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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GC 칼럼] 무엇이 부부를 멀어지게 하는가

사진: pixabay

“ 기독교 공동체가 부부 사이의 친밀함을 키우는 맥락이 된다면, 복음은 필수적인 핵심이다. 오직 복음만이 우리의 내재된 이기심, 용서 부족, 불안감이라는 진짜 숨겨진 장애물마저도 완전히 해결할 수 있다 ”

몇 달 전 아내의 생일이 다가오던 즈음이었다. 아내가 좋아하는 밴드가 내년에 가까운 도시에서 연주할 계획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나는 기뻤다. 나는 좋은 자리를 예약하고, 여느 생일 때보다 더 많은 돈을 쓰고는 아내의 반응을 기대했다.

아내의 생일날 아침, 내가 준비한 콘서트 티켓 선물을 본 아내가 웃기 시작했다. 너무 크게 웃어서 내가 좀 놀랄 정도였다. 잠시 후 다시 제대로 숨을 쉴 수 있게 되었을 때, 아내는 우리가 한참 전에 똑같은 콘서트를 예약한 적 있다고 내 기억을 상기시켰다. 그때야 나는 기억해 냈다. “아, 맞아…. 그랬었지.” 오랜 코로나바이러스가 초래한 연기 덕에 그때 그 콘서트가 내 마음에서 완전히 멀어졌던 것이다. 이제 우리 손에 있는 건 4장의 비싼 표였다. 그런데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처럼, 아내 생일에 맞춰 내가 새롭게 예약한 좌석은 우리가 전에 예약했던 좌석만큼 좋은 게 아니었다.

고맙게도 아내는 내 실수를 웃고 넘겼다. 물론 우리가 함께 만들었던 그때의 특별한 계획을 내가 완전히 잊어버렸기에 맘이 조금 상한 것은 사실이었다.

탄력 있는 친밀함

이 일을 놓고 아내와 내가 나중에 이야기를 나눈 것처럼, 내가 했던 식의 실수 때문에 웃음이 아니라 폭발적인 논쟁으로 이어지는 부부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아내에게 그것은 남편의 냉담한 무시를 드러내는 확실한 증거가 되었을 것이고, 시간이 흘러도 그 이야기는 괴로움과 분노와 혐오감으로 반복되어 등장할 것이다. 남편은 어떨까? 사과하거나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도리어 더 크게 화를 낼 것이다.

그럼 우리 부부의 경우에는 왜 달랐던 건지,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결혼 생활에서 발생하는 사소한 일, 어리석은 실수, 불편함, 잘못 선택한 단어, 의견 충돌, 서로에 대한 태도와 행동의 죄를 견디도록 하는지 그게 궁금해졌다. 그리고 그 답의 중요한 부분은 다른 게 아니라 부부 사이의 친밀감에 있다. 결혼생활의 친밀감이란 남편과 아내 사이의 깊은 상호 지식과 애정, 두 배우자가 공유하는 경험과 감정, 생각, 성적 로맨스에서 오는 것이다.

우리의 결혼은 지금도 분명히 진행 중이고, 나는 내가 마땅히 해야 하거나 되고 싶은 남편의 절반에도 여전히 미치지 못하지만, 하나님의 선하심을 통해 이 친밀함을 넘은 더 깊은 수준을 맛보고 싶다.

친밀감의 장애: 바쁨

나는 지난 수년 간 많은 부부를 상담하면서 부부라면 당연히 누려야 하는 진정한 친밀감의 아름다움과 축복을 맛보지 못하도록 만드는, 결혼 생활에서 만나는 많은 장애물을 알게 되었다. 그중 가장 흔한 것이 분주함이다.

친밀감을 위해 공유된 경험, 감정, 생각 및 성적 로맨스가 다 필요하다면, 그런 친밀감을 만들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요구된다. 여기저기서 15분 단위로 가져다가 맞출 수 없다. 하지만 많은 부부에게 이런 시간이 부족하다. 직업, 집안일, 교회 참여, 아이들 등하교시키기 등등, 꼭 해야 하는 이 모든 책임이 삶을 채우고 쉬지 않고 우리를 다른 방향을 향하게 한다. 마치 밤바다 위를 항해하는 배처럼 남편과 아내가 밤에 만날 때, 이 두 사람에게는 피상적 관계를 극복할 만큼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친밀감의 장애: 노력 부족

부부 사이의 장애에 또 하나 밀접하게 관련된 것은 들이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아마도 부분적으로 이 문제는 우리 문화가 만들어내는 잘못된 관계 이상화의 영향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지금의 문화가 그려내는 꿈같은 관계의 시나리오는 소울 메이트를 만나자마자 즉각적이고 마술적이며 아무런 노력이 필요하지 않은 상태에서 깊은 관계를 경험한다는 식의 환상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결코 그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 때, 우리는 환멸을 느낀다.

