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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GC 칼럼] 번영 복음은 미국 태생이다

Unsplash의 Jp Valery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기독교 도서전에 참석한 나는 잔뜩 쌓인 책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눈만이 아니었다. 내 마음도 그 책들을 탐하고 있었다. 이런저런 책을 정독하는 동안 갑자기 내 눈이 한 곳을 향했다. 바로 내 앞에 놓인 테이블에 조엘 오스틴의 러시아어판 ‘긍정의 힘’이 있었다. 이날 만난 ‘긍정의 힘’은 미국의 번영 복음 설교자들이 이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 심지어 동유럽 등지로도 퍼뜨리고 있다는 사실을 환기하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이 글에서는 번영 복음의 기원을 간략하게 추적하고 말 그대로 그것이 왜 미국에서 번성했는지, 그 이유를 몇 가지 알아보겠다. 

신사상이 그 뿌리이다

번영 복음은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미국에서 유행한, 일명 신사상(New Thought)으로 알려진 준기독교 이단을 바탕으로 세워졌다. 이 철학은 건강과 부를 획득하는 열쇠가 올바른 말을 생각하고 시각화해서 말하는 것이라고 가르친다. 뉴욕시의 Marble Collegiate Church의 목사 노만 빈센트 필(1898-1993)은 그의 책 ‘노먼 빈센트 필의 긍정적 사고방식’을 통해서 미국에서 신사상 사상과 기술을 대중화했다. 그러나 신사상을 가장 널리 퍼뜨린 사람은 랄프 왈도 트린(Ralph Waldo Trine, 1866-1958)이다. 이 두 사람의 글에서는 하나 같이 번영 복음의 반복되는 핵심 요소의 일부를 찾을 수 있다. 즉, 올바른 말을 할 것, 성공을 가져다주는 보편적인 법칙을 말에 적용할 것, 그리고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갖는 것이다. 

신사상 사상은 특히 전도자이자 목사이며 베델성경연구소의 설립자 E. W. 케년(1867-1948)에게 영향을 미쳤다. 신학에 접근하는 그의 방식은 번영 복음의 가장 독특한 특징 중 하나의 기초가 되었다. 새로운 현실을 가져오기 위해 올바른 말을 하라는 것이다. 당신의 고백이 바로 당신의 소유물이 된다는 것이다. 케년은 현대 번영 복음 운동의 기초를 형성한 대중적인 번영 설교자들과의 연결 고리 역할을 했다.

예를 들어, 1940년대 후반에 오럴 로버츠가 신유와 금전의 번영을 외치며 혜성과 같이 등장했다. 1980년대에 그가 진행하는 텔레비전 쇼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종교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비록 로버츠가 확실히 전국적인 관심을 끌고 번영 신학을 전파했지만, 대부분의 그리스도인이 번영 복음의 가장 저명한 전도자이자 믿음의 말씀 운동의 아버지로 인식하는 사람은 케네스 E. 해긴(1917-2003)이다. 다른 어떤 요인보다도 ‘믿음의 말씀’ 운동은 20세기 후반 미국 전역에 번영 복음을 전파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해긴은 1962년에 자신의 교리를 전파하기 위한 전도사역을 시작했다. 그렇다고 번영 복음을 전파한 게 해긴 혼자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해긴이 전파하는 오염된 교리를 받아들인 많은 사람이 자기만의 미디어 사역을 시작했다. 예를 들면 해긴의 아들인 케네스 해긴 주니어, 케네스 코플랜드(Kenneth Copeland), 프레드릭 프라이스(Frederick Price), 로버트 틸튼(Robert Tilton), 베니 힌(Benny Hinn), 찰스 캡스(Charles Capps) 및 제리 사벨(Jerry Savelle) 등이다. 

