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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칼럼] 세상이 감당치 못하는 믿음의 사람

▲ 무무애 목회자가 담임하고 있는 교회에서 예배하는 모습. 사진: 오영철 제공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는 외부 도움이 필요하다. 그런데 예상과 다른 대답을 한다.

“도움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무무애’ 목회자의 대답은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극한 상황을 얼마나 작게 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그녀는 ‘티써래’라는 교회의 목회자이다. 티써래는 미얀마 서부 카렌주에 위치한 시골 마을이다. 그 지역도 미얀마군과 카렌의 충돌을 피할 수 없었다. 2012년 휴전 이후 잠잠하던 전투가 지난 12월에 24일에 그 지역에서도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 마을의 현재 상황이 얼마나 불안한지를 보여주는 것은 총소리이다.

“어제 밤에는 총소리가 났지만 저는 괜찮습니다.”

지난 토요일 그녀의 딸 ‘아무’가 메신저로 보내온 음성 메시지였다. 총소리는 사격연습장에서의 소리가 아니다. 그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카렌군과 미얀마군이 충돌해 밤에도 총격전을 벌인 것이다. 그런데 괜찮다고 한다. 아무리 보아도 괜찮은 상황이 아니다.

그 마을은 지난 12월 15일까지 괜찮았다. 카렌 6여단 지역이어서 미얀마군과 소통이 되고 있었다. 긴장은 높았지만 전투는 없었다. 그런데 미얀마와 카렌 충돌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갔다. 12월 13일 미얀마군이 휴전조약을 파기하고 6여단 지역에서 강압적인 수색과 체포를 단행했다. 다음날인 14일 카렌군이 이들에 대해 강한 경고를 하였음에도 철수를 하지 않자 15일부터 전투가 벌어졌다. 이후 미얀마군은 공격헬기와 비행기를 동원한 공격을 하고 있다. 이에 맞선 카렌군은 사력을 다한 대응을 하면서 미얀마군에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전투가 확대되어 ‘티써래’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도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주민들은 집안에서 잠을 잘 수 없다. 집 아래 땅을 파서 ‘벙커’를 만들고 그 속에서 밤에 잠을 자고 있다. 밤에 어떤 상황이 닥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전투가 멀리서 벌어졌을 때는 낮에는 그래도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낮에도 웬만하면 집에 머물고 있습니다.”

무무애 목회자와의 통화에서 긴박한 상황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딸 ‘아무’는 현재 태국으로 돌아올 상황이 아니었다. 신학교 방학을 맞아 고향으로 간 그녀는 진작에 돌아와야 했다. 그곳에서 태국 국경까지 30여 분이면 닿을 수 있는 곳이다. 평소에는 이동의 문제가 안 되었다. 지금은 전혀 다른 상황이 되었다. 그 길의 몇 곳에 양측 군인들이 대치하고 있는데 민간인이라고 해서 고려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동하다가 전투에 노출되어 사상자가 될 수도 있다.

그녀는 2008년 5월 15일 목회자인 남편의 순교 이후, 한 가정의 가장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 목회자로서 교회를 돌보고 있으며, 약 150여 명의 기숙사를 책임지는 원장이기도 하다. 카렌 자치정부의 학교 운영에도 관련되어 있다.

태국뉴스는 연일 그 곳에서 멀지 않은 지역의 전투상황을 다루고 있다. 4000여 명의 전투지역 주민들이 태국으로 피신하였다. 그 지역의 상황이 걱정되어 소식을 알고 싶었는데, 알 길이 없었다. 오늘 전화통화가 이뤄졌다. 국경과 멀지 않은 지역이어서 높은 곳에 올라가면 태국전화 신호가 잡힌다고 했다. 긴박한 그곳 상황을 직접 들려줬다.

기숙사에 아이들은 80여 명이 남아 있다고 한다. 반 정도의 아이들은 전투가 발생한 이후 부모들이 집으로 데려갔다. 성탄행사는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진행됐다. 식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물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식량은 어떻게 해서라도 지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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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오영철 제공

“한 달 정도 먹을 수 있는 식량이 있습니다.”

그녀가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 것은 한 달 정도의 식량이 있기 때문이었다. 한 달이 지난 후 어떻게 될지 모른다. 전쟁 상황이다. 일부 주민들은 태국으로 피신한 상태다. 도움의 손길이 있다는 것을 안다면 미리 연락을 할 상황인 듯 싶다. 그런데 그녀는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가에 대한 질문에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고 한다. 사실 그녀가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고 하는 더 깊은 원인이 있다. 그것은 하나님에 대한 깊은 신뢰가 그녀 속에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여유와 풍요로움과는 거리가 먼 인생을 살아왔다. 그 마을에는 전기가 없다. 앞으로도 한참 동안 없을 것이다. 작년 옥수수 농사는 홍수가 나서 작황이 좋지 않다. 미얀마군과 카렌의 충돌은 삶을 더욱 피폐하게 한다. 아무리 보아도 괜찮은 상황이 아니다.

한 사람의 몫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 그녀는 그곳에서 그 극한 상황들을 맞서고 있다. 그녀는 목회자로, 기숙사 원장으로 그리고 가장으로 한 가정을 돌본다. 이전에도 몇 번 도움이 필요한지 직·간접적으로 질문을 하였다. 지금까지 한 번도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다. 그런데 꼭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하나님의 손 안에 있습니다.”
“하나님의 뜻대로 되기를 원합니다.”

그녀의 고백이 왜 이렇게 깊게 와 닿을까? 그녀의 삶과 신앙과 자세 그리고 하나님에 대한 헌신이 일치된 고백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실로 세상이 감당하지 못하는 믿음의 사람이다.

그녀는 이 세상 사람들의 길과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세상은 우리들에게 채우고 다시 채우라고 한다. 준비하고 다시 준비하라고 한다. 오늘의 소유는 아직 부족하다고 한다. 평생을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준비하기 위해서 살고 있는 것 같다. 현재 가진 소유로 괜찮다고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에게 질문을 한다. 나는 채우고 다시 채우고자 하고 있지 않은가? 나는 나 자신이 드러나고 다시 드러나기를 원하고 있지 않은가?

도움이 필요한데 필요하지 않다고 하는 것은 그녀의 근거 없는 확신이 아니었다. 그런데 확실히 세상의 방법과는 다른 길이다. 그녀는 멋진 집이나 흔한 자동자도 없다. 은퇴 후 연금이나 퇴직금은 상상도 못한다. 통장조차 없다.

그렇지만 일용할 양식을 공급하시는 하나님이 그녀의 공급자이고 동행자이심을 날마다 체험하는 삶이다. 그렇게 순교자 남편을 보내고 한 걸음씩 살아왔다. 그렇게 하나님의 교회를 신실하게 섬겼다. 그렇게 150여 명의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한 달 분량의 식량은 그녀에게 공급하시는 하나님을 보게 한다. 동시에 나에게는 감추고 싶은 나의 속물스러운 모습을 드러낸다. 그녀의 고백은 하나님의 크심과 신비함이 얼마나 다양한지 보여준다. 전쟁 중에서도 하나님의 역사는 계속된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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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선교사 | 1995년 GMS 선교사로 태국에 파송된 뒤, 현지 신학교에서 학생과 목회자를위한 교수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이곳에서 소수부족인 카렌족교회가 주민족인 타이족을 위한 선교적 교회를 세우는데 관심을 갖고 이들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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