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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칼럼] 난민 출신의 그녀가 신학을 공부한 이유

사진: 오영철 선교사 제공

그녀에게서 참 맑고 풍성한 영혼을 느낀다. 그녀가 지나온 환경과 매우 대조적이다. 성격이 외향적이라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다. 생명이란 척박한 환경속에서도 잘 자랄 수 있음을 본다. 오늘 만난 ‘자스민’이라는 학생의 모습이다.

자스민은 네델란드 국적의 카렌족이다. 카렌족인데 네델란드 국적이라는 것이 예사스럽지 않다. 올해 25살이 된 그녀의 인생은 늘 주변인이었다. 그런 상황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은 그녀에게 없었다. 그녀가 태어난 1997년은 미얀마의 카렌은 가장 어려운 시기였다. 카렌의 중요 군사기지가 모두 함락이 되었고, 카렌 자치정부(Karen National Union)는 기능을 할 수 없었다. 당시 미얀마군의 공격은 태국 내에 있는 난민촌까지 확대되었다. 태국 내의 한 캠프가 공격을 받았는데 다음날 방문한 적이 있다. 1200가구 중 800여 가구가 방화로 잿더미로 변한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소망이 보이지 않았던 시기이다. 그런 상황에서 그녀가 태어났다.

그녀는 태어난 지 두 달 만에 고향을 떠나야 했다. 미얀마군의 공격으로 그녀의 가족은 고향 ‘꺼토네’에서 피신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고향은 국경에서 멀지 않았기 때문에 하룻길을 도망쳐 태국으로 들어왔다. 물살이 센 강을 건널 때 엄마가 석 달 된 자스민을 놓쳐 생명을 잃을 뻔했다. 전쟁 지역은 생각지 않은 위협이 상존한다. 태국에 많은 카렌 난민들이 들어오면서 ‘랏차부리’에 새로운 난민 캠프가 세워졌다. 그 난민촌 이름이 탐힘(Tham Him)이다. 모든 것이 결핍된 곳이다. 아직 한 살도 되지 않은 자스민의 태국 생활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아동기와 청소년기는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기초를 세우는 시간이다. 그 기간을 어떻게 보내는가에 따라서 자신과 타인 그리고 삶의 자세가 결정된다. 어느 때보다 주위에서 많은 도움과 격려가 필요한 시기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자스민의 아동기와 청소년기의 환경은 결핍으로 이어졌다. ‘차별’과‘소외’가 일상화되었기 때문이다.

그가 15년 동안 자란 ‘탐힘’캠프는 그에게 고향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고향은 추억과 그리움이 가득하다. 가난한 고향도 그렇게 소중한 이유가 그런 연유이다. 그녀에게 그런 추억은 거의 없었다.

“‘탐힘’ 캠프는 제가 자라온 곳이지만 마치 감옥과 같은 곳이었습니다.”

자스민에게 ‘탐힘’캠프는 일반적인 고향과 달랐다. 감옥과 같다고 표현한 것은 단지 느낌이 아니라 실제였다. 법적으로 난민이 아니라 실향민이란 노동과 이동의 자유가 없는 신분이었다. 캠프 밖으로 가려면 허락을 받아야 했다. 15년 동안 그녀는 한번 난민캠프 밖으로 나갔다. 그곳에서 약 30키로미터 떨어진 ‘수안픙’이라는 태국 카렌 마을에 10일 정도 방문한 것이 전부이다. 그곳에 미리 태국에 와 시민권을 받은 숙모가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머지 15년은 난민 캠프안에서만 머물렀다.

“난민 캠프는 불안한 곳이고 두려운 곳이라는 생각이 있습니다.”

▲ 카렌족 자스민 자매. 사진: 오영철 선교사 제공

불법으로 나갔다가 체포되어 추방된 소문을 듣곤 하였기 때문이다. 그곳에 있으면 구호단체들이 식량과 간단한 숙소를 제공하지만 자유는 없었다. 의식주가 해결된다고 해서 인간의 욕구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꿈과 자유와 소망이 가득해야 할 아동기와 청소년기의 삶은 그녀에게는 그야말로 상상으로만 가능한 곳이었다. 모국에서 쫓겨난 그녀는 차별과 소외가 있는 태국의 난민 캠프에서 보냈다. 태국에서 가장 소외된 주변부였다.