결혼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지침은 히브리서 10:24에서 찾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볼 때 이 구절이 말하는 것은 기독교 공동체 내의 관계이다. 영어 성경(ESV)에 따르면, “서로를 격려해서(stir up one another) 어떻게 사랑과 선행을 하도록 할지”이다. 이것을 좀 더 직역하면, “서로를 배려해서 사랑과 선행을 하도록 격려하라”(stirring up of love and good works)는 뜻이다. 미묘하지만 중요한 차이에 주목하라.

히브리서 기자는 프로젝트(남을 선동하는 방법)가 아니라 사람(“서로”)을 고려하라고 촉구한다. 고려(consider)라는 단어는 어떤 것에 대한 고의적인 생각과 함께 무언가에 대한 직접적인 관찰을 암시한다. 기독교 공동체는 서로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곳이다. 그렇기에 결혼은 더욱 더 그렇다. 우리는 배우자를 생각하고, 관찰하고, 숙고하여,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경지로 상대를 아는 최고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모든 연구 분야와 마찬가지로 배우자 연구라는 장기 과정에는 에너지와 집중과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여기에 실패하면 친밀감이라는 보상은 사라진다.

가장 깊은 장애물

시간과 노력의 부족이 다 중요한 장애물이기는 하지만, 이것들이 유일한 장애물도 아니고 가장 깊은 장애물도 아니다. 일반적으로 별 다른 요인을 제외하고 우리는 누구나 다 정말로 관심 있는 일에 시간과 노력을 쏟기 마련이다. 최신 넷플릭스 쇼, 철도 모형 동아리, 축구 리그에 대한 열정이 있다면, 거기에 시간을 내어 열중한다. 그렇다면 결혼생활에서 이런 투자를 막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일반적으로 겉으로 드러나는 장애물 아래에 진짜 장애물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심각한 것 중 하나가 이기심이다. 배우자와 진정한 친밀감을 느끼려면 시간, 노력, 약점 노출(vulnerability), 그리고 희생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우리가 추구하는 다른 목표와 욕구를 방해하는 경우라면, 이런 비용을 피하기가 훨씬 쉽다. 가끔 하루 일과를 마치고 말하는 것 자체가 지겹고 혼자 조용히 있고 싶을 때, 아내를 섬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화를 하는 것이다. 상황이 역전되어 얘기를 들어주어야 할 사람이 내가 될 때도 있다. 그러한 순간에 (또한 수천 번의 다른 순간에)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따라 우리는 친밀감을 향하거나, 아니면 그로부터 멀어지게 될 것이다.

무지도 친밀감을 손상시킨다. 결혼생활에서 감정적‧관계적‧성적 친밀감을 갈망하지만, 그러한 친밀함의 본보기를 본 적도 없고, 또 다른 사람에게서 배운 적이 없을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친밀감은 미스터리이자 낯선 땅이며, 그에 관한 안내 지도도 없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탐색하기 위해 유쾌한 대화나 실제적인 대화를 나누는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배우자와 단둘이 시간을 보낼 때, 우리는 달력이나 멀뚱멀뚱 보면서 “이번 주에 뭘 하지?”하는 식의 대화 수준에 머물 수 있다.

우리가 직면한 장애물이 무지가 아니라 불안정일 수도 있다. 다른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심하게 상처를 받은 경우라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정서적 친밀감이라는 특정 영역을 아예 금지 구역으로 차단했을 수도 있다. 내 삶의 가장 은밀한 구석들을 다른 누군가에게 다시 여는 방법뿐 아니라, 꼭 그래야 할지 여부조차도 확실하지 않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친밀감을 방해하는 가장 심각한 장애물 중 하나는 용서 부족이다. 배우자 중 한 사람 또는 두 사람 모두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받았지만, 그 상처가 해결되지 않았고 회개와 은혜로 덮이지 않았을 때, 분노가 솟구치기 마련이다. 이후에 이뤄지는 상호작용은 과거의 고통으로 가득 차 있으며 의심의 렌즈를 통해 해석된다. 쓴 뿌리가 축적되며 친밀감은 약해진다.

결혼생활의 친밀감을 어떻게 추구할 것인가

그렇다면 이런 장애물을 앞에 두고도 어떻게 해야 결혼생활을 친밀하게 유지할 수 있을까?

친밀감을 향한 비전

중요한 첫 번째 단계는 결혼생활의 친밀함을 소중한 목표로 갈망하며 바라보고 추구하는 것이다. 우리는 결혼이 그리스도와 교회 사이의 관계의 그림이며, 따라서 남편과 아내의 감정적‧지적‧경험적‧성적 친밀감이 그리스도와 그의 백성 사이의 친밀한 사랑을 반영하고 표현한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에베소서 5:28-31은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양육하시고 돌보시며” 남편은 “아내를 자기 몸과 같이 사랑”해야 하며, 남편과 아내가 서로 “한 몸”이 된다고 가르친다. 이것은 실로 놀랍고도 매력적인 친밀감의 비전이다.

