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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구 칼럼] 개천의 용(龍)

ⓒ 현승혁

나의 어릴 때 아명은 <용섭>이었다. 형님은 <활용>이라고 했고, 집안의 형님들은 <용전><용웅>이었다. 모두가 용을 좋아했는지 모르지만, ‘용’자 돌림이 많았다. 이렇게 ‘용’자가 들어간 이름에는 한국교회의 대표적 신학자였던 <박형룡>박사가 있고, 기독교 교육학자로 <김득룡>박사도 있다. 하여간 중국과 한국 사람은 ‘용’을 무척 좋아하는 것 같다.

사실 ‘용’은 실재 하는 것도 아니고, 상상 속의 동물이다. 그런데 한국은 임금을 <용>으로 표현했고, 임금이 앉는 자리를 <용상>이라 했다. 그리고 임금의 얼굴을 <용안>이라고 했다. 또한 용상의 꼭대기 천장에는 <황용>과 <청용>이 꿈틀거리는 것을 조각하여 화려하게 채색까지 더해 임금의 위엄과 권위를 한껏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흔히 하는 말로 <개천에서 용이 났다>는 말을 두고, 요즘 여러 의견들이 많다. 그래서 개천에서 용이 나오는 세상이어야 희망의 세상이란 사람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이제는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옛날에는 가난하고 힘들게 살았어도, 과거(科擧)시험에 합격을 하면 큰 벼슬을 하고 “개천에서 용 났다”고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것은 과거라는 제도를 통해서 하루아침에 어사가 되고, 관직에 오르는 참 좋은 제도라고 본다. 하기는 그 과거제도도 기득권 양반들의 조작으로 엉망이 되기도 했다.

최근에도 사시나 행시를 통해서 바닥 인생이 어느 날 갑자기 판사가 되고 검사가 되고 변호사가 되어 인생역전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법학전문대학원이 생기면서부터 개천에서 용이 날 일이 없어졌다고 한다. 그러니 그 법학전문대학도 이미 기득권을 가진 자들의 무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개천의 미꾸라지들은 아예 기회가 없어진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이는 말하기를 “요즘은 용이 미꾸라지를 잡아먹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기득권을 가진 용들이 개천에서 흙탕물을 튀기고, 작은 물고기들을 잡아먹어도 누구 하나 항거를 못한다. 그래서 “억울하면 출세하라!”고 하지만, 억울해도 출세할 방법이 없다. 연약한 자들이 고발 고소를 해도 판·검사가 무시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SKY캐슬에서 보는 것처럼, 이 나라에는 권력과 돈과 명예를 가진 사람들끼리 높은 성벽을 쌓고, 자기들만의 리그를 즐기는 것이다.

이 세상에 가장 좋은 정치 시스템은 두말할 필요 없이 자유민주주의요, 시장경제이다. 그런데 거기다가 도덕적 사회(Moral Society)가 이루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일찍이 미국의 신학자 라인홀드 니버(Reinhold Niebuhr)는 <도덕적 인간과 부도덕한 사회>란 책을 썼다. 부도덕한 사회도 문제이지만, 더욱 큰 문제는 부도덕한 인간이라는 것이다. 인간이 하나님 앞에서 사는 도덕적 인간이 안되면 희망이 없다. 영국 사회가 아직도 건재한 것은, <권력을 가진 사람은 돈을 갖지 않고, 명예를 가진 자는 권력을 갖지 않고, 돈을 가진 자는 명예를 갖지 않는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의 한국사회는 수 많은 용들이 권력과 돈과 명예를 한 손아귀에 넣고, 이 땅에서 천년만년 살 것처럼, 온갖 부정부패의 온상이 되고 있다. 그러니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 세 가지 모두를 가지려는 탐욕의 <정글 사회>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오늘의 사회는 권력이 있으면 돈과 명예가 따라오고, 돈이 있으면 권력과 명예가 따라 오는 것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그래서 법을 집행하는 법무부 장관이 권력과 명예와 돈을 다 가지려고 자녀들을 희한한 방법으로 가짜 서류를 만들어 입학시킨 사례도 있다. 이것이 어디 그 집안뿐이겠는가? SKY캐슬을 즐겨보던 시청자들은 이 모습이야말로 바로 우리 한국사회의 모습이라는 공감을 일으켰다.

한국교회도 힘 있는 용들은 권력과 돈과 명예를 한꺼번에 다 가지려고 하고 있다. 그것도 전혀 비성경적인 방법으로 말이다. 그런데 교회는 영적 권위(Authority) 곧 말씀의 권위를 가지고 성도들에게 순수한 복음을 증거 해야지, 세상 권력에 아부 해서도 안되고, 스스로 권력을 쟁취하려고 해서도 안된다.

한국 사람은 ‘용’을 좋아하지만, 성경은 용을 <옛 뱀> 곧 <사탄>이라고 했다. 이 시대는 <용의 시대>이다. 거짓이 이 세상에 창궐하고, 불법이 정의를 몰아내고, 수단 좋은 사람이 성공하고, 하나님 앞에 눈물 뿌려 기도하고, 말씀대로 살려고 발버둥 치는 목회자들은 개척교회 전세금도 못 내서 건설 노동현장으로 몰려나고 있다.

벌써 대통령 선거에 시동이 걸렸다. 대통령으로 누가 될는지는 모르지만, 부디 개천에도 용이 나올 수 있는 공정한 사회, 기회 균등의 사회,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 사람을 뽑아야겠다.[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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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구 박사 | 전 총신대. 대신대 총장. 40여년간 목회자, 설교자로 활동해왔으며, 최근 다양한 국내외 시사를 기독교 세계관으로 조명한 칼럼으로 시대를 깨우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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