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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진 칼럼] 링컨의 천막에 내걸렸던 ‘하얀손수건’

사진: Dev Benjamin on Unsplash

히틀러와 처칠의 리더십

여러 형태의 리더십들이 있지만 뛰어난 리더십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덕목들이 있다. 리더로서 용기와 선견지명, 굽히지 않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선견지명은 리더십의 핵심이다. 뛰어난 리더들은 끈기 있게 비전을 추구한 끝에 추종자들을 얻어 간다. 굽히지 않는 일관된 비전은 리더십의 절대 요소다. 역경에 굴하지 않고 비전을 지켰을 때 영향력은 더욱 커지게 된다. 또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 통찰력이란 문제의 핵심과 실체를 아는 것을 말한다.

이들은 한결같이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서는 저력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탁월한 예술적 소질도 겸비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의 영웅 처칠은 “2차 대전”이란 회고록을 통해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동시대에 대척점에 서 있었던 히틀러는 미술과 고전음악에 깊은 조예가 있었다.

지식인들의 이성과 뇌를 마비시키는 리더십

히틀러의 리더십은 대단했다. “CEO히틀러와 처칠의 리더십”을 저술한 앤드류 로버트는 그의 책에서 히틀러의 리더십에 대해 아래와 같이 표현했다. 히틀러의 추종자들은 과히 광신적이었다. “종교적 상황에서나 가능했던 히틀러 현상은 지식인을 자처하면서도 히틀러의 마법에 걸려 지식인의 뇌에서 이성을 주관하는 기능을 마비시켰다.” 2차 대전 당시 독일 공군 총사령관인 헤르만 궤링은 “만일 히틀러가 당신보고 여자라고 한다면 그렇게 믿고 그 장소를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발터 사령관은 “사령부에서 명령하거나 구두발표를 할 때 히틀러만큼 좌중을 압도하는 마력과 탁월한 연기력을 지닌 지휘관은 보기 드물었다.”고 회고했다. 시대와 나라를 불문하고 지식인들의 이성과 뇌를 마비시키는 리더십들은 사고를 치게 되고 큰 피해와 상처를 남기게 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처칠은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신비한 능력을 가진 인물이 아니었다. 히틀러는 카리스마가 있었지만 처칠은 그렇지 못했다. 하지만 처칠은 히틀러와 다른 리더십을 가지고 있었다. 히틀러와 처칠 모두 뛰어난 세기의 리더십들이지만, 이들은 나름대로의 결이 전혀 다른 리더십을 가지고 있었고, 리더십의 종말은 너무나 큰 차이를 가져왔다.

두 가지 유형의 리더십

세상에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의 리더십이 있다. 강압적이고 권위적인 리더십과 감동을 통해 자발적 참여를 일으키는 영감의 리더십이 있다. 영감을 주는 리더십은 용기와 품위와 지식을 가지고 있다. 반면 권위적인 리더십은 만용과 아집과 집착을 가진다. 영감을 주는 리더십은 기대와 감동과 희망을 갖고 리더십을 따라 오게 한다. 반면 권위적인 리더십은 불안과 강요와 공포심으로 사람들을 몰아간다. 처칠은 의회에서 반대자들과 논쟁을 벌이고 표결을 의지로 관철시키고자 했다. 반면 히틀러는 정적을 숙청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강제 수용소에 수감시켰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전 유럽을 파죽지세로 장악해 가던 독일군의 일선 지휘체계가 어느 순간부터 무너지고 혼선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2차 대전 초기에 히틀러는 일선 지휘관들에게 작전권을 일임했다.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초조해지기 시작한 히틀러는 일선 지휘관의 의견 청취를 멀리하기 시작한다. 자신이 모든 것을 간섭하며 전쟁을 이끌어 갔다. 일선 지휘관의 작전을 무시하고 뒤집어 버렸다. 용맹하고 지략이 뛰어난 일선 지휘관들이 하루아침에 지위가 박탈되는 상황 속에 결연한 전의(戰意)가 나올 수 없었다.

반면 처칠은 전세가 위태롭고 초조해질 때 조용히 혼자만의 고독한 시간을 가졌다. 고비를 만날 때 처칠은 영혼의 다이너마이트를 준비하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고립과 명상의 시간을 가졌다. 깊은 사색과 성찰 뒤에 만들어진 연설로 국민의 영혼에 불을 지르고 전세(戰勢)를 뒤집었다.

