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2일, 저는 현재 심각한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인도 북동부의 ‘마니푸르’ 지역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에는 감리교단 파송 인도 선교사인 ‘알 타오 차오’ 선교사와 ‘김유나’ 선교사 부부가 세 자녀(데이브, 주호, 아셀)와 함께 목숨을 걸고 사역하고 있는 중입니다.
지난 2023년 5월, 이곳의 주 종족인 평지의 ‘메이떼이’족과 정글 산악지대의 ‘쿠키’족 간의 잔혹한 내전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주 전체에 인터넷이 차단되고, ‘쿠키’ 지역의 수많은 메이떼이 사람들 및 메이떼이 지역의 수많은 쿠키족들이 살해, 강간, 폭행, 방화를 당한 후 난민이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메이떼이 족의 수가 더 많은데다가, 메이떼이 사람들이 주로 힌두교, 쿠키 사람들이 주로 기독교를 믿다 보니, 한국에서는 ‘힌두교에 의한 기독교 박해’라는 식의 뉴스가 많이 흘러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6월에 방문해 현장을 답사한 결과, 메이떼이 족에 의해 불탄 기독교 교회들만 있는 게 아니라, 쿠키족에 의해 불탄 힌두 신전들도 있었습니다. 즉, 두 종족들에게도 모두 난민이 발생했습니다. 이 부족 간 전쟁의 원인이 결국은 부족 간 토지 갈등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섣부르게 ‘기독교 박해’로 몰아가면 안 되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현장에 특파원을 보내지 않은 언론사들을 통해, 그리고 현지에서 수천 Km 떨어진 곳에서 사역이나 유학하고 있는 쿠키족 목회자나 신학생의 말을 통해 전달된 파편화된 정보를 소스 삼아 기사들이 작성되자,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말았습니다.
적어도 메이떼이족 만큼이나 이번 분쟁에 책임이 있는 쿠키족들이, 마치 기독교 신앙으로 인해 일방적으로 박해받는 순결한 순교자들처럼 알려져 버린 것입니다. 이런 부정확한 정보의 확대 재생산은 메이떼이족이나 인도 정부가 도리어 스스로를 야비한 언론 플레이의 희생자로 여기게 하고,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더욱 심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인도 선교사로서, 내전 지역에 구호물품과 복음을 전하려 합니다. 그리고 ‘복음기도신문’의 인도 특파원으로서, 현지를 직접 답사해서 쿠키족 뿐 아니라 메이떼이족의 이야기도 듣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정보를 취합해 한국 교회 성도들에게 알리고자 합니다.
복음기도신문의 정식 기자증입니다. 통제가 많은 내전 지역에서, 때로는 그 누구도 들어가지 못하는 곳을 열어줄 통행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 기자증은 지난번 한국 방문했을 때, 모임에 참여했던 당시 순회선교단 대표 안승용 선교사님께서 전달받아 수여해 주셨습니다.
현재 쿠키족의 족장(주로 King으로 지칭됩니다.)들은 부족의 가구마다 성인 남자 수대로 총기를 구비하라는 명령을 내려놓은 상태입니다. 총기가 준비되어있지 않은 경우, 1.5랙(약 250만원)의 벌금이 부과됩니다. 그리고 각 부족 안에서 각종 총기와 저격용 라이플, 심지어 총알까지 ‘자체 제작’하는 중이라 합니다. 미얀마 쪽에서 밀수되어 오는 총기의 양도 상당합니다.
쿠키 종족 내부에서, 총기는 가구당 1만 5천 루피(약 25만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그리고 총기 한 정당 50발의 총알이 함께 강매됩니다.) 비록 한 부족에 1000명이 넘는 경우가 많지 않지만, 군주의 명령 한 마디에 이 정도로 조직된 군사력이 나올 수 있는 게 쿠키족 사회입니다.
마찬가지로 메이떼이족 역시, ‘아랑바이 탱골’이라는 민병대를 조직해서 검은 셔츠를 입고, 오토바이를 타고, 총기로 무장하고 쿠키족들을 습격하며 폭동을 일으키는 중입니다. 이들의 폭력에 의해 200여 교회가 불에 탔고, 수많은 쿠키족이 난민이 되어 인근 지역으로 흘러들어오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메이떼이 족은 힌두교도들이고, 또 선주민들이며 인구도 훨씬 많다 보니, 힌두교 정부에서 여러 가지로 편의를 주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심지어 군부대나 경찰들이 메이떼이족 민병대에게 무기를 지급하고 있다(공식적으로는 도둑맞고 있다.)는 의혹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수준입니다.
저는 지난 6월에 주로 메이떼이 족에 의해 상처받은 쿠키족의 난민들을 만나 긴급 구호 활동을 펼쳤습니다. 이번 10월 방문에서는 지난번에 방문했던 쿠키족들 뿐 아니라, 쿠키족의 폭력에 모든 것을 잃은 ‘메이떼이’족의 난민들도 찾아가서 그들을 돌보려 합니다.
