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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선교] 막내인 제가 팀 리더를 맡으라고요?

▲ 엔진팀 선배 사역자의 도움을 받아 도구를 수리하는 모습. 사진: 김시은 제공

청년 선교사들의 생생한 좌충우돌 믿음의 순종기를 담은 [청년 선교] 코너가 시작된다. 기독교인 청년을 찾아보기 어려운 지금, 복음과 운명을 같이한 20대 청년 선교사들이 선교 현장 곳곳에서 매주 치열한 믿음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현장으로 안내한다. <편집자>

“2시 반에 있는 엔진 리더십 미팅에 너도 올 수 있을까?”

영문도 모른 채로 가서 엔진 부서장님과 기관장, 부서 관리자, 훈련관, 십장, 팀 리더들 사이에 앉아 두리번거렸습니다. 리더십과 미팅을 할 만큼 뭔가 잘못한 게 있나 돌아봤지만 없었고, 제가 왜 그곳에 앉아 있던 것인지 예상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음 팀 리더로 시은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일말의 예고도 상의도 없이 위쪽에서 다 결정해서 이미 불러 놓고, 예의상 제 의사를 묻는 그 상황에 솔직히 아주 조금은 당황스러웠습니다. 팀 리더라니, 한 번도 가능성을 두고 재미로도 상상해본 적 없는 인수인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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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박에 붙은 녹을 제거하는 모습. 사진: 김시은 제공

첫째로, 저는 엔진 부서의 막내입니다. 두 번 째, 영어가 그리 유창한 편은 아닙니다. 세 번 째, 저 말고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이 많아 보였습니다. 아주 짧은 순간 이 모든 것을 생각하고 제가 내뱉은 말은, “Are you sure?(너 확신해?)”였습니다. 그냥 선배가 되기에도 부족한 것이 많은데 굳이 그 인수인계를 저에게 하시겠다니, 참 왜인지 궁금한 것도 많고 이해는 되지 않았지만, 그것조차 하나님의 허락하심으로 여기고 아멘으로 받게 하셨습니다.

심지어는 제가 기존에 속해 있던 팀의 리더 자리가 아닌 다른 팀 리더 자리를 물려 받게 되었으니, 이야말로 정말 주님이 ‘굳이(단단한 마음으로 굳게)’ 지명하여 부르신 것이 아니겠습니까?

팀 리더가 하는 일은 그리 특별하지 않습니다. 엔진 부서 안에서 나눠진 3개의 팀 중 하나를 맡아 사람들을 케어하고, 일을 하는 데에 있어 본이 되고, 팀원들이 만나 교제하는 시간들을 기획하는 것이 주된 일입니다. 어떻게 보면 함께하는 지체들을 ‘공식적으로’ 섬길 수 있는 자리를 허락해 주셨다고 할 수 있겠지요. 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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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시은 제공

“누구든지 네 연소함을 업신여기지 못하게 하고 오직 말과 행실과 사랑과 믿음과 정절에 있어서 믿는 자에게 본이 되어”(디모데전서 4:12)

며칠 후, 함께 일하고 있던 동료가 저에게 나눠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며 성경에서 찾아 보여주었습니다. 이미 알고 있던 말씀이지만, 부르심 받은 자리 이곳 로고스호프에서 제가 걸어야 할 방향을 명시하시는 통로가 되었습니다.

로고스호프의 장점 중 하나는 정말 다양한 나라의 문화와 사람들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3월 저의 스케줄에는 C-day(Connect day, 현지 교회, 학교 등 여러 시설과 연결되어 사역하는 날)가 딱 하루밖에 없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C-day를 가지는 다른 부서들에 비하면 로고스호프의 장점을 누리기에 굉장히 불리하다고 할 수 있지요. 근무 시간도 불규칙적이라 선상에서 열리는 이벤트나 여러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기 불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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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에 승선한 사람들을 위해 파티 복장을 한 사역자들. 사진: 김시은 제공

말 그대로 ‘일’이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삶이 더욱 단순화되는 조건 속에서, ‘로고스호프’ 선교사로서 그 외에 무언가를 더 도전하고 누려야 할 것 같은 부담감 가운데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번 2월 주어진 팀 리더라는 직임과 디모데전서 말씀을 통해, 모든 것에 앞서 먼저는 ‘말과 행실과 사랑과 믿음과 정절에 있어 믿는 자에게 본이 되는 것’을 제 삶에서 이루려 하심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저 자신이 세우고 있던 선교의 기준, 선교사로서 좀 더 알맞은 삶의 정의, 로고스호프의 장점을 더 누리고 싶은 욕심, 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정말 하나님이 하시고자 하는 것에 다시 한번 제 삶을 맡겨 드립니다.

비록 현지인을 만나는 직접적인 선교 활동을 하지는 못하나 그 선교가 가능하도록 배 가장 밑바닥에서 기쁘게 섬기고, 비그리스도인을 전도할 기회는 희귀하나 함께 일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본이 되는 삶. 허락된 만큼 이 삶에 충성스레 임하는 것.

