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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칼럼] 세뇌 탈출

오늘날 국가보안법 위반 같은 죄목으로 극형을 선고받고 구한말 한성감옥 수감된 이승만(왼쪽 끝).

1820년. 미국 뉴저지주 세일럼 법원 앞. 정장을 차려입은 한 신사 앞에 토마토가 한가득 놓여 있다. 당시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토마토에 독성이 있다고 여겨, 금단의 식물로 여겼다. 이 신사는 그런 토마토를 이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먹겠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 놀라운 장면을 보기 위해 2천여명의 사람들이 운집했다고 한다. 이 시도가 얼마나 충격적인 일이었기에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모였을까? 곧 이어 로버트 기번 존슨이 토마토를 한 입 베어먹자, 군중들은 신음소리와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기록에 따르면, 어떤 여성은 너무도 놀라 실신하기도 했다고 한다. 시민들의 우려대로 그가 죽었을까? 우리가 짐작하듯 그는 건재했다. 당대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기에 무모하리만치 미련한 희대의 먹방쇼를 연출한 기번 존슨이라는 농업학자의 시도 이후, 토마토는 서구 사회에 없어서는 안될 훌륭한 식재료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이 얼마나 진실에 기초하고 있을까? 또 그렇게 믿고 있는 그 사실을 우리는 어떻게 인지하고 믿게 됐을까? 86세대에 포함되는 나는 십여년 전까지 우리 세대의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역사관을 조금도 의심치 않고 확신했다. 오늘 우리나라의 복잡한 현실은 해방 이후 3년간의 미군정 기간에 친일 세력을 제대로 청산하지 않은데서 비롯됐다는 명제 아닌 명제를 의심하지 않은 채 살아왔다. 그리고 그런 왜곡된 역사의 주역은 두말할 것도 없이 이승만 대통령이었다. 당시 필독서 중 하나였던 ‘해방전후사의 인식’을 통해 형성된 상식이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한 목사님의 ‘하나님의 기적 대한민국 건국’이라는 제목의 강좌를 듣게 됐다. 뒷통수를 한 대 얻은 맞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분의 강의 시리즈 10여개 모두와 관련 영상을 대부분 경청했다. 또 한국 근대사 관련 책자를 구입해 읽기도 하고 인근 국립도서관을 방문하는 등 허락하는 만큼 우리 근대 역사책과 논문, 강좌 등 1백여 편 이상을 섭렵했다. 하나씩 역사 속 베일에 감춰져 있던 실상을 알아가면서 놀라움과 당혹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우리 시대의 시민들이 어떻게 이렇게 깜쪽같이 허구에 가득한 역사관을 갖게 됐을까? 우리나라 좌파 이데올로기를 가진 역사학자와 교육자들의 세뇌 교육의 산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월 1일 개봉된 영화 ‘건국전쟁’을 마침내 영화관에서 관람했다. 국민 대다수가 독재자, 살인자, 친일파로 기억하고 있는 이승만을 건국의 주역으로 호칭하는 이런 영화가 마침내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감개무량했다. 포털이나 영화관에서도 포스터를 볼 수 없어 극장표를 들고 인증샷을 남길 수 밖에 없는 아쉬움속에서 영화는 101분 동안 역사적 사실을 하나씩 풀어냈다.

20세기초 공산주의의 위험을 직시하고 평생 반공만이 나라의 살길이라며 외길을 선택한 선각자로서의 그의 혜안(慧眼). 풍전등화에 놓인 조국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안일을 걷어차고, 미국 시민권을 외면한채 식민지 국가의 여권을 갖고 동분서주했던 그의 고된 삶.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해방 조국에서 다음세대에게 가르친 결과, 자신의 선택으로 근대시민의 가치를 깨달은 소위 ‘이승만 키즈’가 일으킨 4.19의 목소리를 흔쾌히 수락한 시대의 풍운아. 더욱이 3.15 부정선거가 대통령 단독 후보였던 자신의 당선을 위한 것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4.19 이후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하야’를 선택한 용기있는 지도자였음을 영화는 차분하게 그려냈다.

노구를 이끌고 잠시 고국을 떠나기 위해 들른 하와이에서 영면해야 했던 이승만을 지근거리에서 오랫동안 지켜보며 우정을 나눴다는 장의사 윌리엄 보스윅의 탄식이 영화에서 소개될 때, 마음이 뭉클했다. 일제의 서슬퍼런 압제를 벗어나기 위해 독립운동을 하던 당시 임시정부의 대통령으로 추대된 이승만을 시체로 위장해 중국에 입국할 수 있도록 도왔던 그는 이승만의 부고를 받고 달려와 관 안의 베일을 벗긴 뒤 그의 이마를 어루만지며 그렇게 울부짖었다고 한다.

“I know you! I know you!(내가 자네를 알아. 자네가 얼마나 조국을 사랑했는지. 친구여. 그것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지…)

오늘 우리 사회는 수많은 허구와 왜곡의 굴레에서 자신뿐만아니라 다음세대를 반역사적 존재로 세뇌시켜왔다. 더욱이 선각자들이 뿌린 결실을 먹으며, 그들의 존재를 부정하는 희한한 존재로 우리는 살아왔다. 다행스럽게도 ‘건국전쟁’은 빛바랜 흑백화면과 논쟁적 주제를 다루는 다큐멘터리라는 무거운 장르임에도 불구, 감각적 영상과 음악으로 러닝타임 내내 세뇌된 우리의 인식을 벗겨내는 놀라운 결과를 보여줬다. 관람석 100여석의 절반 이상을 채운 시민들이 영화관에서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우뢰와 같은 박수갈채를 보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비록 영화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이승만은 20대초 수감된 한성감옥에서 극적으로 하나님을 만났다. 그리고 함께 수감된 월남 이상재 선생을 비롯 40여명에게 그가 만난 하나님을 전도했다. 그 마음으로 평생 조국에 헌신한 그는 1948년 5월 31일 제헌국회가 개회할 때, “하나님께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오늘을 우리가 사람의 힘만으로 된 것이라고 자랑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그렇듯 오늘 우리가 누리는 수많은 ‘K 신드롬’이 우리의 노력과 힘만으로 된 것이 아님을 아는 것이 은혜입은 자의 고백이다. [복음기도신문]

김강호 |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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