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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통신]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 난민들과 함께 울다

최근 폴란드를 방문, 우크라이나 난민 등을 만나고 돌아온 양병순 선교사가 난민들의 상황을 소개하는 기도편지를 보내왔다. 난민 관련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편집자>

4월 13일(수) 도착과 함께 자원봉사 등록

이른 아침, 폴란드 바르샤바 프레드릭 쇼팽 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오후에 에어비엔비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이곳은 폴란드 국경을 넘은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다른 나라로 가기 위해 기차나 버스를 타고 도착하는 바르샤바 중앙역과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한 아주 좋은 곳이었습니다. 체크인을 마치고 곧바로 중앙역을 찾아갔습니다. 도착해 살펴보니 여호와 증인들이 버스에서 내리는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 선물과 전도지로 전도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곧바로 자원봉사 등록을 하고 첫날부터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우선 중앙역을 다니면서 주변을 살피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살폈습니다.

4월 14일(목) 무료급식소 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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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료급식소에서 빵 배식 봉사를 하고 있다. 제공: 양병순 선교사

아침 6시부터 시작인데 잠이 오지 않아 5시에 일어나 씻고 중앙역으로 갔습니다. 오늘은 식당봉사 중 빵 배식을 맡았습니다.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무료급식소를 찾은 사람들에게 “좋은 아침입니다. 어떤 빵을 드릴까요? 맛있게 드세요.”하고 대화를 나누며 배식을 했습니다. 다들 좋아합니다. 본래 1인당 한 개씩만 배식을 해야 하는데 가끔씩 빵을 더 달라고 부탁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러면 저는 달라는 대로 주었습니다. 우선 그들을 배불리 먹이고 싶었습니다. 주님도 먹을 것을 주라 하셨는데…. 하지만 미국에서 온 봉사자는 절대 더 안 주더군요.

오후 봉사는 어제처럼 역 주변을 돌아다녔습니다. 주님이 주신 말씀인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 12:15)를 기억합니다. 그래서 기도하면서 우는 자들을 찾아다녔습니다. 무슨 사연인지 대화를 나누고 어깨를 잡아주고 함께 울어줍니다. 그리고 손에 돈을 쥐어줍니다. 모두 펑펑 웁니다. 하룻밤 묵을 곳을 찾는 사람들, 모든 것을 잃고 하루아침에 난민이 되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 그저 우는 사람들, 국경을 넘어오다가 모든 짐을 다 잃어버리고 여권조차 잃은 사람들, 돈이 없어서 기차표를 구입하지 못해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할 수 없는 사람들…. 가만히 살펴보니 정작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실제적인 재정적 지원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돈이 없어서 이동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표를 사주기로 했습니다. 그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었고, 그러면서 그저 그들과 함께 울어주는 것 뿐이었습니다. 이들에 비하면 저의 하루 1만 7500원의 숙소가 너무 좋은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난민들이 먹는 무료급식소에서 매 끼니를 때우면서 그 돈도 절약해서 필요한 자에게 나누기로 결정했습니다.

4월 15일(금) 난민들에게 기차표를 끊어주다

밤새 끙끙 앓으면서 잤습니다. 온몸이 다 아팠습니다. 힘들지만 오늘 만나게 될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위해 기도하면서 중앙역으로 나갔습니다. 어린 세 자녀들을 데리고 밤새 바르샤바로 왔지만 갈 데가 없어 식당에 쭈구리고 앉아 쉬고 있는 로마와 마샤 가정, 한국으로 가기 위해 준비 중인 고려인 문율랴. 새벽부터 하나님은 좋은 우크라이나 난민 가정들을 만나게 하셨습니다. ‘한국에서 온 목사가 실질적으로 난민에게 필요한 재정으로 돕는다.’는 소문이 퍼졌고, 무료 기차표를 얻을 수 없는 사람들이 소문을 듣고 나타나면 자원봉사자들이 저를 찾아와 구입해 줄 수 있느냐고 부탁합니다. 저는 기쁨으로 그들이 좀 더 안전한 곳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기차표를 구입해 줬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복음과 주의 사랑을 전했습니다. 그들은 저의 기차표를 가지고 독일로, 체코로, 불가리아로, 헝가리로, 폴란드 등 여러 지역으로 흩어졌습니다. 그리고 전쟁이 끝나면 꼭 우크라이나에 있는 자기 집에 방문해 달라며 주소를 주었습니다.