믿음의 말씀 또는 번영 복음을 대표하는 교단은 없지만 많은 조직이 번영 복음 옹호자들의 사역을 지원하고 미디어를 통해 그들의 메시지를 전 세계에 수출한다. 1973년에 폴 크라우치(Paul Crouch)와 젠 크라우치(Jan Crouch)는 짐과 페이 베이커(Jim Faye Bakker and Tammy Faye Bakker)와 함께 TBN(Trinity Broadcast Network)을 설립했다. 웹사이트에 따르면, TBN은 현재 세계 최대의 기독교 TV 네트워크이다. TBN은 로드 파슬리(Rod Parsley), 크레플로 달러(Creflo Dollar), 폴라 화이트(Paula White), 케네스 코플랜드, 제시 듀플란티스(Jesse Duplantis), 케네스 해긴 주니어 같은 잘 알려진 건강 및 부를 전파하는 설교자들을 포함하여 번영 신학 교사들이 수백만 명에게 다가갈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오늘날 미국에서는 조엘 오스틴, T. D. 제이크, 그리고 조이스 마이어(Joyce Meyer) 등의 사역을 통해 번영 복음이 다시 한번 인기를 얻고 있다. 2007년에 나온 ‘잘 되는 나’에서 오스틴은 이렇게 썼다. “자신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느끼고 또 말하라. 성경은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모든 선한 것을 인정할 때 우리의 믿음이 효력을 발휘한다’라고 말한다. … 우리의 믿음은 우리 안에 있는 좋은 것들을 인정할 때 가장 효과적이다. ‘나에게는 밝은 미래가 있다. 나는 재능이 있다. 사람들은 다 나를 좋아한다. 나는 하나님의 은혜를 받았다’와 같은 말을 확실하게 선언하라.”

이런 메시지는 긍정적 사고의 신사상과 새로운 현실을 창조하는 말의 힘을 반복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번영 복음 지도자들의 미디어 제국은 이러한 거짓 가르침을 전 세계에 수출하고 있다. 의심의 여지 없이 번영 복음은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그런데 왜 이게 여전히 미국에서 울려 퍼지고 번성하는 걸까?

성공 비법 

성공 요인은 단 한 가지가 아니다. 아마도 혼합된 여러 가지 이유로 번영 복음이 미국에서 정착했을 거다. 

• 번영 복음은 성공하고 건강하며 금전적으로 안전해지려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구에 호소한다. 이러한 욕망이 본질적으로 죄는 아니지만, 하나님을 향해야 할 우리의 욕망을 대신한다면 죄가 될 수 있다. 결국 문제는 건강이나 부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것을 대하는 태도에 달린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 외에 다른 어떤 것이나 다른 사람을 믿을 때마다 우리는 우상 숭배자가 된다. 그렇다면 어떤 의미에서 그리스도 안에서 만족을 찾으려고 애쓰는 고집 센 마음에 최악의 상황을 가져다주는 게 바로 번영 복음이다. 물론 이 이유는 사는 지역에 상관 없이 모든 인간에게 해당하지만, 다음 몇 가지 이유는 오로지 미국에만 해당한다. 