2012년에 그녀의 가족은 전혀 새로운 상황으로 나아간다. 네덜란드 정부가 그들에게 난민자격을 주고 받아들인 것이다. 그녀의 식구들은 새로운 소망을 가지고 네덜란드로 이주하였다. 그렇지만 그 곳에서의 생활은 다른 차원의 도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네덜란드어를 1년여 배우고 직업학교에서 공부를 하였다. 그곳에서 일부 친구들의 ‘차별’을 경험해야 했다. 아시아에서 온 난민 카렌족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네덜란드에서 차별이 법적으로는 당연히 금지되지만 일부 청소년들의 멸시의 태도는 실제적이었다. 어려운 언어습득 과정을 마치고 난 뒤 2년 동안 최선을 다해 간호조무사자격증을 취득하였다. 그 사이 네덜란드 시민권을 얻었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적응하였다. 그래도 여전히 네덜란드에서 주변부였다.

그런데 그녀에게 독특한 밝음과 에너지가 흘러나온다. 그런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생겼을 만한 원한이나 상처는 발견할 수 없었다.

“저는 버마인들이나 사람들을 미워하지 않습니다.”

그녀의 마을을 공격한 버마군인들에 대한 분노는 있지만 버마 사람들은 자기와 동일시하고 있었다. 그들도 일부 군인들의 희생자들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성숙한 자세이다.

“제가 신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유럽의 카렌들과 그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주류사회에 적응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신학을 공부한 것이 아니었다. 카렌족 뿐만 아니라 네덜란드인들에게도 하나님의 사랑을 나누고 싶기 때문이었다.

참 신기한 일이다. 그녀는 소외와 결핍이 시간들을 어떻게 이겨 냈을까? 아마도 그 부모의 따뜻한 사랑과 돌봄이 큰 원인이었을 것이다.

“저의 부모님은 나를 사랑하고 나를 도와주었고 내가 의지할 수 있는 분이십니다.”

자스민에게 부모님이 누구인가에 대한 답이다. 분명한 원인이지만 그것 만은 아닐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하나님의 큰 사랑과 인도하심 그리고 공급하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디아스포라’에 대한 하나님의 뜻을 나누었다. ‘디아스포라’란 고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 사는 사람들을 일컫는데, 나와 자스민은 그런 면에서 동일한 신분이라고 하였다. 성경과 선교 역사에서 디아스포라는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매우 중요한 존재임을 나누었다. 주류가 아닌 주변인들이지만 하나님의 귀한 도구임을 설명하였다. 앞으로 4년 동안 신학을 공부하면서 이 부분을 같이 나누자고 도전하였다.

자스민은 디아스포라 선교를 배우지 않았지만 이미 그녀의 소명 속에 담겨 있었다. 원한과 분노의 마음이 아니라 용납과 긍휼한 마음으로 버마인들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태어난 지 2개월 때 고향에서 피신하여야 했고 그 후 15년 동안 캠프에서 딱 한번 30키로를 나가 보았던 갇힌 인생이었다. 그런 소외와 결핍이 그녀를 과거속에 가두어지 않고 있다. 하나님의 생명의 능력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자스민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이전과 다른 도전과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 과정을 걸어가는 과정에서 낙심과 실패도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소망이 있다. 그녀는 소외와 차별이 이어진 아동기와 청소년기를 지나왔지만 맑은 영혼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그런 결핍과 소외를 경험하였기에 더 넓고 깊게 섬길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그런 일을 위하여 굳이 주류가 될 필요는 없다. 주변인들을 통한 하나님의 일은 하나님 되심을 더욱 잘 보여준다. 그녀와 이야기하는 내내 그녀를 통해 느끼는 에너지가 이것을 더욱 확신시켜 준다. [복음기도신문]

오영철 선교사 | 1995년 GMS 선교사로 태국에 파송된 뒤, 현지 신학교에서 학생과 목회자를위한 교수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이곳에서 소수부족인 카렌족교회가 주민족인 타이족을 위한 선교적 교회를 세우는데 관심을 갖고 이들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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