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은 도심은 곳곳에 세워진 대형 트리들과 화려한 네온사인, 가족과 친구들의 한 해 마무리와 새해를 준비하는 행복한 만남으로 가득하다. 그 가운데 특별한 종류의 아름다움으로 도심을 채우고 있는 한 사람을 만났다. 서울역에서 노숙인 사역을 하는 송경순 집사(인천생명의길교회).
송 집사는 노숙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복음밖에 없다며 이들에게 성큼 다가섰다. 최근에는 송 집사의 전도를 받은 노숙인들이 복음이 선포되는 훈련과정에 참여하는 등 믿음의 발걸음이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편집자>
– 지난 12월에 열린 복음학교에 노숙인 두 분이 집사님을 통해 참석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이분들이 어떻게 그런 훈련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말씀해주세요.
“노숙인들이 복음 앞에 서는 것과 일반인들이 복음 앞에 서는 것이 저에게는 크게 다른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주위 분들이 남다르게 생각해서 처음에 조금 이상했어요. 이 모든 일은 주위 지체들의 중보기도로 가능한 일이었어요. 이번에 그 훈련에 다녀오신 분들은 서울역에서 20년 정도 노숙했던 부부에요. 비록 결혼식은 올리지 못했지만요.
– 그런 훈련을 받기로 결정하기까지는 과정이 있었을 것 같네요.
“최근까지도 형제님은 알콜중독이었고, 자매님은 담배를 너무도 끊기 어려워하는 분이었어요. 복음을 만난 후 술을 끊기로 결정했지만 금단현상 때문에 병원에 다니기도 했죠. 하지만 절망 중에 소망으로 붙든 복음이 이분들에게 생명이 되어 모든 것을 넉넉히 이기게 했어요. 결국 자신들과 같은 소망 없는 노숙인들을 복음으로 섬기기 위해 복음학교에 지원하게 된 것이죠. 복음학교를 마친 자매님은 돌아오는 길에 금연을 선언했어요. 이건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에요. 그 자매님은 복음학교 중에도 담배를 피우다 걸릴 정도로 스스로 담배는 죽어도 끊지 못한다던 사람이었거든요. 복음이 이들을 변화시켰어요.”
소망없던 노숙인에서 기도하는 자로 변화
– 그분들이 복음학교 과정을 마친 이후에 변화가 있었나요?
“삐거덕거렸던 이들 부부 사이가 자신에게 실제가 된 복음을 서로에게 나누면서 눈에 띄게 좋아졌어요. 서로를 대하는 태도가 확연하게 달라졌어요. 이들의 삶 또한 변했어요. 지금은 노숙사역을 준비하는 장소에서 머무시면서 하루 종일 말씀을 읽고 찬양을 들으며 앞으로 주님이 어떻게 걸음을 걷게 하실지 기도하며 준비하고 있어요.”
– 노숙인 사역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제가 예수님을 만나고 나서 복음은 삶으로 사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삶으로 주님을 드러내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떠오른 것이 공동체였어요. 하나님을 알던지 모르던지 누구나 함께 하고픈 마음에 저희 집을 개방하게 되었어요. 갈 곳이 없는 사람은 누구든지 저희 집에 머물렀어요. 저도 기쁘게 그분들을 섬겼죠. 그러던 중 기도를 하다가 장막터를 넓히라는 마음을 받았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라 기도만 하고 있었는데 주님이 확증해 주셔서 지난 2월에 인천으로 거처를 옮기게 되었어요. 무턱대고 순종한 걸음이었기에 자연스럽게 그 다음을 주님께 물었는데 복음전도와 노숙인을 섬기라는 마음을 주셨어요. 어느 날 출석하던 교회의 주보를 보다가 ‘서울역 노숙인 섬기기’라는 광고를 보게 됐고 저도 동참하게 됐어요.”
–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역이 이루어지나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서울역 광장으로 나가서 준비한 주먹밥과 차를 나눠드려요. 여름엔 작은 병에 물을 얼려서 바닥에 누워계신 분들 품에 넣어드리기도 하죠. 다치신 분들에게는 약을 발라주기도 하고 기도도 해드려요. 또 동인천역에서는 복음기도신문을 나누면서 복음을 전하고 있어요. 이렇게 복음을 전하다 예기치 않게 봉변을 당한 적도 있어요. 한 번은 구타를 심하게 당하기도 했지만, 주님이 이 사역을 감당하도록 상황을 허락하시더군요.”
– 조금 덧붙여 설명해 주시겠어요?
