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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칼럼] 소수 부족 카렌 신학생, 주류 민족 버마인을 전도하다

오영철 제공

오늘도 계속되는 약한 자를 통한 하나님의 선교

소수 부족은 약자들이다. 주류 민족이 소수 부족을 존중하기 보다는 무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민족 관계가 오래되면 소수 부족은 낮은 자존감을 갖게 되고 주류 민족을 당당하게 대하기 어려워진다. 이런 민족 관계에서 발생한 소수 부족의 부정적인 자기 인식은 주류 민족을 위한 선교에 큰 걸림돌이 되곤 한다.

그런데 선교 역사의 독특함은 하나님께서는 약자인 소수자를 통하여 하나님의 큰 일을 하셨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은 지난 선교 역사 속에서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계속 일어난다.

2024년 11월 16일 토요일은 소수 부족 카렌족의 주류 민족을 위한 선교에서 중요한 이정표를 찍는 날로 기록될만하다. 왜냐하면 소수 부족 카렌 신학생들이 주류 민족인 버마인들을 위한 선교 사역을 구체적으로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26일 맥코믹 병원에서 전도하다가 만난 버마인 민트 아웅(Myint Aung)과의 만남은 예상밖의 관계로 발전되었다. 바로 그날 그의 가족을 만나서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이틀 후인 28일에 카렌 신학생 두 명을 만나서 버마인 선교를 위한 선교기금 6000받(약 180불, 25만 원) 헌금을 약속했다. 그 두 명의 신학생들은 마침 추가적으로 장학금 지원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다치’ 형제가 두 학생들에게 선교헌금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리고 헌금은 강제가 아니라 자원함으로 해야한다고 말했다. 그 모습을 현장에서 지켜보는 것은 매우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역시 현지 지도자가 현지인들에게 도전하고 확인하는 것이 효과적임을 다시 확인하였다.

그리고 며칠 뒤 29일에 다치 학생과 같이 선교기금의 일부를 사용하여 선물을 가지고 다시 민트 아웅 집을 방문했다. 그 가정은 우리의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했다.

또 일주일 뒤인 11월 7일 목요일 신학교 1학년 전도학 시간에 버마인 선교에 대해 나눴다. 그리고 11월 16일 오전에 1차 팀이 그 가정을 방문하여 전도 활동과 교제 시간을 갖자고 필자가 제안했다. 학생들은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방문 이틀전인 11월 14일 목요일 전도학 공부 시간에 방문시 활동을 점검하고 연습했다.

드디어 11월 16일 토요일 9시 40분, 11명의 신학생들과 두명의 선교사가 그 집을 방문했다. 처음에는 분위기는 잘 잡히지 않았다. 6명 정도 아이들이 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아직 아이들이 오지 않았다. 전체 20명 정도가 활동하기에는 너무 좁고 복잡한 집안 분위기가 걱정스러웠다. 가게도 겸한 집이어서 물건 구입하러 오는 손님들 관리는 약간 혼란스럽기까지 했다.

그런데 시간이 되자 반전이 일어났다. ‘민트 아웅’의 두 딸이 4명의 친구들을 데리고 6명이 방에 앉았다. 사회를 보며 전체를 인도하는 ‘디디’가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이끌어 갔다.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시작하는 게임부터 아이들과 신학생들은 하나가 되었다. 9시 40부터 시작한 한시간 반정도 활동은 다양한 내용이 통합되었다. 그것은 전도, 교제, 격려, 환대, 나눔이 어울려져 있었다. 오늘 모임에 대한 아이들의 피드백은 모두에게 격려가 되었다.
“너무 재미 있었어요”
“다시 와 주시면 감사하겠어요”
“복음 팔찌가 좋았어요”
참석한 7명의 아이들은 물론 그 부모와 방문자까지 모두가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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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렌 신학생들이 버마 민족 어린이들과 교제하며 복음을 전하고 있다. 오영철 제공

참 신기한 일이다. 상호간 커뮤니케이션 언어가 신기하다. 카렌 신학생들의 모국어는 카렌어이고, 버마에서 온 아이들의 모국어는 버마어와 샨(Shan) 언어인데, 태국어로 서로 어려움없이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었다.