• 번영 복음은 아메리칸드림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기에 미국인에게는 매력 있게 다가간다. 집과 자동차 두 대를 소유하고, 금전적 안정을 누리며 행복한 가족을 이루라. 아메리칸드림을 강화하는 것은 광고주가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건강, 외모, 재정 상태, 현재 소유물에 대해 불만을 품게 만드는 것과 하나 다르지 않은 소비자 문화이다. “당신은 지금보다 나아질 충분한 자격이 있으며, 우리 제품을 사용하면 삶이 개선되고 더 행복해질 것이다”라는 메시지가 바로 그것이다. 더욱이, 개인적 성취, 심지어 자격 부여에 대한 강한 집착이 있는 미국 문화에서 바로 그것을 약속하는 게 번영 복음이다. 성공의 징표는 신실한 믿음이 아니라 긍정적인 고백과 믿음의 말을 통한 개인적 성취를 이루는 것이라는 게 이 가르침이다. 그리고 번영 복음은 하나님에 대한 비물질적인 믿음이 언제나 물질적인 부를 불러온다고 가르친다. 번영 복음은 아메리칸드림을 포기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그것을 당신의 삶에 대한 하나님의 계획이자 축복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 번영 복음은 미국 문화의 특정 측면에 호소한다. 미국에는 낙관주의와 개인주의가 넘쳐난다. “당신 자신의 힘으로 역경을 극복하라.” “될 수 있는 최고의 사람이 되라.” 이런 만트라, 구호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개인적인 책임감과 긍정적인 태도는 바람직한 특성이지만, 그러한 낙관주의와 개인주의로 인해 미국인들은 인간의 본성과 잠재력에 대해 고상한 견해를 갖는 경향이 커졌다. 번영 복음은 당신이 충분히 선하다고 가르친다. 그렇기에 얼마든지 당신의 뜻에 맞게 상황을 바꾸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생각과 말을 바꾸고 믿으면 된다고 한다. 그렇게만 한다면 당신의 개인 비서인 우주 벨보이 하나님이 당신을 성공으로 이끄는 길로 인도할 것이라 한다. 

• 자본주의와 강력한 노동 윤리의 틀 속에서는 부를 창출하고 증대할 기회가 존재한다. 미국은 부분적으로 이러한 요인으로 인해서 부유한 국가가 되었다. 자본주의 체제에는 분명히 장점이 있으며, 정직한 노동을 통해 부를 창출하는 것은 사회에 좋은 일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번영 복음은 매력 있게 다가온다. 얼마든지 상향 이동이 가능하고 번영하는 경제 시스템이 있는 나라에 살 때, 당신 편에 선 하나님이 경제 시스템이 당신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도록 축복하는 것은 추가 보너스이다. 충분한 믿음만 있으면 하나님으로부터 신성한 축복이 흘러나올 것이다. 결국 왕의 자녀가 되는 것은 당신의 권리이자 특권이다. 

• 교회에 성경보다 문화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교인으로 넘친다. 그리스도인은 종종 하나님의 기준이 아니라 세상의 기준으로 행복과 기쁨, 성공을 정의한다. 우리는 종종 성공을 거룩함과 신실함, 하나님께 대한 순종이 아니라 지위와 부, 지위의 관점에서 본다. 

불행하게도 번영 복음은 책, 콘퍼런스, 소셜 미디어, 그리고 텔레비전을 통해 예상치 못한 곳까지 마구 퍼졌다. 작년에 나는 아르메니아에서 설교했다. 거기서 요청한 주제가 바로 번영 복음의 진실이었다. 미국에서 시작한 번영 복음은 지금도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복음기도신문]

이 글은 2015년에 TGC에 발표된 글입니다. 그렇지만 유감스럽게도 철 지난 글이 아닙니다. 이 미국 태생의 ‘번영 복음’은 한국 그리스도인의 마음의 습관에도 이미 깊숙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미국산 번영 복음은 한국 나름의 구복 신앙, 기복 신앙과 이종교배하여 더욱 질긴 변종을 만들어 냈습니다. 송구영신의 시간이 곧 다가옵니다. 번영 복음과 기복 복음, 이 가짜 복음이 ‘복음’으로 위장하기 딱 좋은 시즌입니다_복음과도시

원제: Prosperity Gospel Born in the USA 

러셀 우드브리지 Russell S. Woodbridge | Ukrainian Baptist Theological Seminary의 교수이다. 공저한 책으로 Health, Wealth & Happiness: Has the Prosperity Gospel Overshadowed the Gospel of Christ?가 있다. 

이 칼럼은 개혁주의적 신학과 복음중심적 신앙을 전파하기 위해 2005년 미국에서 설립된 The Gospel Coalition(복음연합)의 컨텐츠로, 본지와 협약에 따라 게재되고 있습니다. www.tgc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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