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에 하나님 나라, 진리로 세계를 열어주는

   - Prize Wisdom 그를 높이라 (잠4:8) -

[TGC 칼럼] 국경 없는 하나님 나라

사진: Giorgio Trovato on unsplash

“ 하나님을 대적하는 이 세상의 그 어떤 악한 정권이나 심지어 지옥의 문도 결코 그리스도를 이길 수는 없다 ”

이 세상의 국가와 정부에는 절대로 넘어갈 수 없는 국경이 있다. 그러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는 국경이 없다. 복음은 한 번도 제한된 지역에 갇히지 않았다. 

30년도 더 지난, 내가 사역을 시작하고 몇 년 되지 않았을 때였다. 나는 베를린 기차역에서 출발하여 그 도시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회랑을 따라 걸었다. 그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곳은 “무인 지대”였다. 그러나 이제 지뢰와 철조망이 철거되었고, 그 베를린 장벽은 무너진 채 잔해가 쌓여 있었다. 그 철의 장막은 그렇게 무너지고 있었고, 지도는 새롭게 그려지고 있었으며, 새로운 깃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우리는 그 무렵에 처음으로 동유럽에 들어갔다. 교회에 주어진 자유와 아이러니한 기회가 믿기지 않아 나는 자주 웃음을 터트렸다. 우리는 그때 모스크바에서 전도지를 찍었는데, 우리가 사용한 인쇄기는 과거 공산당 기관지 ‘프라우다’(‘진리/진실’이라는 뜻의 러시아어)를 찍어내다가 용도 폐기된 바로 그것이었다. 지난날 프라우다는 거짓을 전파하고, 소련의 그리스도인들을 우롱했다. 그런데 그 프라우다를 찍어내던 그 인쇄기가 복음의 참 진리를 인쇄하다니!

그 철의 장막의 심장부였던 그곳에 서 있던 날이 지금도 생생하다. 동-서로 분단되어 있던 수많은 그리스도인이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그 장벽을 넘어 복음을 전하려고 애썼다. 그런데 하나님은 그 장벽을 아예 무너뜨리는 것이 낫겠다고 여기셨던 것 같다. 나는 무너진 장벽 더미에서 제법 큰 덩어리 하나를 주워서 배낭에 넣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그 오래된 기념품이 내 앞 책장에 놓여있다. 베를린 장벽의 잔해 앞에 서 있던 그날 이후로 줄곧 내 머릿속을 맴돌면서 나의 생각, 나의 기도, 나의 소망에 영감을 주고 있는 문장이 있다. 아라비아의 선교사였던 사무엘 즈웨머(Samuel Zwemer)의 이 말이다. “이 세상의 국가와 정부에는 절대로 넘어갈 수 없는 국경이 있다. 그러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는 국경이 없다. 복음은 한 번도 제한된 지역에 갇히지 않았다.”

이 짧은 문장으로 즈웨머는 복음의 능력과 진보를, 그리고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부활하신 우리 왕의 강력한 권세를 잘 표현하였다.

어떤 경계선도 없다

오늘날의 세계 지도를 보면 국가의 경계를 드러내는 긴 국경선과 서로 다른 색깔로 국가들이 어지럽게 표현되어 있다. 지금 전 세계에는 200개에 이르는 국가들이 있으며, 그 수는 지난 20세기에 네 배나 늘었다. 이처럼 지금 우리 세계의 지도들은 국경선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그리스도 왕국의 지도를 보면 국경선을 찾아볼 수 없다. 왜냐하면 그리스도 왕국의 백성은 모든 민족, 언어, 나라, 백성 가운데서 구속받은 한 백성이기 때문이다. 

즈웨머는 지역, 민족, 정치, 종교의 벽을 넘어서는 복음의 능력과 진보를 잘 말해주었다. 복음을 가로막을 수 있는 벽은 없다. 왜냐하면 복음은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며, 그리스도께서 하시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도는 땅끝까지 그 어디에서나 그의 교회를 세우고 계신다.

하나님을 대적하는 이 세상의 그 어떤 악한 정권이나 심지어 지옥의 문도 결코 그리스도를 이길 수는 없다. 어떤 나라도 그리스도를 가로막을 수 없다. 그들이 우리에게 비자를 주지 않을 수도 있고, 우리의 입국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예수님은 우리가 없이도 얼마든지 그의 선교를 이루어 내신다.

지금까지의 선교사들의 이야기보다는 덜 인상적일지 모르지만, 국경을 넘어서 지옥의 문을 무너뜨리는 복음 전파의 이야기를 한번 말해보려고 한다.

뜻하지 않은 선교사

1995년에 가난한 농부였던 마라는 아내와 자녀들을 데리고 베트남 국경을 넘어서 캄보디아로 넘어갔다. 그들은 가난을 피해서, 그리고 새로운 일을 찾기 위하여 다른 나라로 넘어갔다. 그들은 자라이족이었다.

자라이족은 소수 부족이었지만, 중부 베트남의 산지에서 오랫동안 강인하고 자랑스럽게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온 부족이다. 그런데, 베트남 전쟁 때 남베트남이 공산주의자들에게 멸망한 후에 자라이족은 모든 것을 잃었다. 그러나 공산주의자들이 파괴하지 못한 한 가지가 있었는데, 바로 자라이족의 교회였다. 복음은 전쟁 중에 자라이족에게 심어졌다. 처음 복음이 전해질 때는 자라이족 중에서 회심한 사람이 수백 명에 불과하였지만, 하나님은 그들에게 대부흥을 허락하셨다. 그리고 수만 명이 그리스도께로 회심하는 역사가 일어났다. 그중 한 명이 바로 마라였다. 