친밀감의 근원

어떻게 해야 이 친밀함을 얻을 수 있을까? 하나님께 도움을 구하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 우리의 결혼이 하나님의 아들과 백성 사이의 친밀한 사랑을 반영할 때, 하나님은 영광 받으신다. 따라서 우리가 친밀감을 위해 하나님께 진정으로 그리고 끈기 있게 도움을 요청할 때, 하나님은 응답하실 것이다. 때때로 즐거운 방식으로, 어떤 때는 고통스러운 방식으로 하나님은 우리를 성장시키실 것이다. 고통의 계절은 우리의 관계를 심화하고 더 달콤하게 만들 수 있다.

결혼 초기 몇 달 동안 나는 특히나 고통스러운 방식으로 나의 불안을 아내에게 드러냈지만, 아내는 시종 한결같은 부드러움과 연민으로 나의 취약함에 반응했다. 오늘날까지 변함없이 이어지는 아내의 참을성 있는 사랑은 우리의 결혼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공동체 속 친밀함

하나님은 우리를 대신하여 행동하실 뿐만 아니라 행동하도록 우리를 부르신다. 역설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결혼의 친밀함을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 중 하나는 우리의 결혼생활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다. 진정한 부부관계는 내적 핵심이 되는 복음과 더불어 기독교 공동체라는 외적 맥락을 모두 필요로 한다. 친밀함은 복음에서 비롯되어야 하고 교회라는 공동체로 둘러싸여 있어야 한다.

공동체에서 우리의 이기심과 용서하지 않는 죄는 사랑으로 식별될 뿐 아니라 기도와 도전을 받는다. 공동체를 통해 우리는 배울 수 있고 본받을 수 있는 건전하고 친밀한 결혼의 예를 만날 수 있다. 그런 결혼생활은 로드맵을 제공한다. 지혜롭고 경건한 부부와 함께하는 결혼상담도 좋지만, 일상생활에서 그들의 삶을 관찰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어떻게 의사소통이 일어나고, 갈등이 해결되고, 예의가 베풀어지고, 사역에서 협력이 향유되는지, 우리 스스로 볼 수 있게 된다. 지금 당신의 결혼생활이 오래되었고, 그래서 피상적인 수준이라면, 복음 그 자체뿐 아니라 복음으로 충만한 신자의 공동체에 더 깊이 참여하겠다고 지금 결심하지 않겠는가?

내 결혼 생활이 뭐가 문제인 거지?

기독교 공동체가 부부 사이의 친밀함을 키우는 맥락이 된다면, 복음은 필수적인 핵심이다. 오직 복음만이 우리의 내재된 이기심, 용서 부족, 불안감이라는 진짜 숨겨진 장애물마저도 완전히 해결할 수 있다. 복음은 우리의 마음을 그리스도께로 이끈다. 복음이라는 좋은 소식에 흠뻑 젖을 때, 우리는 하나님이 베푸시는 사랑의 장엄함과 우리 자신의 죄의 중대함을 경험하게 된다.

한번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부부를 상담했다. 일단 결혼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 검토하도록 요청한 다음에, 나는 각 배우자가 45분 동안 상대방의 결점을 지적하는 것을 경청했다. 그들의 경우에 문제의 진짜 원인은 그들의 죄였다. 상대방의 결점은 엄청나게 컸지만, 자신의 결점은 작았다. 하나님의 아들이 죽은 이유가 다름 아닌 우리의 죄 때문이라고 말하는 복음은 이런 식의 왜곡된 견해를 말살시킨다. 그러나 복음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으로부터 용서받고 깨끗해지고 소중히 여기심을 받았다고 선언한다. 하나님은 우리를 보고, 알고, 또 사랑하신다. 그렇기에 사람도 그렇게 할 수 있다.

진정한 부부 사이의 친밀함은 기도하고 소중히 여기고 추구해야 할 귀중한 보석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렇게 추구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복음기도신문]

“ 우리의 결혼생활이 하나님의 아들과 백성 사이의 친밀한 사랑을 반영할 때, 하나님께서 영광 받으신다 ”

스티븐 위트머(Stephen Witmer) | 스티븐 위트머는 메사추세츠주 Pepperell Christian Fellowship의 부목사다. University of Cambridge(PhD)를 졸업하고, 현재 Gordon-Conwell Theological Seminary에서 신약학을 가르치며 소규모 교회와 목회자들을 섬기는 단체인 Small Town Summits의 공동 설립자로 섬기고 있다. 대표 저서로 ‘Eternity Changes Everything’이 있다.

이 칼럼은 개혁주의적 신학과 복음중심적 신앙을 전파하기 위해 2005년 미국에서 설립된 The Gospel Coalition(복음연합)의 컨텐츠로, 본지와 협약에 따라 게재되고 있습니다. www.tgc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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