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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하 칼럼] 내전 지역의 고아원- 마니푸르 내전 지역 르포(2)

▲ 식사를 받고 기뻐하는 CCM 고아원 원생들. 사진: 원정하

2023년 10월 3일. 오늘은 현금을 잔뜩 가지고, ‘차오&김유나’ 선교사의 세 아들 ‘데이브’, ‘주호’, ‘아셀’과 함께 읍내를 한 바퀴 돌았습니다. 비록 20분이면 한 바퀴를 돌 수 있는 아주 작은 거리지만, 주변 수십 Km 안의 수많은 산골 부족 마을들의 중심지다 보니 생각보다 가게가 많습니다. 어쩌다 이 읍에 와서 물건을 대량으로 사 가는 산골 부족 마을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그 많은 가게들을 하나하나 돌면서, 읍내의 모든 ‘킨더조이’ 초콜릿과 ‘오르빗’ 껌을 싹쓸이했습니다. 앞으로 방문할 난민 캠프 및 고아원에서 나누어줄 선물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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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콜릿과 껌을 찾아 읍내 시장 한 바퀴! 인도 본토에서는 보기 드문 돼지고기가 노천에서 팔립니다. 내전 중에도 삶은 계속되네요. 사진: 원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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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민, 고아들의 최고의 선물, ‘킨더조이’ 초콜릿. 사진: 원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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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제회 전도팩을 만드는 MK들(위,좌측)과 김유나 선교사(위,우측), 원정하 선교사(아래,좌측). 절제회 전도팩. 사진: 원정하

주변 정글 부족민들에게 이 ‘세나파티’ 읍은 문명의 중심지와 같습니다. 부족 마을에는 수도나 전기가 없는 것은 물론, 구멍가게 하나도 없는 경우가 많거든요. 심지어 아직도 화승총 등의 무기로 사냥과 수렵 채집을 하고, 원시적인 화전 농업을 해 가며 겨우겨우 살아가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부족 마을 사람들 중에는 자녀들이 읍내에서 교육받았으면 하지만, 재산도 없고 연고도 전혀 없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자녀들을 읍내의 고아원에 아이들을 맡겨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지요. 그래서 ‘세나파티’ 읍에는 규모에 비해 꽤 대규모의 고아원, 호스텔 등이 많습니다. 원생들 중에는 실제 고아들도 있고, 내전 난민의 가정도 있고, 가난한 신학생도 있고, 편부모나 장애인 부모의 자녀, 심지어 아까 언급한, 부모가 자녀를 읍내에서 교육시킬 방법이 없어 맡긴 정글 부족민 자녀들도 있습니다.

이 중 ‘세나파티’ 지역에서 가장 공신력 있고 규모가 큰 곳이 ‘CCM 고아원’입니다. 저도 벌써 대여섯 번째 오는 중이지요. 오늘은 이곳에서 빈민식사 지정헌금을 집행했는데, 특별히 한국 선교사님들의 비즈니스 사역지인 ‘오빠 김밥’의 제육볶음, 김밥, 부침개, 닭볶음탕 등을 충분히 준비하고, 아이들이 열광하는 ‘킨더조이’ 초콜릿도 150여 개를 가져갔습니다. 천국 잔치의 시간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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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일 150인분의 음식을 만드느라 수고한 ‘오빠김밥’ 스태프들. 사진: 원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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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식 전 ‘킨더조이’ 선물을 찾아가서 나눠주는 MK 3형제. 사진: 원정하

결론을 말하자면, 평소보다 더 많은 음식을 준비했지만, 닭고기와 부침개가 살짝 모자랐습니다. 다행히 돼지고기와 김밥은 조금 남았으니, 모두 배는 충분히 불렀던 것 같기는 하지만, 아슬아슬했습니다. 사실 오늘은 10여 명의 고아원 직원들이 자리를 비웠다는 소식을 듣고, 평소보다 음식을 덜 준비하려다 그냥 평소대로! 준비를 했던 것이거든요. 만일 10인분을 덜 준비했으면 큰일 날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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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원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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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원정하

벌써 여러 번 출장 급식을 해 본 ‘오빠 김밥’ 스태프들의 입장에서도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는데, 이유를 분석하니 다음과 같습니다.

1. 아이들이 일 년에 두 번 정도 오는 제 방문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아가씨들조차 수줍음 없이, 제가 왔다 하면 세 번, 다섯 번씩 리필을 해서 먹고 있습니다. 게다가 제가 온다는 말에 아침부터 굶어버린 아이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2. 내전 상황으로 말미암아, 이 CCM 고아원에 쿠키족 난민들이 몇 가정 들어왔습니다. 이곳의 고아원은 정말 고아만 받는 곳이 아니라, 전천후 긴급구호 센터의 역할도 하기 때문이지요. 예기치 못한 식사 인원 증가입니다.

3. 지난 5월에 내전이 시작된 후로, 맛있는 음식을 배부르게 먹을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평화로운 시절에도 흔치 않은 기회인데, 가난한 나라의 내전 지역 고아원에서라면 당연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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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원정하

신나고, 치열하고, 맹렬한 식사를 마친 후에, 우리는 기쁜 소식을 들었습니다. 바로 오늘, 쿠키족 부족 회의에서 나가족에 대한 산적짓이나 마찬가지인 이동 통제 및 강제 통행료 징수를 중단하겠다고 발표를 한 것입니다. 이로서 ‘세나파티–임팔’ 통행이 몇 달 만에 풀렸습니다.