“함께 노숙인 사역을 하던 분이 갑자기 병원에 입원하시는 바람에 제가 노숙인 사역을 맡게 됐어요. 믿음의 훈련도 동시에 시작된 듯 그동안의 재정 통로들이 모두 막혔는데, 주님이 새로운 통로들을 열어주셨어요. 그리고 사역에 동참할 동역자들도 보내주시기 시작했죠. 전환점 같았어요. 처음 지경을 넓히라고 부르신 말씀이 생각나면서 복음전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복음을 외치기 시작했어요. 그러자 목마른 사람들이 다가오기 시작했어요. 기적 같은 일도 많이 일어났어요.”
복음을 외치자 목마른 사람들이 서서히 드러나
– 어떤 일인가요. 궁금하네요.
“어느 날 저희가 섬기고 있는 노숙인 중 한 분이 앰프를 사오셨어요. 수십 년 동안 도박 중독에 빠져 있다 문득 들려오던 찬양 소리를 듣고 도박에서 손을 떼고 저희에게 다가오셨어요. 자연스레 교제가 이루어졌고 그 분 집에 찾아가 예배를 드리기도 했어요. 요즘엔 사역을 시작하기 전 그분 집에 들러서 한글을 가르쳐 드리고 있어요.”
– 아, 그렇군요. 놀랍네요.
“최근에 서울역에 있는 노숙인들을 위한 믿음의 공동체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받게 됐어요. 신앙으로 훈련도 받고 쉴 수 있는 쉼터를 위해 다섯 분의 동역자들과 함께 기도하기 시작했어요. 아직 아무것도 보이진 않지만 벌써 ‘베데스다’라는 이름도 지었어요. 기도를 하면 할수록 드는 생각은 주님이 우리에게 무엇을 하라고 이곳에 불러주신 게 아니라 우리를 주님의 형상으로 빚어가기 위해 부르셨다는 것을 알게 돼요. 저는 노숙인을 위해 뭔가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하지만 순종할 때 보여주시는 영광 때문에 이곳에 있게 되죠.”
– 어떤 영광이죠?
“술판과 도박판이 벌어지는 한 복판에서 사람들이 찾아와서 물어요. ‘내가 죄인인데 나도 정말 구원 받을 수 있나?’ 그렇게 시작된 교제 이후 기도해 드리겠다고 하면 굵은 눈물 방울을 뚝뚝 흘리며 기도를 받아요. 주님이 “시내의 거리와 골목으로 나가서 가난한 자들과 몸 불편한 자들과 맹인들과 저는 자들을 데려오라(눅 14:21)”고 하신 말씀이 저희에겐 너무 실제에요. 노숙인들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먹을 것, 입을 것이 아니라 이들을 끌어안고 울어줄 사람이 필요하단 사실을 깨닫게 되었어요.”
– 집사님에게 이러한 마음을 품게 하시기까지 과정이 필요했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주님을 만나게 되셨나요?
“저는 고등학교때 처음 교회에 나가서 살아계신 하나님을 만나게 됐어요. 그러나 청년시절 다시 교회를 떠나고 말았죠. 주님을 알아가다 보니 주의 말씀은 너무 거룩한데 저는 거룩하게 살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어요. 이에 대한 해답을 목사님들께 구했지만 답을 얻지 못했어요. 놀라시겠지만 저는 어릴 때부터 중학교 때까지 읽은 책이 2만 권 정도가 될 정도로 지식을 탐닉했어요.
그 당시에도 주석부터 기독교사 등 수많은 신학 책들을 닥치는대로 읽었어요. 그래서 신학의 깊은 내용을 묻는 저에게 쉽게 대답을 해주실 분이 없었던 것이죠. 거룩하게 살지 못할 바에 세상에서 성공하자는 마음으로 교회를 떠났어요. 그러다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기면서 생명의 주권이 하나님께 있다는 것과 하나님이 살아 계시다는 것을 깨닫고 나이 마흔에 다시 교회로 돌아왔어요. 그러나 여전히 말씀이 저의 삶에 실제가 되지 않아 고민하고 있을 때 2007년에 총체적인 복음을 만나면서 그동안 싸워왔던 삶의 모든 고민이 사라졌어요.”
– 복음이 어떤 변화를 가져다주었나요?