지난 기도편지에서 말씀드렸듯이, 배 생활 5개월 차에 접어들며 육체적 정신적으로 꽤 지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원인 중 하나가 부족한 체력 때문이라고 생각을 해서, 해결책을 ‘규칙적인 운동’이나 ‘이른 취침 시간’으로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도 확실히 줄이고, 외출도 자제했습니다. 그럼에도 완전히 회복되기에는 한계가 있었고, 기쁨보다는 겨우겨우 스스로를 통제하며 하루를 살아내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렇게 해결책을 찾아 노력하는 저에게 하나님께서는 더욱 근본적인 해결책을 주길 원하셨습니다.

점심 시간 이후 오후 일을 시작하기 전에 짧게 있는 예배시간에 나눌 메시지를 준비하며 보게 된 말씀입니다.

“하물며 영원하신 성령으로 말미암아 흠없는 자기를 하나님께 드린 그리스도의 피가 어찌 너희 양심을 죽은 행실에서 깨끗하게 하고 살아계신 하나님을 섬기게 못하겠느냐?”(히브리서 9:13)

정말 특별한 건 없었습니다. 그저 이 말씀 한구절을 혼자서 생각하며 묵상했을 뿐입니다. 영어로 봐서 더 자세히 묵상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스도의 피’가 내 양심을 깨끗하게 했고, 하나님을 섬기는 것이 가능하게 한다는 것. 그리스도 자신을 하나님께 드리게 한 그 성령이, 그리스도의 죽음으로 말미암아 지금 내 안에 거하신다는 것. 이 익숙한 복음을 묵상했을 뿐인데 그로 인한 감사와 감격에 압도당했나 봅니다.

그날, 모든 일이 끝나고 하루를 돌아보며 매일 그렇듯 동료들과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 나눔을 하는데, 그 어떤 불평도 생각이 나지 않고 그저 기쁘고 재미있었다고 나누는 저 자신을 보며 놀라웠습니다. 그날 했던 일이 절대 쉬운 것도 아니었고, 특별히 기분 좋을 만한 일도 없었으며, 함께했던 지체도 굉장히 시끄러운 편이었기 때문입니다. 힘들었던 전의 날들과 상황은 다를 바가 전혀 없었는데, 평소에 저를 건드리던 것들을 문제라고 인식하지도 않을 만큼 제 마음에서는 기쁨이 넘쳐나고 있었습니다.

하는 일의 종류와 난이도, 함께하는 사람이 누구인가도 분명히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맞지만, 근본적으로 나를 지배하는 것은 바로 이 복음이구나. 상황과 사람, 내 컨디션 탓할 것 없이 예수 그리스도면 충분하지! 내 생명이 진정으로 움직이고 반응하는 곳은 이 땅에서 겪는 어떤 어려움도 아니요, 하늘 아버지의 사랑뿐이지!

그리고 멀리 한국에서 들려오는 증인들의 고백들이 제가 살고 있는 이 삶에 대한 확신을 불어주었습니다. 특별히 이번 2월에 열린 헤브론캠프(모교인 헤브론원형학교에서 주관하는 청소년 캠프)를 통해 하나같이 ‘복음이면 충분합니다!’ 외치는 헤브론원형학교 후배들과 선교사님들의 소식을 들으며, 역시 이 삶밖에 없다는 것을 부정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곳 남아공에서 외치는 저의 고백이, 이 편지를 읽고 기도해주시는 여러분이 복음이면 충분한 삶을 살길 포기치 않고 더욱 힘을 내어 달려갈 원동력이 될 수 있다면 참 기쁠 것 같습니다.

작년 4월, 한국을 떠나는 비행기에 오르기 전 공항에서 마지막으로 나눴던 한가지 기도제목이 떠오릅니다. “내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신다는 사실에 감격하며 매순간을 사는 선교사가 되길 기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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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고스호프에서 활동하는 6-7개의 워십밴드 중 한 팀에서 건반으로 섬기고 있는 필자. 사진: 김시은 제공

왜 얼굴을 보며 기도제목을 나눌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그때, 단 한가지 기도제목으로 저렇게 나눈 것일까요? 그 때 저는 이미 알고 있었나 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나 다만 하나님의 사랑을 알고, 그 안에서 감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2024년 2월을 통과하며 다시 새롭게 새겨 주셨습니다.

어떤 힘든 일을 하는 것도,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본이 되는 것도, 리더가 되어 섬기는 것도, 저 스스로 아무리 머리를 짜내고 잘 살아보려 노력해도 절대 불가능할 것이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그저 하나님의 사랑에 사로잡힌 자가 되어 그 사랑이 모든 것을 이기는 것을 경험하는 3월이 되길 기도해주세요.

“내가 바라는 것은 변함없는 사랑이지, 제사가 아니다. 불살라 바치는 제사보다는 너희가 나 하나님을 알기를 더 바란다.”(호세아 6:6) [복음기도신문]

김시은 선교사(헤브론원형학교 용감한정예병파송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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