲ 헝가리 부다페스트. ⓒ 복음기도신문

281호 / 선교 통신

저는 아버지의 생신날 태어났습니다. 생일선물처럼… 하지만, 선교지에 있으면서 아버지의 임종과 장례식에 가지 못했습니다. 한국에 가지 못하고 헝가리에서 통곡하는데, 위로해 주시는 아버지의 음성이 있었습니다. “네가 화수분이 되어라!”

한번은, 우리 급식 장소에 늘 왔던 노숙자 한 명의 장례식이 있었습니다. “그는 다 좋은데 딱 한 가지, 알코올이 문제였어요. 트라우마가 있었던 거죠.” ‘너지 페렌츠’의 장례를 치르고 나오며, 그의 친구 산도르가 얘기해 주었습니다. “그는 이십 대에 광부였는데, 그의 비번 날 광산이 무너져 동료들이 다 죽자, 괴로워하다…” 트라우마! 재해를 당한 뒤에 생기는 심리적 반응. 그의 잘못이 아니었지만, 혼자 살아남았다는 자책감을 술로 달래다 쉰한 살에 생을 마친 것입니다.

헝가리에는 빈소가 공원묘지 안에 있습니다. 유골을 담은 조그만 항아리 앞에 사진을 두고, 참석한 여덟 사람이 둥그렇게 서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노숙자 친구 두 명이 종이에 고별사를 적어 와서 읽고, 한국인 선교사인 제가 부활에 대한 말씀을 헝가리어로 전합니다. “사망아 네가 쏘는 것이 어디 있느냐… 너희 수고가 주 안에서 헛되지 않은 줄 앎이라”(고전 15:51,58)

예배가 끝나자, 묘지 직원이 와서 유골을 담은 항아리를 검은 차에 싣고 천천히 갑니다. 우리는 뒤따르며 납골당까지 걸어갔습니다. 거기서 마지막 축도를 하고, 납골단지를 봉안한 후, 사회복지사가 장미꽃 한 송이를 놓고 끝났습니다. 가족 한 명 없이 치른 장례식이었지만, 친구 덕분에 이런 마지막 예우를 지킬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통곡할 때가 있습니다. 특히 가족과 친구의 죽음 앞에, 희망과 현실 앞에, 몸부림치며 통곡하기도 합니다. 그 후, 우리는 각자가 화수분이 되어야 합니다. 아, 생명의 화수분으로!

‘화수분’은 써도 줄지 않고 계속 나오는 공급원을 말합니다. 원래 ‘하수분(河水盆)’으로 물이 마르지 않았다는 데서 유래합니다.

목사이자 작가였던 늘봄 전영택의 소설, <화수분>을 아시지요? 너무 가난한 행랑아범 화수분이 다친 형을 도우러 갔다가 돌아오지 않자, 어멈이 애를 업고 찾으러 갑니다. 추운 겨울 부부가 고개에서 서로 만났지만, 꼭 껴안고 죽어 있습니다. 거기 시체를 두드리고 있는 어린 애를 보고, 지나가는 나무장사가 애만 데려갔다는 이야기입니다.

“화수분”이란, ‘삶-죽음-생명’의 순환으로, 부활의 신비적 상징입니다. 저는 문학 석사 논문을, ‘화수분’의 원형탐구로 썼습니다. 그 모티프를 성경의 “사르밧 과부”(왕상 17:8~16)와 “오병이어의 기적”(요 6:1~15)에서 찾았습니다.

부활절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번 부활절 주일이면, 저희 ‘소금과 빛 개혁교회’가 20주년을 맞습니다. 믿음의 공동체가 모이는 요일과 장소가 다른 ‘거리의 교회’도 포함됩니다. 그사이 먼저 소천한 식구들, 함께 밥을 먹었던 이들이 참 많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라우라’입니다.

이번에는 저의 어머니도 만 93세로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 돌아가셨습니다. 저는 또, 한국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헝가리에서 통곡했지만 한편,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잘 가세요! 천국에서 만나요! 그동안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사랑해요!” 예! 내 차례가 될 때까지 살겠습니다. 살아가겠습니다. 생명의 화수분으로. “예수 그리스도! 그 부활의 영원한 이름으로!” [복음기도신문]

헝가리=김흥근·서명희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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