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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진 칼럼] 탈 전문화 시대의 위협과 전문가집단의 사회적 책무

사진: ⓒ pixabay

코로나19 현장을 임상 개원의이자 국민으로서 2년간 겪으며 우려되는 부분은 혼란 속에 조용히 들어와 의학의 전문성과 가치를 위협하는 일들이다. 전문가들은 전문적인 지식과 윤리를 기초로 과학적이고 분석적 사고와 합리적인 사고를 통한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

이런 전문가의 의견은 전문가 개인뿐만 아니라 전문가 집단에도 함께 적용된다. 2022년은 전문가로서 또한 전문가집단으로서 어떻게 바른 의학 정보를 제공하여 코비드19를 극복해 가야 할지 전문가집단이 담당해야 할 사회적 책무가 그 어느 때보다도 크게 다가오고 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되듯이 전문가들은 말과 행동은 수사학을 잘 활용해야 한다.

수사학(修辭學, 라틴어:rhetorica, 영어:rhetoric)이란 설득의 수단으로 문장과 언어의 사용법, 특히 대중 연설의 기술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정의된다. 수사학을 통해 주어진 상황에서 특정한 청중에게 정보를 주고, 청중을 설득하며, 청중에게 동기를 부여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의 3요소를 로고스(Logos), 파토스(Pathos), 에토스(Ethos)로 설명했다.

로고스(Logos)는 설득의 이념적이고 합리적인 방향, 논증 또는 논거, 근거 등의 방식들과 관련되어 있다. 의사들이 전문가로서 반드시 기초해야 할 요소다. 의학은 계속 발전하고 향상되지만, 항상 반복 가능하고 통계적으로 증명되어야 하는 로고스의 학문이다. 근거기반의학(Evidence-Based Medicine, EBM)이라고 한다. ‘카더라’는 추정은 의학에서는 인정되지 않는다.

로고스에 기초하지 않는 주장은 시민들에게 큰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돌팔이나 사기꾼으로 전락하고 만다. 로고스가 결여된 자들은 자신의 주장은 옳은데 세상이 자신을 인정하지 않고 박해한다고 주장하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취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가면서 통계와 결과물들이 나오면서 추론과 근거가 부족한 주장들은 꼬리를 감추게 된다.

파토스(Pathos)는 듣는 사람의 마음과 감정 상태를 이해하고 파악하여 뜻을 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딱딱하고 냉정한 로고스만 있고 감동과 배려가 없다면, 차갑고 삭막한 사회가 되고 사람들은 마음을 닫아 버린다. 파토스를 잘 사용하면 사람이 마음을 열고 공감을 얻을 수 있다. 로고스의 논리를 잘 전달 할 수 있다. 

하지만 로고스가 결여된 파토스의 사용은 정치적 선동으로 흐르기 쉽다. 정치인들이 주로 잘 써먹는다. 이미 대한민국 의료계는 광우병 파동을 통해 파토스의 선동 위력을 톡톡히 경험했다. 아쉽게도 이런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에토스(Ethos)는 청중의 관심을 끌고 신뢰를 획득하기 위해 말하는 사람의 삶의 태도와 품성, 인격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말하는 사람의 삶을 통해 전해지는 메시지로 수사학의 3요소 중 가장 강력한 요소이다.

말하는 사람은 일관된 진정성(Integrity)이 있어야 한다. 전문가나 전문가집단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지켜야 할 요소가 일관된 진정성이다.

탈-전문화(de-professionalism)의 시대의 위협 속에서 언론의 자유가 있기에 다양한 주장을 펼 수는 있으나 사견과 공적인 의견 개진은 분명한 경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밝힌 자신의 주장에 대해 윤리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분석과 해석을 달리할 수는 있으나 과학적 사고나 합리적 사고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 언제든지 본인의 실수나 부족함이 있을 수 있다는 겸손한 자세를 잘 유지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동료평가(Peer Review)를 중요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문가가 정치적 이득을 위해 정치인 행세를 하거나, 근거가 부족한 선동적 주장으로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하면 안 될 것이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는 전문가집단으로 근거에 기초한 정확한 사실과 정보를 제공하는 사회적 책무에 힘써야 할 시기다. 그래야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진정한 전문가집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의협신문=복음기도신문]

lee mj

이명진 소장 | 명이비인후과 원장 겸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소장. 신실한 신앙인이자 의사로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한 성산 장기려 박사의 뜻을 받들어 성경적 세계관에 입각한 생명존중운동과 생명윤리 확산을 위해 의사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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