4월 16일(토) 우크라이나의 소망을 발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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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색 색연필로만 칠하는 우크라이나 어린이. 제공: 양병순 선교사

너무 피곤했는지 늦잠을 잤습니다. 1시간 늦은 7시에 난민촌에 도착했습니다. 오늘은 늦어서 배식을 못하고 쓰레기를 치우고 식탁을 닦는 일을 맡았습니다. 무슨 일이든 너무 행복했습니다. 얼마 후 이곳 난민촌의 책임자 격인 미국에서 온 야베스 목사가 제가 한국에서 온 목사인 것을 알고 아이들 케어를 부탁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레나트’라는 6살의 남자아이는 블럭으로 총을 만들었습니다. 그 총으로 뭘 하고 싶냐고 물으니 나쁜 러시아 사람들을 쏘고 싶다고 이야기합니다. 어떤 어린 꼬마는 색칠을 하는데 검정색으로만 색칠을 합니다. 다른 색을 손에 쥐어주니까, 싫다며 검은색으로만 색칠을 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며 아이들을 돌보는 내내 이들의 가슴에 남아 있을 상처와 아픔이 느껴져서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어떤 꼬마가 맥도날드에 가고 싶다고 합니다. 엄마가 저에게 다가와 이곳에서 우크라이나 카드로 결제가 되는지 묻습니다. 저는 잘 몰라서 제가 사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꼬마가 “아니요. 우리는 스스로 할 수 있습니다.”라며 정중히 거절합니다. 그 아이를 보며 우크라이나가 앞으로 소망이 있음을 느꼈습니다.

4월 17일(일) 감동의 부활주일 예배

폴란드에서 부활주일을 맞았습니다. 이날 예배를 드린 폴란드 임마누엘 한인교회 담임목사님의 제안으로 4시부터 교회가 하는 폴란드 홈리스들을 위한 봉사에 참여했습니다. 장소는 중앙역 근처였습니다. 신미순 담임목사님은 20년째 매주 같은 시간에 사역을 해왔다고 했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와서 미리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추운 날씨였지만 먼저 서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목사님은 저에게 러시아어로 이들에게 짧은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러시아어를 알아듣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말씀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예배 후에는 음식과 차, 그리고 부활주일이라고 운동화를 한 켤레씩 선물했습니다. 감동의 예배였고, 모임이었으며, 저도 조지아에 가서 이런 사역을 할 수만 있다면 좋겠다는 감동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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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리스들을 위한 봉사 현장. 제공: 양병순 선교사

4월 18일(월) 우는 자들과 함께 울다

난민들을 위한 봉사는 17일까지 마치고 오늘은 “유럽지부 침례교 한인선교사모임”에 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주님께서 오늘 모임을 시작하기 전까지 봉사하라는 마음을 주셔서 마지막 봉사를 했습니다. 오늘은 아침 배식만 하고 얼른 기차역 광장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우는 자들과 함께 울기 위해 그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감사하게도 예비된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위한 봉사는 저의 인생과 사역에서 너무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참 많이 울었고, 참 많은 생각과 깨달음을 얻은 시간이었고, 참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봉사하면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참 좋은 사람들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을 오래 기억하고 싶습니다. 이번에 유럽 여러 나라에서 모임에 오신 선교사들이 본인 나라에 모인 수십만 명의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위한 사역자가 필요하다며 러시아어를 할 줄 아는 저에게 와서 동역해 달라는 요청들을 하셨습니다. 하지만 조지아에도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들을 위한 귀한 사역이 폴란드에서 이곳으로 계속 이어지기를 소망해 봅니다. [복음기도신문]

양병순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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