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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채플에서 복음을 듣게 해주세요”

대자보로 믿음을 고백한 김서진 형제

언더우드 선교사가 세웠고, 요한복음 8장 32절‘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라는 성경말씀을 건학 이념으로 하는 연세대학교. 이 학교 대강당에 지난 5월 7일 4장짜리 대자보가 붙여졌다. 예배의 모양만 유지한 채 채플의 본질인 복음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먼 메시지가 전해지고 있다는 현 연세대학교 채플에 대해 개혁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이 대자보는 하루 만에 누군가에 의해 철거되었지만, SNS를 통해 대자보의 내용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또한 이 일을 계기로 연세대학교 교목실은 채플에 의미있는 변화를 약속한 상태다. 누구나 할 수는 있지만 아무나 하지는 않는 믿음의 용기를 낸 연세대학교 간호대 2학년 김서진 형제을 만났다.<편집자>

– 어떤 계기로 대자보를 붙이게 됐나요?

대자보에도 적어놓았지만, 갈라디아서 1장에 있는 말씀처럼 다른 복음은 없잖아요. 그런데 연세대학교 채플의 전반적인 내용이 복음과 무관한 내용들로 구성되어 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말씀과 무관한 여러 형식들이나 인생 성공에 대한 강연들 그리고 심지어는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이 채플 강단에 서서 기독교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2만명이 넘는 학우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사실이 큰 불편함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이전부터 느껴왔던 채플에 대한 불편함을 대자보라는 형식으로 대강당 앞에 게시하게 되었어요.

– 실제로 대자보를 붙이는 일을 실행에 옮기기까지는 쉽지 않은 과정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대자보를 붙일 때 ‘내가 이 채플을 반대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왜냐하면 적어도 채플이 예배 비슷한 형식을 가지고 있잖아요. ‘이 정도면 됐지 뭐. 교회도 아닌데 대학교에서 뭘 바래?’ 등 이런 저런 생각으로 마음이 정말 복잡했어요.

그래서 고민하던 중에 목회자이신 아버지께 말씀드렸더니 아버지께서 ‘그냥 가만히 있지 말고 대자보 같은 형식을 통해서 너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학생이 있다는 것을 알려라. 그러면 너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힘이 되고 실제로 채플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방향으로 변할 수 있을 거다.’라고 얘기해주시고 기도해주셔서 대자보를 붙이게 되었죠.”

– 대자보를 붙이고 나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붙이기 전과 또 다른 불안감이 많이 있었어요. 실제로 대자보를 붙인 지 하루 만에 대자보가 뜯겨져 나갔고 몇 사람이 댓글 형식으로 대자보 끝에 반박문을 적어 놓기도 했고요.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제가 용기를 내면 누군가가 나를 응원해 줄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믿는 사람들도 모두 응원을 해 주는 건 아니더군요. 마치 제가 안 건드려도 될 문제를 헤집어 놓았다는 식의 반응을 접하기도 했어요. 제가 간호대 학생인데 간호대 학생부 학장님께 불려가기도 했죠. 결국 저 혼자 뒷감당을 해야 할 상황이었어요. 교수님들도 만나야 하고, 교목님들도 만나야 하고 말이죠.”

– 심적인 부담감이 컸을 것 같아요.

“‘과연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고민이 계속되었죠. 그런데 하나님이 다윗과 골리앗 앞에 설 때, 사울 왕이 준 갑옷을 벗어버리고 맨 몸으로 나아갔던 것을 생각나게 해 주셨어요. 그래서 저도 제 지식이나 화술이나, 어떤 단체를 구성해서 그 힘으로 할 것이 아니라 다 내려놓고 정말 맨 몸으로 부딪히게 되었어요. 결국 교목실 안에서도 이 이야기가 논란이 되었고 심도있는 토론이 진행되었어요.

그리고 저를 초대해 주셔서 교목님과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고 제 요구를 받아주시겠다는 대답도 받게 되었죠. 저는 그냥 대자보라는 형식으로 말씀에 순종했을 뿐인데 정말 하나님께서 다 하신 것 같아요.”

– 모태신앙으로 성장하셨나보군요.
“저희 외할아버지께서 평생을 전도사로 사역을 하셨어요. 그리고 아버지도 목사로 10년 넘게 개척교회 사역을 하고 계세요. 저는 아버지의 믿음 덕분에 내 믿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선택들을 너무 많이 했죠.

사실 지금 제가 마치 올곧게 자라고 바르게 자란 것처럼 보이지만 저는 중학교 다닐 때 가출도 두 번이나 하고 도둑질도 수 없이 하고 친구들과 몰려다니면서 학생 지도부도 많이 가던 탕자 중에 탕자였어요. 그러다 대학에 입학한 이후 정말 주님을 만났어요.”

– 신앙생활은 언제부터 했나요?

“아무래도 아버지가 목사님이니까 교회에 계속 다녔죠. 아버지가 교회를 개척하셨을 때 가족 외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그래서 친구들을 교회로 많이 데려왔어요. 고등학교 때에 예배당을 꽉 채운 적도 있고요. 그런데 그 친구들이 다 떠나가더군요. 고등학교 졸업을 하고 나서는 제가 아무리 열심히 전도를 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했죠.”

– 본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시간이 찾아온 거군요.

