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높이라 Prize Wisdom 잠 4:8

“증오가 나를 감옥으로…사랑이 나를 자유케하네”

살인 누명으로 19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해야 했던 미국의 프로 복서, 루빈 카터(1938-2014). 그의 생애를 바탕으로 1999년 제작된 영화의 제목은 ‘허리케인 카터’이다. 얼마 전 그의 부음기사가 국제면 뉴스에 게재되면서 새삼 눈길을 끌게 된 영화로 알려졌다.

흑인들에 대한 인종차별이 심했던 1949년 미국의 어느 시골, 열한 살의 카터는 친구를 성추행하려는 백인 남자를 막으려다 칼로 그를 찌르고 만다. 이로 인해 그는 7년간 소년원 생활을 하게 된다. 인생의 초입을 감옥에서 흘려보내게 된 카터는 굳은 결심을 하고 소년원을 탈출해 프로복서가 되기에 이른다. 그의 마음 가운데 있던 사회에 대한 분노와 억울함이 복싱이라는 스포츠를 만나 폭발적으로 반응하게 된 것이다. 무서울 정도로 강한 주먹을 가졌다 해서 ‘허리케인’이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였다.

성공한 복서로서 인기를 얻으며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결혼도 하고, 바라던 꿈과 소원을 이루어가던 1966년의 어느 날이었다. 미국 뉴저지주 패터슨시의 한 선술집에서 3명의 백인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며 선수 생활은 마감된다. 결백을 주장하며 거세게 맞서 항변했으나 그에게 언도된 것은 종신형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그를 쫓으며 과도한 형량을 부과하고, 증인과 증거를 조작하여 카터를 수감하고자 했던 인종차별주의자 델라 페스카 형사의 음모를 당해내지 못했다. 유명 포크송 가수 밥 딜런, 세계적인 권투 선수 무하마드 알리 등 많은 유명인사들이 그를 위한 구명운동을 벌였지만 카터는 두 번의 항소에서 모두 유죄 판결을 받는다.

수년의 시간이 흐르고 사람들은 그를 잊어갔으며, 스스로도 포기하기에 이르렀을 때 즈음이었다. 카터는 자신이 낸 ‘제 16라운드’라는 책을 통해 감명을 받은 한 소년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게 된다. 캐나다의 환경운동가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레스라라는 이름을 가진 10대 흑인소년이었다. 레스라와 세 명의 캐나다 친구들은 거주지를 옮기고, 델라 페스카 형사의 위협을 이기면서까지 카터의 방면을 위해 노력한다.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카터는 다시금 용기를 가지고 누명에 맞서 재심을 신청한다.

1985년 마침내 법원은 그에게 무죄와 즉각적인 석방을 선언한다. 영화는 이렇게 끝이 나고, 석방 후 그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복역 중인 재소자들을 위한 삶을 살았음을 전한다. “증오가 나를 감옥에 가두더니 사랑이 나를 자유케 하는구나”라는 카터의 말과 함께.

영화를 보는 내내 생각하게 되었던 것은 ‘옥에 갇힌 삶과 자유’에 대한 것이었다. 억울하게 옥에 갇혀 종신형이 언도된 자의 삶이란 과연 어떠할까. 영화는
카터의 영혼 안에서 벌어진 치열한 내면의 고통을 분열된 두 자아의 싸움을 통해 표현한다. 그는 때로 극도의 용기를 내었다가, 때로는 극심하게 좌절한다. 강한 자아는 약한 자아를 비난하고, 약한 자아는 강한 자아에게 분노를 품기도 한다.

이러한 몇 장면을 통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깨닫게 되었다. 카터가 그토록 힘을 다해 싸우는 자유가 진정 무엇으로 인해 성취되는가 하는 것이다. 증오과 분노는 스스로를 고통의 감옥 속에 투옥시켰고, 스스로는 자아의 감옥에서 벗어날 길이 없었다. 결국 그는 말한다. 자신에게 찾아온 자유는 보이는 감옥에서의 탈출이 아닌 영혼의 자유, 진정한 사랑이었음을 말이다.

그를 통해 일생 자아의 감옥에서 갇혀 고통하던 나의 옛사람을 생각하게 되었다. 대상을 막론하여 끝없이 분노하고, 나 자신이 준거가 되어 내렸던 선악에 대한 고통스러운 판단과 갖가지의 억울함에 대해 깨닫지도 못하였으나 나는 진정 감옥에 갇힌 자였으며, 스스로도 다른 어떤 이도 구원할 수 없었다. 죄 없으나 오로지 나를 자유케 하시기 위해 기꺼이 육체와 자아의 감옥에 갇혀 죽임을 당하신 어린양 예수 그리스도가 없었다면 나는 여전히 그 감옥에 수감되어 있을 것이다.

루빈 허리케인 카터는 불굴의 의지로 운명을 이기고 마침내 자유를 얻은 흑인인권의 상징이 되는 사람이다. 세상은 그를 위대한 사람이라 말한다. 그는 분명 승리를 이룬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시점에서 더욱 위대한 자유인들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스도를 전하는 일로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고난을 당하거나, 감옥에 있는 증인들. 그들은 갇혔으나 노래할 것이다. 억울할 것도 분노할 것도 없다고 말할 것이다. 우리를 위해 무고히 갇히셨으나 기꺼이 고난의 잔을 감당하신 그리스도께서 먼저 그리하셨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의 증인들은 카터의 방면을 위해 끝까지 싸웠던 그의 친구들과 같이, 자아의 감옥에 갇혀 있으나 해방될 길을 모르는 자들을 위해 싸운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 이렇게 외치고 있다.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생명의 성령의 법이 죄와 사망의 법에서 너를 해방하였음이라(롬 8:2)

[GNPNEWS]

(드라마 | 미국 | 노만 주이슨 | 145분 | 12세 관람가 | 2000)
박혜인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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