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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서 예배는 마지막 순간이 될 수 있다

▲ 기독용품 매장에 진열된 각종 조각상. 사진: 복음기도신문 자료사진

이슬람이 국교인 나라들처럼 X국도 한 주간의 공휴일은 주일(일요일)이 아니라 금요일이다. 이날 집을 나와 고요한 거리를 지나면서 ‘여기가 X국인가?’ 싶은 생각이 들곤 했다. 시끄러운 자동차 경적소리와 사람들로 분주한 여느 날과 달리, 가끔 지나는 자동차들과 몇 안되는 사람들만 눈에 띄는 고요한 아침이기 때문이다.

매일 이런 아침이면 얼마나 좋을까? 혼자 생각하면서 예배를 드리러 국제교회로 향한다. 그러나 교회 앞에서 검문하며 총을 메고 지키고 있는 경찰들을 보면,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간 듯 긴장감이 감돈다. 이들은 교회를 보호하기 위한 명목으로 교회 출입구에 상주해 있다. 그러나 이들은 이곳에서 출입하는 사람들의 신분증을 검사하기도 한다. 때문에 아직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들이 교회에 들어오는 것은 그만큼 어려워진다.

X국은 이슬람 군대의 침략으로 그들에게 정복당한 후 이슬람 국가가 되었다. 그리고 1400년 이상 흘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슬람 군대가 쳐들어오기 전 북부아프리카 국가들은 대부분 기독교 신자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슬람의 침략으로 항복하게 되었고, 이슬람을 믿지 않으면 죽임을 당해야 했다. 때문에 죽지 않으려면 무슬림이 되어야만 했다. 이슬람 군대는 꾸란에 근거하여 무자비하게 사람들을 죽였다(꾸란 4:89, 8:67, 9:123, 47:4,..). 당시 기독교인들은 무슬림으로 개종하든지, 아니면 수치와 핍박을 당하면서 기독교인으로 생명을 부지할지를 선택해야 했다. 특히 유대인과 기독교인들에 대하여 꾸란 9:29절의 명령에 따라 지즈야(인두세)를 내게 하고, 그것을 낼 때에도 비참함을 느끼도록 핍박하였다. 요즘 이 정도의 박해는 없다하더라도 그 땅의 기독교인들은 아직도 항상 불공평한 사회와 국가적 구조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오래전 그 땅에 처음 들어가서 정착할 무렵, 영어학원에서 함께 공부하던 기독교인 친구가 있었다. 스무 명 정도 되는 우리 반에 기독교인은 나와 그 친구 둘 뿐이었다. 남학생들의 이름은 모하메드, 무함마드, 아흐메드…등 무함마드를 어원으로 하는 이름만 8명이었다. 가르치는 선생님도 놀라 세어볼 정도로 많았다. 그때는 몰랐지만 여학생들은 아이샤, 하디자,…등 무함마드 아내들의 이름과 딸의 이름을 갖고 있었다. 무함마드에게 13명의 아내가 있었으니, 다양한 이름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 반 학생들의 이름이 보여주듯, 그 땅의 기독교인은 이처럼 무슬림들 속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학생들은 내가 그 당시 그곳에서는 흔하지 않은 동양인이며 외국인이기도 했기 때문인지, 내게 많은 관심을 보였다. 당시 아이들은 밝고 유쾌했고, 몇몇 학생들과 연락처도 주고받고, 대화하는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수업을 마치고나면 그 기독교인 친구는 자주 염려하며 내게 경고를 하곤 했다. 기독교인인 나는 그들을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내가 이해를 잘 못하는 것처럼 보였는지, 어느 날은 자기가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교까지 무슬림 선생님들과 학생들에게 어떤 말들을 들어왔는지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들로부터 “여기는 이슬람 국가이고, 무슬림 땅이야 그러니 기독교인은 나가!”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고 했다. 당시에는 내가 그 땅에 살게 된 지 얼마 안 되었기에 그 친구의 말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다만 ‘날마다 이런 말을 듣는다면 이 나라에 있고 싶지 않을 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을 뿐이었다.