이 가난한 가족이 국경을 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캄보디아 국경지대는 지뢰밭으로 유명했고, 악명이 높은 크메르루주 군사 정권이 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가난과 새로운 삶을 향한 소망이 그들을 움직이는 동기가 되었다. 그리고 마라는 캄보디아에도 자라이족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정치적, 지리적 경계가 가로막고 있어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지만 같은 민족이라는 동질감과 같은 언어를 공유하고 있기에, 마라는 그곳에서 새로운 일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당시 베트남에 있는 자라이족과는 달리 캄보디아에 있는 자라이족에게는 단 한 번도 복음이 들어간 적이 없었다.

복음을 소문내다

마라는 솜 트록이라는 지역으로 가서 일을 찾았다. 그리고 그는 사람들에게 예수님에 대하여 말하였다. 마라의 증언을 통하여서 두세 명의 자라이족이 예수님을 믿게 되었다. 그들은 폭우가 쏟아지기 직전에 내리는 첫 빗방울과 같았다. 마치 초대교회 그리스도인처럼 캄보디아의 자라이족에게도 “복음의 소문”이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1년 만에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예수님을 믿게 되었다. 

앞서 말하였듯이 이는 대단한 선교사 이야기가 아니다. 여기에는 미전도 종족을 향한 거대한 선교의 전략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특별한 선교 훈련도 없었고, 엄청난 선교비가 사용되지도 않았으며, 단기 선교팀이 다녀가지도 않았다.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그저 복음의 열정을 가진 증인이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사람들에게 말해주었다. 그 결과 무속신앙과 악령숭배에 빠져 있던 사람들이 변화되고 구원을 받는 역사가 일어났다. 마치 죽은 자를 다시 살리시는 하나님의 막대기가 그들에게 임한 것 같았다. 이를 보면서 우리는 하나님이 누구신지 다시금 깨닫게 된다. “하나님께서는 세상에서 비천한 것들과 멸시받는 것들을 택하셨으니 곧 잘났다고 하는 것들을 없애시려고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택하셨습니다. 이리하여 아무도 하나님 앞에서는 자랑하지 못하게 하시려는 것입니다”(고전 1:28-29). 

이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마라가 솜 트록 지방에 들어간 지 20년이 지났을 때 나는 그곳에서 여전히 부흥하고 있는 교회에 방문하여 그들과 함께 예배를 드릴 수 있었다. 자라이족은 또 다른 교회들을 개척하여 세웠으며, 그 지역에 있는 다른 부족들에게도 복음을 전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들은 국경을 넘어서 라오스에까지 모든 민족을 위한 이 복음을 전하기 위하여서 기도하며 준비하고 있었다.

불가능한 곳까지 다스리시는 왕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은 “한 번도 제한된 지역에 갇히지 않았다”는 즈웨머의 외침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주권에 기초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마 28:18)를 가지고 계신 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리스도는 지상명령을 통하여서 자신의 종들에게 문화를 넘어서 모든 대륙으로, 땅끝까지 그의 제한이 없는 복음을 들고 가라고 명령하신다. 

복음은 제한이 없고 막힘이 없다고 할지라도 복음 전도자는 그렇지 않다. 그들에게는 역경이 있을 수 있으며, 때로는 좌절이 있을 수 있다. 그들 앞에서 문이 닫힐 때도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 츠베머는 이렇게 말한다. “기회가 막힌다고 해서 선교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또 다른 열린 문이 손짓하고 있다. 닫힌 문은 그것을 열 수 있는 권세를 가진 자를 움직이게 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왕은 가장 힘들고 가장 불가능한 곳까지도 다스리시는 왕이시다. 그의 구속 사역은 국경, 장벽, 철조망으로 가로막을 수 없다. 그리고 그의 전도자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서 함께 전진할 것이다. 왜냐하면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은 모든 닫힌 문을 열 수 있는 권세가 있기 때문이다. 평생토록 신실한 사역을 통해서든, 아니면 죽음 이후의 증언을 통해서든, 복음은 그런 곳까지도 들어갈 것이다.

복음은 결코 제한되지 않는다는 사무엘 즈웨머의 확신은 한순간의 감정으로 생겨난 것이 아니다. 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렵고, 박해가 심한 지역인 아라비아에서 선교 사역을 하면서 이 진리를 깨달았다. 지금도 세상에는 전도자들이 결코 들어갈 수 없는 나라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사람의 손으로 만든 그 어떠한 장벽도 그의 손에 못 자국을 가지고 계시는 만왕의 왕을 가로막을 수는 없다. 그래서 수많은 나라에서 온 그의 종들이 제한될 수 없는 복음을 들고 세상 모든 나라들로 나아가고 있다. [복음기도신문]

 우리의 왕은 가장 힘들고 가장 불가능한 곳까지도 다스리시는 왕이시다 

팀 키시(Tim Keesee) | 팀 키시는 Frontline Missions International의 설립자 겸 책임감독자으로 25년 넘게 섬기며 80개국 이상의 선교지를 순회했다. 다큐멘터리 시리즈 Dispatches from the Front의 책임 프로듀서이기도 하다.

이 칼럼은 개혁주의적 신학과 복음중심적 신앙을 전파하기 위해 2005년 미국에서 설립된 The Gospel Coalition(복음연합)의 컨텐츠로, 본지와 협약에 따라 게재되고 있습니다. www.tgc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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