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이포유 교회에서 아침 간식을 포장하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시청역 1번 출구에서 생활하시는 이*영 형제님이셨습니다. 조금 술에 취한 듯 목소리가 들렸기에 양해를 구하고 전화를 끊고 간식 포장과 함께 30분 뒤에 시작하는 예배 준비를 할까 고민했지만, 들려오는 목소리에 무언가 많이 힘에 드신거 같아 우선 들어보자며 형제님의 말씀을 계속 들었습니다.
형제님은 제가 본 것만 8년 이상 시청역 주변에서 생활하셨고, 최근에는 리어카를 구입해 파지를 모으며 생계를 이어가고 계십니다. 저희 형제들에게 좀 무리한 부탁도 자주 하시고 불평도 많이 하기에 형제님의 인상이 좋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통화를 해보니 우려했던 일이 터진 것입니다. 시청역 1번 출구 옆에 파지 및 포장 박스를 대량으로 쌓아두고 또 주변에는 생활 용품을 이곳저곳 벌려 놓아 민원이 지속적으로 들어와 결국 중구청에서 강제 행사를 하려 한 것입니다. 그래서 제게 마지막으로 전화를 한 것입니다.
민원이 한두 번 들어갔다면 중구청 직원이 현장에 왔을때 물건을 잠시 치우고 이제 정리를 잘 하겠다 약속하고 생활하면 되는데, 그것이 지켜지지 않았고 민원은 계속 들어오니 끝내 마지막 통지를 받은 것입니다.
그런데 이*형 형제님이 전화로 계속 “목사님이 좀 처리해주세요. 해결해주세요”라는 것입니다. “목사님이 단체 대표시니 구청에 찾아가든 전화를 하든 좀 해결해달라”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수차례 민원이 쌓였고 형제님은 그때마다 제대로 정리를 안 했고 구청 직원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설명을 드려도, “그건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목사님이 좀 해결해주세요” 라는 것입니다.
우선 “알겠습니다. 전화해보겠습니다.” 말씀드리고 바로 120 전화를 했습니다. 120은 첨에는 중구청 청소과 담당자와 연결을 부탁하려 전화했는데, 예전 120으로 긴급 상황에 놓인 거리분에 대해 민원을 바로 넣은 기억이 나서 120 안내원분께 자초지종 설명을 드렸습니다.
“시청역 1번 출구에 수년째 생활하시는 이*영 형제님이 계십니다. 노숙한지 15년이 가까웠는데, 고시원이나 쪽방에 가질 못하는 이유는 15년 전 폐쇄공포증으로 죽을 듯한 공포 속에 거리로 나오니 비로소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수년 전에 시험삼아 어느 집에 갔었는데 여전히 공포가 들어 계속 거리에서 살고 계신 분입니다. 그래서 거리에서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리어카로 파지를 줍고 시청역 주변 상가들의 쓰레기를 처리하고 계신데, 주변에서 민원이 계속 들어와 강제 철거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이제 다시 마음을 다잡고 주변을 깨끗이 정리하며 살아가려하니 어떻게 한 번 기회를 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드린 내용이 민원으로 처리되길 원합니다”
그리고 오후에 사역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데, 이*영 형제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목사님, 감사합니다. 좀 전에 구청 직원이 찾아와 앞으로 정리를 잘 하면서 지내시라고 전하고 갔습니다”라며 기쁜 소식을 전해주셨습니다.
그리고 한 주가 지난 오늘 ‘민원 처리 완료’ 알림 문자가 왔습니다. 불가능할 것 같던 일이 처리된걸 보자 이건 하나님께서 하셨구나 생각이 들었고, 이*영 형제님의 마음을 하나님께서 들어주셨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도 하나님의 일하심을 눈으로 봅니다.
민원 처리 완료 알림
[복음기도신문]
*이 칼럼은 손은식 목사와 프레이포유 사역을 섬기는 사역자들의 사역일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손은식 목사 | 2013년 말부터 서울 시내의 노숙자와 홀로 사는 어르신을 돕고 기도하는 프레이포유 사역으로 이 땅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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