쿠키족은 남쪽의 ‘추라찬푸르’ 지역에 많이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보다 약간 북쪽에 마니푸르 주의 주도인 ‘임팔’시가 있습니다. 이곳은 ‘메이떼이’족의 영역이지요. 그 위에 ‘캉폭피’ 지역은 다시 쿠키족의 영역이고, 지도에는 안 나왔지만, 세나파티와 캉폭피 사이의 ‘행붕’지역도 쿠키 영역입니다. 그리고 그 북쪽의 ‘세나파티’ 부터는 ‘나가’족의 영역이 됩니다. 그러니 분쟁의 대부분은 남쪽의 ‘임팔-추라찬푸르’ 사이 및 북쪽 ‘임팔-캉폭피’ 사이에서 벌어졌습니다.
붉은색이 메이떼이, 검은색이 쿠키, 파란 색이 나가족 영역입니다.
쿠키족의 영역이 메이떼이족을 포위하듯 있는 이유는, 메이떼이족이 평야 종족이고, 쿠키족이 산악 종족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난 6월, 내전의 최전방인 ‘캉폭피’ 고아원(겸 이제는 난민캠프) 및 가장 많은 난민들이 집중된 ‘행붕’ 지역의 난민 캠프들을 다니며 구호물자와 만화 전도책자를 나누었습니다. 그 지역들 역시 다시 가 보려 합니다만, 이번에는 임팔에 있는 메이떼이 난민들을 찾아보려 합니다. 그들은 기독교인들인 쿠키족의 폭력에 희생된 자들이니, 선교사로서 더욱 찾아봐야 할 이들입니다.
그러나 저희가 있는 ‘세나파티’에서 그들을 찾아가려면 ‘임팔’까지 가야합니다. ‘캉폭피’를 기점으로, 쿠키족의 영역과 메이떼이의 영역은 넘나들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차로는 한 시간 반이면 갈 거리에 각 부족의 무장 주민들이 곳곳에 진지 구축 후, 이동을 통제하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첫 몇 달은 목숨이 몇 개라도 넘을 수 없었고, 지금도 중립인 ‘나가’족이나 ‘네팔’ 사람들이 오갈 때도, 총기로 무장한 지역민들이 여러 차례 차를 세워 큰 금액을 강탈하고 있습니다. 적대 부족은 살기를 포기해야 하구요.
‘나가’족인 차오 선교사님과 한국인인 ‘김유나’선교사 부부 역시, 얼마 전에 그 지역에서 2만 루피(약 34만원)의 통행세를 요구받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주님께서 하시고자 하시면, 불가능이 없음을 믿습니다.
저는 인도의 서쪽 끝 ‘뭄바이’시에서 새벽 세시에 출발, 켈커타를 경유해서 ‘디마푸르’ 공항으로 편도 십여 시간의 비행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예닐곱 시간의 비포장 도로를 달려 ‘세나파티’에 도착했습니다. ‘임팔’ 공항에서 ‘세나파티’로는 한 시간 반이면 가능한데, 워낙 내전이 심각해서 일곱 시간의 우회로를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비행기 두번 경유에 자동차로 여섯시간 동안 종일 여행입니다.
벌써 몇 달째 작은 읍 세나파티에서 꼼짝도 못하며 물자 부족과 인터넷 통제, 그리고 수시로 들려오는 총소리와 살인 소식, 그리고 (난민들에 의한)선교 물품 도난 사건에 지쳐가던 ‘차오&김유나’선교사 가정을 만난 것은 밤늦은 시간이었습니다.
한국의 ‘박인규, 박서현’ 남매와 태국의 ‘조융’ 선교사님 가정, 그리고 뭄바이의 저희 가정에서 준비한 여러 한국 음식 선물들이 전달되었고, 또 한국과 인도 뭄바이의 많은 성도님들이 모아주신 난민 구호 재정 수백만 원을 놓고 함께 기도하며 이것이 가장 필요한 곳에 아름답게 전달되기를 축원했습니다.
마히마 교회 성도들이 모아 주신 1만 500루피
‘시와 그림’ 김정석 목사님께서도 후배 찬양 사역자인 김유나 선교사님께 위로금과 선물을 보내주셨습니다!
이 모든 선물을 전달한 후,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하루 동안 3000km가 훌쩍 넘는 여행 끝에, 내전지역에서 첫날 밤을 맞이했습니다.
주님이 하셨습니다!
주님이 하실것입니다. [복음기도신문]
원정하 | 기독교 대한감리회 소속 목사. 인도 선교사. 블로그 [원정하 목사 이야기]를 통해 복음의 진리를 전하며 열방을 섬기는 다양한 현장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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