강산이 몇 번 변하는 시간을 그 땅에 살면서 그 친구의 말을 조금씩 실감했다. 그리고 이슬람 국가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져 갔다. 또 기독교인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알아갈수록 그 땅에서 인내하며, 천국을 소망하며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삶 자체가 순교적 삶으로 다가왔다. 1400년이 지나는 그 긴 세월동안 수 없이 당하는 불공정과 불공평과 억울함과 크고 작은 핍박 속에서도 그 땅에 아직도 남아 있는 기독교인들이 자랑스러웠다. 또 당신의 자녀들을 그 땅에 그루터기로 남겨 놓으신 주님을 찬양하게 됐다.

그 땅의 기독교인들은 주일을 지킨다. 공휴일인 금요일에도 예배를 드리지만, 본 예배는 주일에 드린다. 일반 국가에서 일주일의 시작은 월요일이지만, 이슬람국가에서 일주일의 시작은 일요일(주일)이다. 이런 주간 일정이 국가적으로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 기독교인들은 여전히 주일을 지킨다. 주일에 가게와 병원 문을 닫고, 기독학교는 금요일, 주일에 쉬고, 토요일에 정상 수업하고, 월부터 한 주간을 시작한다.

X국에서 교회 테러는 잊을만하면 터졌다. 테러는 특히 사람이 많이 모이는 성탄절과 부활절 전후에 집중 발생하곤 했다. 그래서 이 무렵이면 긴장감이 훨씬 강하게 사람들 마음을 사로잡는다. 종려주일로 지키는 부활절 한 주간 전의 주일은 한국에서 고난주일로 조용하게 지키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이곳은 예수님 당시의 사람들이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환호하며 찬양하던 것처럼,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고 종려나무 잎으로 십자가와 장식물을 만들어 나누는 축제 분위기이다.

몇 년 전, 이런 종려주일에 두 곳의 교회에서 폭탄테러가 일어났다. 많은 사람들이 죽임을 당했고, 교회는 피로 물들었다. 한 주 뒤에 있을 부활 주일, 사람들이 두려워서 교회에 안 오면 어떡할까 염려가 가득했다. 그러나 내 연약한 믿음과 달리, 두려움을 이기고 교회에 나온 성도들은 사망을 이기고 부활하신 주님을 찬양했다!

그렇다. X국에서는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다가 죽을 수도 있다. 그래서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 중에 교회를 둘러보기도 한다. 만약에 오늘 예배 중에 폭탄테러가 일어난다면… 폭탄이 어디서 날아올까? 길과 맞닿아 있는 벽에서 터질까?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면서 던질까? 등등… 그런 생각을 하다가 곧바로 자세를 바로하고 마음을 가다듬곤 한다. 지금 드리고 있는 예배가 이 땅에서 마지막 예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전심으로 주님을 경배하지 않을 수 없다.

기도 | 사랑하는 하나님 아버지, 한국에 있는 우리들도 아버지의 자녀들이고 X국에 있는 그리스도인들도 동일한 아버지의 자녀들입니다. 우리는 너무나 평안한 가운데 예배를 드리면서도 감사한 줄 몰랐습니다. X국의 그리스도인들을 쉽게 평가하고 복음이 없다고 판단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들의 편견과 믿음 없음을 용서해주시고 아버지의 마음을 부어주셔서 그들의 아픔과 고통을 알 수 있는 지각이 열려지기를 원합니다.

그 땅이 이슬람이 국교가 된지 1400년 넘은 긴 세월을 동안, 주님의 자녀들을 크고 작은 박해 가운데도 보호하시고 그 땅에 복음의 그루터기로 남기셔서 감사합니다. 십자가를 세우시고 주님의 교회들을 그 땅에 보존하신 주님을 찬양합니다!

오늘도 이 땅에서 생명을 걸고 예배드리며, 일상에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과 새 가족들에게 예수님의 생명을 주신 사랑의 기쁨과 감사로 넉넉히 이기며 살아가도록 성령님 도우시기를 간구합니다.

이 마지막 때에, X국 그리스도인들을 중동, 북아프리카 무슬림들을 구원하시는 일에 추수하는 일꾼들로 사용하시기를 우리 주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계속> [복음기도신문]

김믿음(북아프리카 사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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