“두 가지 문제가 찾아왔어요. 하나는 신앙의 영역인데, 저는 제가 전도한 친구들이 제 신앙의 근본과도 같았어요. 그 친구들이 제가 믿음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근거였던 거죠. 그런데 그 친구들이 모두 교회를 떠나가고 나니 제 신앙의 근본이 흔들린 거죠.

그리고 다른 하나는 진로 문제였는데, 제가 대입 수능시험을 정말 못 봤어요. 결국 재수를 했는데, 당시에는 정말 낙담이 되었죠. 나름 교회 생활도 정말 열심히 했고, 공부도 열심히 했거든요. ‘이 정도면 하나님이 좋은 대학에 보내주시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완전히 무너져 내린 거죠.”

– 그래서 어떻게 회복하게 되었나요?

“고민하던 어느 한 날 주님이 제 삶의 주체가 바로 ‘나’였다는 것을 알게 해 주셨어요. 언제나 내가 앞장서고 하나님이 저의 모자란 부분을 채워달라고 기도하는 식이었죠. 제가 저의 신이었고, 제가 주인이었어요. 제 마음대로 살았던 거죠. 교회 생활도 내 친구들이 여기 있고, 다른 사람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으니까 다녔던 거에요. 내 마음대로 사는 삶, 그게 죄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회개하고 복음을 붙들게 되었죠. 부끄럽지만 20년 간 흔들리는 기반 위에 세워진 제 믿음을 무너뜨려주시고 복음이라는 기반 위에 하루하루 벽돌을 쌓아가듯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 자유분방한 대학문화에서 믿음의 삶을 지키는 것이 어렵지 않은가요?

“대학 생활을 시작하면서 주님 앞에 드린 약속이 있어요. 술과 담배를 하지 않겠다는 것과 혼전 순결을 지키겠다는 거에요. 그런데 이 부분이 신앙을 유지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술을 마시지 않으면 다른 믿는 친구들이 ‘성경에서 술 마시지 말라는 내용은 없지 않냐?’라고 많이 물어봐요. 그리고 주변에서는 제가 고리타분하고 불쌍하다고 생각을 해요.

자유롭지 못하고 인생에 즐거운 부분을 놓치고 있다고 말을 하고요. 그런데 저는 마치 술을 마시지 않고도 즐거울 수 있는 자유가 빼앗겨버린 것 같은 대학 문화에서 술을 마시지 않을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생각해요.”

– 기독 대학생으로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대학교 안에서 제 신앙생활은 병동에서 환우분들을 대상으로 찬양으로 섬기는 기독교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고요, 매주 금요일 아침에 모이는 의료원 기도모임에 참석하고 있어요. 사실 저는 대단한 신앙을 가진 사람이 아니에요. 물론 기회가 닿을 때마다 친구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주님이 원하시는 기도의 자리와 섬김의 자리까지 나아가는 데에는 많은 반발심에 부딪히는 것도 사실이에요.

‘예배를 다 참석하면 알바는 언제하고 친구는 언제 만나? 엠티는 언제가?’ 이런 생각이 들어요. 제 생활이 없는 것 같이 느껴질 때는 짜증이 나기도 하고요. 그래도 일단 말씀의 자리, 기도의 자리에 가면 주님이 제가 왜 여기 왔는지, 왜 여기에 있어야 되는 지 알려주세요. 주님 앞으로 가면 제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여주세요. 제가 제 자신을 보는 거죠. 그리고 지금 어떤 선택과 순종을 해야 할지, 무엇을 추구해야 할지를 분명히 보여주세요. 그것이면 충분한 것 같아요.”

– 2014년을 살아가는 청년, 대학생으로서 캠퍼스와 한국교회를 바라보면서 느끼는 마음이 있다면?

“지금 대학생들 중 주일 성수하는 비율이 100명 중 3명이라고 해요. 3%죠. 그런데 실제로 그래요. 제 동기들 100명 중에 3명이 실제로 주일 성수를 해요. 굉장한 경건생활이 아니라 주일 예배 한 달에 4번 꼬박 출석하는 것만 따져서요. 정말 기도가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국 교회가 비극적이고 소망 없는 모습이 있지만, 주님께 받은 사명이 많다고 생각을 해요. 저희 세대를 통일세대라고 하잖아요.

통일이 되면 북한에 가서 섬겨야 할 일이 많을 것이고, 또 온전히 복음만 가진 순전한 성도들이 함께 한국교회와 한 몸이 되는 거잖아요. 그때가 많이 기대가 되요. 그래서 한국교회가 빨리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한국교회가 능력을 잃게 된 이유는 한 가지 밖에 없어요. 복음을 붙들지 않았기 때문이죠.”

– 끝으로 기도제목이 있다면

“대자보를 붙이고 나서 연세대학교 교목실에서 채플에 변화를 주려는 시도는 있어요. 그런데 아직 잘 모르겠어요. 언더우드 선교사님이 말씀으로 세운 연세대학교 채플이 정말 마땅히 전해져야 할 말씀이 전해질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진로를 놓고 고민을 하고 있어요. 주님께서 강 같은 평안을 주시고, 인도하시는 길에 순종할 믿음을 주시도록, 그리고 늘 복음에 붙들려 주님과 연합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GNPNEWS]

J.S

대자보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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