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이야기 (14)
세계 유네스코보물 1호, 파르테논 신전은 유네스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건축물로 알려져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아테네는 몰라도 아크로폴리스는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그리스에 방문하지 않은 사람들조차 이 건축물의 상징성을 잘 알고 있다.
아크로폴리스에 사람들이 살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4000년부터라고 학자들은 말한다. 하지만 사실 인정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아무튼 이곳에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살기 시작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처음에는 동굴에서, 나중에는 바위 꼭대기에 진흙 오두막에서 사는 사람들이 있었다.
아테네 주변에는 아크로폴리스보다도 더 크고 더 높은 언덕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사람들은 아크로폴리스가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아크로폴리스의 정상부가 동서로 300미터 남북으로 150미터의 평탄한 지형을 이루어져 생활하기에 적합했기 때문이다. 또한 바위 경사면에서 생활에 필요한 물이 공급되었으며, 가파른 바위들이 외부의 적으로부터 주민들을 보호하는 자연적인 방어 역할을 했다.
이곳 주민들은 초기에 농업과 사냥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그러다 기원전 1500년경에 신화 속의 지도자 테세우스의 거주지가 지어졌고, 이는 이후 아테네 여신을 숭배하는 장소로 변모했다. 기원전 7세기경 모든 주민들이 언덕 기슭으로 이동하면서 아크로폴리는 신성한 예배 장소로 자리잡게 됐다고 한다.
아크로폴리스는 이후 여러 차례 개조와 건축을 통해 더욱 정교해졌다. 기원전 480년 제2차 그리스 페르시아 전쟁 당시 화재로 대부분의 건축물이 소실되었다. 오늘날의 아크로폴리스는 아테네의 황금기였던 기원전 4세기, 델로스 동맹(Λίγκα Δήλου)의 중심지로 자리잡으면서 불에 타지 않는 대리석으로 재건축되었다. 이때 페리클레스(Περικλής)의 진두 지휘 아래 건축가 므네시클레스 (Μνησικλῆς)와 칼리크라테스 (καλλικράτης) 등이 파르테논 신전, 신전으로 들어가는 웅장한 전문, 니케 신전, 에렉테이온 신전 등을 설계.건축했다. 흥미로운 것은 니케 신전에는 ‘승리는 아테네에만 머물러야 한다’는 지역 이기심으로 승리의 여신의 날개를 제거했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마음은 이토록 자기 중심적이다.
왜 아테네 여신전이 아닌 파르테논(Παρθενώνας) 신전이라고 부르는가?
아테네 사람들은 ‘아테네 신전’이라는 표현보다 ‘파르테논 신전’이라고 부르기를 선호했다. 이는 그들이 섬기는 여신을 더욱 존귀하게 여긴 결과이다. 신화 속의 모든 여신들은 결혼을 하였거나 결혼을 하지 않은 여신들은 동성애를 즐겼다고 한다. 그러나 아테나 여신은 결혼하지 않은 동정녀로, 이는 다른 여신과 차별화됐다. ‘파르테논’은 그리스어로 ‘동정녀의 집’을 의미한다.
이 파르테노나스(Παρθενώνας)는 예수님의 어머니에게도 붙여져, 동정녀 마리아(παρθένα ΜΑΡΙΑ)라고 불렸다. 나는 가끔 파르테논 신전을 볼 때마다, 동정녀 마리아면 충만한데 사람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동정녀에서 만족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된다. 마리아는 하나님을 낳은 분이기에 ‘하나님의 어머니’를 의미하는 데오도코(Μητέρα του Θεού Δεοδόκο) 논쟁으로 이어졌다. 결국 431년 에베소 공의회에서 마리아는 ‘하나님의 어머니’로 공식 인정받았고, 그녀가 무오한 존재로 여겨져 죽지 않고 승천했다는 교리가 확립됐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매년 8월 15일을 승천 기념일을 제정하게 됐다. 그런데 에베소에는 마리아의 무덤 역시 신앙적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교리가 모순되거나 이율배반적으로 느껴지지 않는가?
아크로폴리스와 바울
사도 바울이 아테네에서 생활할 동안 아크로폴리스는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 몇 번이라도 다녀올 수 있는 곳이기에 아마 여러 번 다니지 않았을까 하고 추측해본다. 지금처럼 비싼 입장료도 없었을 터인데…
얼마 전 지인들과 늦은 밤 아크로폴리스를 바라본 적이 있다. 달빛에 젖은 아크로폴리스를 보고 있자니 나의 모든 생각이 시가 되고 노래가 되어 나를 흥겹게 하였던 일이 있었다. 유럽문화의 산실 아크로폴리스에서 바울 사도 역시 같은 생각을 했을까? 이 시간 혼자 실없는 생각에 잠겨본다. [복음기도신문]
김수길 선교사 | 총신 신학대학원 졸업하고 목사 안수를 받았다. 이후 GMS 선교사로 27년간 그리스에서 사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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