이들의 만남은 그 자체가 신기하다. 이들의 고향을 생각하면 지역적으로 상호 접촉할 가능성은 전혀 없는 사람들이다. 카렌 신학생들은 대부분 태국 북부의 산악 지역이 고향이고, 버마 아이들 부모는 샨(Shan) 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고도 전혀 다른 두 인종이 치앙마이라는 제 3의 도시 슬럼가에서 만남을 가졌다.

카렌 학생들을 위한 버마인 ‘민트 아웅’ 가족 환대 역시 신비롭다. 그들은 카렌 신학생들의 방문을 마치 자신들의 일로 여기면서 아이들을 독려하여 데려오라고 한다. 자신의 집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라고 내어 준다. 뿐만 아니라, 민트 아웅의 부인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모든 프로그램을 아이들과 참여하며 어린아이처럼 기뻐했다.

지나가던 불교도 샨(Shan)족 남성의 행동 역시 신기하다. 이름도 모르는 그는 그 자리에 우연히 왔다가 신학생들을 위하여 음료수를 구입하여 대접했다. 15개 정도의 음료수 가격이 대략 200받 될 것 같은데, 그의 하루 임금의 50퍼센트에 해당되는 액수이다.
“그냥 음료수라도 드리고 싶어 마음으로 대접합니다.”
왜 대접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밝고 겸연쩍은 모습으로 대답하는 그도 마치 이번 활동의 호스트처럼 섬겼다.

이번 전도 활동에서 필자를 포함한 외부 선교사의 역할은 거의 없었다. 20일 전 병원에서 ‘민트 아웅’을 전도한 후 그 집을 방문하고 그것을 학생들에게 나눈 것, 학생들에게 선교헌금에 대한 도전, 전도 활동에 대한 도전과 준비 과정 점검한 것, 학생들 움직일 때 차 운전과 기도로 도왔을뿐이다.

대부분의 실제 활동과 헌신은 카렌 신학생들에 의해 이뤄졌다. 프로그램과 재정 준비, 선물과 물품 구입, 실제 활동에서의 역할, 방문할 때 아이들과 나눔 등이다. 만약 선교사들이 활동에 참여하고 주도하였다면 뭔가 어설픈 활동이 되었을 것이다. 카렌 신학생들이 훨씬 자연스럽고 역동적으로 이끌고 있음을 관찰할 수 있었다. 오늘 학생들이 주도한 활동, 간식 준비 그리고 가정 방문용 선물을 위하여 사용한 액수가 970받(약 30불, 4만 원)이었다. 소박한 간식과 선물들이지만 전혀 초라하지 않았다. 경제적 효율성에 있어서도 놀라운 결과를 보여준 것이다.

오늘 참여한 카렌 신학생들은 태국 사회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소수 부족 학생들이다. 그들은 태국인들을 만나면 자신이 없어 한다. 주류 민족 앞에서 주저하는 태도에서 그들의 낮은 자존감이 외적으로 표출된다. 외적인 모습을 보면 태국 대학생과 비교해도 세련미가 다소 떨어진다. 태국 사회에서 사회적, 교육적, 정치적, 경제적 약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약한 카렌 신학생들이 주류 민족 버마인들에게 복음을 전했다. 그 과정에서 막힘이나 주저함이 보이지 않는다. 그 전달 언어는 그들의 모국어인 카렌어가 아니라 평소에는 그들 사이에 잘 사용하지도 않은 태국어이다. 소수 부족이지만 어떤 특정한 환경 속에서 주류 민족을 위한 선교적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약한 자를 통한 하나님의 선교는 성경이나 선교 역사 속에서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오늘도 그 하나님의 손길이 계속되고 있다. 그 현상을 관찰하고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선교사로서 놀라운 특권이다. 왜냐하면 약한 자를 통한 하나님의 선교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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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선교사 | 1995년 GMS 선교사로 태국에 파송된 뒤, 현지 신학교에서 학생과 목회자를위한 교수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이곳에서 소수부족인 카렌족교회가 주민족인 타이족을 위한 선교적 교회를 세우는데 관심을 갖고 이들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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