“복음을 다 듣고도 이 복음의 길이 험악해 보여서 6개월의 시간을 달라고 하나님께 구했어요. 그러다 훈련을 받던 곳에서 선교사님들의 권유로 선교관학교, 중보기도학교를 1년간 참여하면서 주님의 살아계심과 말씀이 실제가 되는 체험과 은혜를 누리게 됐어요. 훈련을 마칠 때 쯤 그리스도인이 서 있어야 할 곳이 교회라는 것을 말씀해주시며 다시 돌아온 저를 교회공동체 안에서 굳게 서있도록 해주셨어요. 주님은 그곳에서 주님의 마음을 알려주셨어요.
주님의 말씀 한 구절 앞에서 저의 비참한 죄인 된 존재를 발견했어요. 비록 겉으로 드러나는 죄의 열매는 없다 해도 제 마음은 하나님을 대적하고 있었죠. 마음의 전쟁은 지금도 치열해요. 저의 이런 존재가 십자가에서 철저하게 죽지 않고 하나님께 전부로 드려지지 않는다면 결코 생명을 흘려보내는 통로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됐어요. 그때 주님은 저의 상한심령을 기뻐하신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말씀이 실제되지 않는 절망끝에 총체적 복음을 만나다
-가족들은 집사님의 삶에 대해 이해하고 있나요?
“제게는 아들이 둘 있어요. 주님을 만나기 전에 만난 남편과는 아이들이 어릴 때 이혼하고, 혼자 아이들을 양육하면서 아이들과 어릴 때부터 대화를 많이 했어요. 제가 주님을 만나고 나서부터는 늘 복음을 나눴어요.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저의 속 마음과 사정을 모두 잘 알아요. 제가 훈련학교에 참여해야 했기 때문에 회사를 그만 두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 아이들과 상의하게 됐어요.
우리 가정에서 제가 유일한 재정의 통로였는데도 아이들은 주님이 부르셨다면 끝까지 순종하라고 말해주더군요. 덕분에 아이들도 그 기간 동안은 치열하게 재정싸움을 해야 했지만 믿음의 길을 함께 걸어준 아이들이 너무 고마워요.”
“이들 속에 거니시는 예수님을 봤어요”
– 자녀분들도 반듯한 믿음을 가진 것 같네요.
“두 아이 모두 청소년복음수련회라는 훈련과정에 참여했어요. 돌아와서 큰 아이가 자신이 하나님 앞에서 얼마나 무익한 존재인지 알게 됐다고 고백하더군요.
복음이 아이들을 변화시켰다는 사실이 눈에 보였어요. 지금은 아이들에게 하나님에 대한 돌덩어리 같은 믿음을 주시려는지 아르바이트도 모두 그만둔 상태에요. 저도 함께 아이들과 믿음으로 싸우는 중에 이런 마음을 주셨어요.
그동안은 믿음으로 재정을 기도해서 기적적으로 받아보기도 하고 때론 직장에서 벌어보기도 했지만 이번엔 ‘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 싸움을 싸우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어요.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오직 하나님의 말씀으로 살 것이란 말씀을 붙들었어요. 책임감을 목숨처럼 여기고 살았던 저에게는 정말 어려운 시간이지만 이 시험을 통과하고 정말 주님의 영광을 보고 싶어요. 그래도 현실이 험악한 건 사실이에요(웃음).”
– 노숙인들을 섬기시면서 주님이 주신 여러 마음이 있으실텐데, 이 땅에 어려움을 당한 분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복음이에요. 노숙인들을 섬기고 있지만 그분들의 마음을 여는 건 제가 아니라 성령님이세요. 제가 세상의 그 어떤 화려하고 아름다운 말을 한들 그분들이 위로를 받으시겠어요? 주님의 은혜로 위로도 받게 하시고 도전도 받게 하시는 거죠.
어느 때는 그분들의 마음 속 얘기도 듣게 돼요. 절망의 깊이가 다르죠. 서울역에 사는 노숙인들은 서울역을 지옥의 늪이라고 말해요.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곳이란 뜻이죠.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그러나 저는 늪과 같은 그곳에서 거니시는 주님을 봤어요. 수많은 사람들이 무관심하게 지나쳐갈 때 주님은 노숙인들 곁에 계시고 그들과 함께 더불어 먹고 계시죠.”
– 기도제목을 말씀해주세요.
“저는 주님이 전부가 되는 삶을 살고 싶어요. 평생 제 마음 중심에 터럭만 한 그 어떤 것도 주님보다 위에 두는 것이 없도록 기도해 주세요. 그리고 사역을 통해 제가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주님만이 드러나고 주님 때문에 기뻐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마지막으로 서울역 안에 믿음의 공동체가 세워져서 많은 노숙인들이 주님을 만날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GNPNEWS]
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