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높이라 Prize Wisdom 잠 4:8

[오영철 칼럼] 약한 자를 통하여 강한 자에게

사진: 오영철 선교사 제공

선교사로 있으면서 요즘만큼 흥분과 기대가 겹쳐진 시간도 없었던 것 같다. 꿈꾸던 것이 실현될 것 같은 징조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현지 교회의 선교운동이다. 예기치 않은 소식을 듣고 그 현장을 방문하면서 더욱 기대가 되었다.

최근 한 달 동안 주말마다 4곳의 카렌 총회에 속한 지역 교회를 방문하였다. ‘보깨오’라는 곳으로 두 시간 내외면 도착할 수 있는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그 가운데 3곳의 교회는 지역적으로 공통점이 있었다. 다문화, 다국적 상황이라는 것이다. 사실 이전부터 다민족 지역임을 알고 있었다. 이번에 확인한 것은 카렌들이 예상치 않은 민족들과 조우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과 떨어질 수 없는 연결점들이 확장되고 있었다.

그들이 현재 접하고 있는 민족들은 모두 빠오(Pao), 타이 야이(Shan), 빠라롱(Palaung), 타이르(Tai Lue), 몽(Hmong), 동북부 타이인(Isan), 북부 타이인(Khon Muang)이다. 이 가운데 몽족은 오래전부터 정착해 살고 있었다. 타이르(Tai Lue)도 오래전부터 근처에 터를 잡고 큰 마을을 형성하고 있었다. 북부 타이인(Khon Muang)은 국가 행정, 치안, 교육가로서 오랫동안 관계를 맺고 있었다. 동북부 타이인들은 이곳의 토마토 씨앗 생산 농장의 기술자로 1년에 두 차례 잠시 머문다.

그런데 새로운 민족이 등장하였다. 타이 야이(Shan) 민족이다. 이들은 미얀마에서 버마족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종족으로 타이 민족 가운데 자체 왕국을 가졌던 민족이다. 이어서 빠오(Pao)라는 민족이 미얀마에서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빠라롱(Palaung)이 미얀마에서 들어온 것이다.

미얀마에서 이들이 온 이유는 간단하였다. 그 지역이 딸기 농사가 되기 때문에 이주민 노동자로 온 것이다. 그 지역은 해발 고도가 1000미터로서 1년 내내 선선하여 딸기 재배지로 적합하다. 딸기 농사는 노동력이 많이 필요한데, 그 지역 카렌만으로 부족하여 외부 노동자가 필요하였다. 마침 태국 정부의 미얀마 노동자 유입 정책과 맞물려 들어왔다.

이들의 중요한 특징은 불교도라는 점이다. 미얀마에서 이주한 타이 야이, 빠오, 빠라옹은 전통적으로 강력한 소승불교권 지역이다. 이곳에 온 이주민들도 예외는 아니다. 그리고 태국 북부인이나 태국 동북부도 소승불교가 그들의 전 인생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 보깨오 지역은 이들과 비교하면 소수인 기독교 지역이다. 태국 전체로는 천주교를 합해도 1%를 막 넘어섰지만 이곳은 천주교를 합하면 약 70%가 넘는 범 기독교 지역이다. 그 가운데 침례교는 가장 잘 조직되어 있다. 민족적으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타이 민족들인 타이 야이, 북부 타이인, 동북부 타이인들이 들어왔거나 이주하고 있다. 이런 민족과 종교 상황은 독특한 역동을 형성하게 된다.

이들 대부분은 경제적인 목적으로 이주한 ‘디아스포라’이다. 각 민족이나 가정의 이주 목적과 또 다른 목적이 있다. 그것은 하나님의 섭리이다. 민족들을 흩으시고 정착시키는 하나님의 뜻이 있다. 이런 과정은 교회의 선교적 사역과 깊이 관계되었음이 성경과 선교 역사의 가르침이다. 이주민 ‘디아스포라’를 통하여 선교 사역이 일어나고 하나님 나라가 확장되는 것이다.

사진: 오영철 선교사 제공

이미 20여년 전부터 이 지역으로 타이 야이 민족들이 이주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을 위한 선교 사역은 진행되지 않아서 고민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지난 네 번의 그 지역 방문을 통하여 놀라운 것을 발견하였다. 그것은 그들 안에 들어온 타민족을 향한 접근을 그들 방식으로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교회차원의 시작은 아니고 전략적인 접근은 아니다. 개인적인 부담과 긍휼의 마음으로 그들의 필요를 돕고 있었다. 이미 선교사역을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네끌로 교회의 아누손 장로 부부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그는 타이 야이인들과 빠오인들의 필요를 도와주고 복음을 간접적으로 전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다음 단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있었다. 같은 교회에 사는 레위 라는 형제도 비슷한 질문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종묘장에 일하는 동북지방에서 온 태국인들이 있는데, 뭔가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추오꺼뽀 교회에서 작년에 전도처로 삼은 ‘타이 르’ 민족 매랩 마음에 있는 카렌 전도인도 동일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런 질문에 대한 선명한 답을 내가 가진 것은 아니다. 분명한 것은 이들은 이미 선교적 일을 시작하였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대상은 때로 그들보다 큰 민족이라는 점이다. 이들이 하는 선교는 자연스럽게 ‘약자’인 카렌족이 ‘강자’ 인 타이 민족이나 불교도에게 하는 것이다. ‘약자로부터의 선교’ 현장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었다.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선교 방향이다. 그들에게 그들의 현재 하는 일의 선교적 가치를 격려하였다. 그리고 다음 단계에서 할 일을 더 구체적으로 의논하자고 한 후 내려왔다.

같이 동행한 학생들에게 내려오면서 질문을 한다.

“그 지역의 교회가 어떻게 하면 그곳에 온 이주민들을 위하여 선교하는 교회가 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 대하여 다가오는 대답이 있었다.

“이 때까지 복음을 전한다고 하면 우리 카렌 교회에서의 일을 생각하였는데, 타민족을 위한 선교를 해야 할 필요를 느끼고 있습니다.”

자기 민족을 넘어서는 선교적 자각이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계 교회 역사는 선교 운동이 중심에서가 아니라 ‘주변부’에서 일어났음을 보여준다. ‘약한 자’를 통하여 ‘강한 자’에게 하나님의 살아 계심을 나타난 하나님의 역사이다. 그것은 한 시대만이 사건이 아니었다. 21세기 깊은 카렌 마을에서도 일어나고 있었다. 그것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가? 그 선교 사역이 더욱 구체화되기를 소망하는 요즘은 정말 흥분되고 기대가 된다. [복음기도신문]

오영철 선교사 | 1995년 GMS 선교사로 태국에 파송된 뒤, 현지 신학교에서 학생과 목회자를위한 교수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이곳에서 소수부족인 카렌족교회가 주민족인 타이족을 위한 선교적 교회를 세우는데 관심을 갖고 이들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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