현재 내전은 평야 종족인 ‘메이떼이’족과 산악 정글 부족인 ‘쿠키’족의 싸움입니다. ‘나가’족은 중립을 지키고 있는 중입니다. 전투종족인 ‘쿠키’와의 적대관계에 있어서는 ‘나가’족도 ‘메이떼이’족과 비슷한 마음입니다. 쿠키족이 무력과 불법으로 점거한 땅을 다 인정해 줄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요.

그러나 ‘나가’족 역시 ‘쿠키’족과 같은 ‘기독교인’이고, 또 같은 ‘산악 정글 종족’이기도 합니다. 민족적으로도 같은 몽골리안이구요. 그러다 보니 힌두교, 평야 종족인 ‘메이떼이’의 횡포에 분노하는 것은 ‘쿠키’와 ‘나가’가 동병상련이기도 합니다. 즉, 이 내전은 ‘나가’족이 어느 편을 드는가에 승패가 결정된다고까지 합니다. 그리고 나가족은 자체 무장만 강화하며, 중립을 지키는 중입니다.

그런데 쿠키족들이 자꾸 나가족에게 부당한 통행세를 요구하고, 심지어 총기로 협박까지 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나가족 추장(King)들은 명령을 내렸습니다. 이제부터 세나파티 인근의 모든 나가족들은 쿠키족들에게 아무것도 팔지도 말고 사지도 말라고. 이 소식이 퍼지자, 자부심 강한 전투 종족 ‘쿠키’의 추장(King)들이 꼬리를 내렸습니다. 이제 다시는 나가족에게 부당한 이동 통제 및 통행료 징수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로써 저와 ‘차오 & 유나’ 선교사 가정은 오랜만에 ‘임팔’에 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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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란색이 나가족, 붉은색이 메이떼이족, 검은색이 쿠키족 영역입니다. 현재 저희는 최북단 ‘세나파티’에 있는데, 봉쇄 해제로 ‘캉폭피’와 ‘캥글라통비’의 전투지역을 거쳐 ‘임팔’시에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진: 원정하

‘임팔’의 도매상에서 여러 가지 필요한 사역 물품들도 사 올 수 있고, 모처럼 세나파티 바깥 공기도 마셔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그곳의 ‘메이떼이’ 난민들을 만나 위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몇 달간 막혀있던 문을, 하나님께서 단 하루만에 여셨습니다. 그래서 저희 팀은 고아원에서의 일정을 마친 후 늦은 밤까지 ‘메이떼이’어 만화 전도책자로 ‘절제회 전도팩’을 만들고 현지 방문 계획을 짰습니다.

‘김유나’ 선교사님의 남편 ‘차오’ 선교사님은 ‘나가’족입니다. ‘메이떼이’족 입장에서는 현재 전쟁 중인 ‘쿠키’족만큼은 아니지만 ‘나가’족 역시 친한 부족은 아닙니다. 게다가 기독교인인 쿠키족에게 피해를 입은 이들이니 저희로서는 아무래도 용기가 필요한 상황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마침, 전직 주 의회 의원이신 차오 선교사님의 형님이 임팔 지역에 계셨습니다. 그분의 인맥과 정보 덕에, 기독교인이고 타 종족인 우리가 ‘메이떼이’족 난민 캠프들까지 방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사실 빈민식사 지정헌금(음식+담요 등)은 충분하지만, 이런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운전하는 형제들까지 일곱 명의 1박 2일 임팔 여행에는 식비와 차량, 숙소 등을 준비하는 데는 추가적인 많은 재정이 듭니다. 그렇다고 빈민들의 음식과 담요를 구매하기 위해 구분한 재정을 줄여 ‘행정비’로 돌리는 것은 차마 마음에 내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김승희 권사님께서 마치 이런 경우를 예상하셨던 듯, ‘꼭 빈민식사가 아니더라도’ 필요한데 쓰라며 보내주셨던 200만 원의 재정이 있었습니다. 덕분에, 호텔비, 선물비, 차량 렌트비 등이 다 여기서 집행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절대로 갈 수 없던 길이 열렸습니다. 나가족 왕들과 쿠키족 왕들의 회담, 김승희 권사님의 자유 지정헌금, 유력 정치가이신 차오 선교사님의 친형이 때마침 임팔시에 계셨던 것 등… 이 여러 퍼즐 중 하나만 어그러졌어도 ‘임팔’ 행은 어려웠을 것입니다. 게다가 이미 ‘땅에 쓰신 글씨’에서 ‘메이떼이’ 종족의 언어로 만들어 놓은 만화 전도 책자가 사무실에 가득 있기도 했습니다. 바로 지금이 난민들에게 복음과 구호품을 갖고 찾아갈 때입니다. 하나님의 강력하신 손길을 느낍니다.

이렇게, 내전 지역에서의 Day-2가 마쳐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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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원정하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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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하 | 기독교 대한감리회 소속 목사. 인도 선교사. 블로그 [원정하 목사 이야기]를 통해 복음의 진리를 전하며 열방을 섬기는 다양한 현장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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