1940년 5월 13일 처칠은 수상에 취임하며 “나는 피와 수고와 눈물, 그리고 땀밖에 드릴 것이 없습니다.”라는 유명한 연설을 한다. 이 연설을 통해 영국 국민들의 가슴에 불을 붙였다. 국민들과 군인들은 감동과 새 힘을 얻게 되었다. 영혼의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린 것이다.

깊은 고독한 시간을 갖는 리더십

리더십은 많은 정보와 분석을 듣게 된다. 리더십은 고독하다. 때론 막중한 책임감 앞에 초조하고 두렵기도 할 것이다. 이때 리더들이 취할 행동 중의 하나는 마음의 평정을 가져다줄 책을 가까이하고, 고독한 사색과 성찰의 시간을 가지는 일이다. 분주하고 산만한 일정을 주변인들에게 맡기고 깊은 사색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감정을 추스르고 마음의 평정을 통해 판단력을 명료하게 하고, 대의를 생각해야 한다. 바람은 잠시 불다가 그치지만 불씨는 점점 번져나간다. 흔들리는 자신의 신념을 회복하고 국민의 가슴속에 심을 불씨를 준비해야 한다.

미국의 뛰어난 리더십 중의 한 명인 케네디가 가장 존경하는 지도자라고 고백했던 일본의 리더가 있었다. 우에스기 요잔(1751~1822년)이다. 그는 1700년대 후반 극심한 궁핍과 재정 파탄으로 재처럼 변해버린 번(藩, 에도시대에 각 영주가 다스리던 영지)을 살려낸 개혁을 이룬 지도자다. 그는 항상 깊은 사색의 시간을 가졌다. 사색과 성찰을 통해 현실의 문제를 명료하게 파악했다. 요잔의 개혁을 다룬 “불씨”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번사 한 사람 한 사람이 불씨가 되어 주기 바란다. 우선 자신의 가슴에 불을 붙여주기 바란다. 그리고 타인의 가슴에도 그 불을 옮겨주기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도 자신을 불태우겠다.” 윤석렬 정부의 내각과 보좌진들도 같은 말을 들었으면 한다.

윤석렬 대통령의 최측근은 대통령이 영혼을 울리는 멘트를 준비할 깊은 사색의 시간을 방해하면 안 된다.

“아브라함 링컨은 남북전쟁 중에서 일선 막사에 머무는 동안에도 홀로 조용히 기도하는 일을 쉬지 않았다. 그가 기도하는 시간이면 천막 막사 입구에는 ‘하얀 손수건’이 내걸렸다. 그러면 비서는 그의 기도가 끝날 때까지 면회를 금지시켰고, 그의 기도가 방해받지 않도록 했다. 마침내 링컨은 그의 담대한 기도대로 미합중국의 통일과 노예해방이라는 열매를 거두게 되었다.(백악관을 기도실로 만든 대통령 링컨 중에서)”

깊은 고독 속에 나오는 감동의 연설을 듣고 싶다. 불안하고 위태로운 정국을 바라보며 우리도 해낼 수 있고, 무너진 성벽을 재건하고 바로 세울 수 있다는 희망의 불씨를 가슴에 담고 싶다.

개혁의 기차는 멈추는 순간 탈선하고 만다

개혁의 기차는 멈추는 순간 탈선하고 만다. 탈선은 죽음과 패배를 가져온다. 윤석렬 정부는 대선과정에서 보여준 결연한 의지와 정책을 상식과 공정의 가치로 과감하게 실천해 가야 한다. 일관된 진정성(Integrity)을 잘 지켜가야 한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배수진으로 밀고 나가야 개혁에 성공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리더십의 올바른 통찰력과 굽힐 줄 모르는 의지가 국민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윤석렬 대통령은 어떤 리더십으로 남고 싶은가? 깐죽거리는 정치꾼들의 저항을 일거에 걷어차 버리고, 개혁의 고삐를 바짝 조여갈 때 영혼을 움직이는 감동과 개혁 의지가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것이다. 나라를 지키고 바로 세우려는 국민과 기업은 이미 준비가 되어 있다. 문제는 리더십의 결단과 의지에 달려있다. [복음기도신문]

lee mj

이명진 소장 | 명이비인후과 원장 겸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소장. 신실한 신앙인이자 의사로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한 성산 장기려 박사의 뜻을 받들어 성경적 세계관에 입각한 생명존중운동과 생명윤리 확산을 위해 의사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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