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전쟁 이어 지난달 무력 충돌 때도…아르메니아 ‘반발’
이스라엘이 아르메니아를 공격한 아제르바이잔에 미사일과 드론(무인기) 등의 다양한 무기를 공급해온 것으로 파악됐다고 AP 통신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은 관련국 관리들과 군사전문가, 항공편 추적 자료 등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아제르바이잔에 강력한 무기들을 제공하면서 지난달 아제르바이잔군의 나고르노-카라바흐 탈환 작전에 힘을 보탰다고 전했다.
특히 아제르바이잔이 지난달 19일 나고르노-카라바흐 공격을 시작하기 몇 주 전 아제르바이잔 군 화물기들이 이스라엘 남부 공군기지와 나고르노-카라바흐 인근 비행장 사이를 반복적으로 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소개했다.
항공편 추적 웹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FlightRadar24.com)에 따르면 지난 9월 1일~17일 사이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를 출발해 이스라엘 남부 오브다 공군기지에 도착한 아제르바이잔 항공기 최소 6편이 포착됐다.
오브다 기지는 이스라엘에서 폭발물 수출을 담당하는 유일한 공항이다.
아제르바이잔 항공기들의 잦은 이스라엘 운항은 지난 2020년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간 대규모 전쟁에 앞서서도 목격된 바 있다.
지난 3월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오브다 기지로 운항한 아제르바이잔 군 화물기 92편을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아르만 아코피안 이스라엘 주재 아르메니아 대사는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무기가 우리 국민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는 사실은 중대한 우려”라며 최근 몇 주 동안 이스라엘 정치인들과 국회의원들에게 무기 공급에 대한 아르메니아의 경각심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2016~2020년 사이 아제르바이잔 전력의 거의 70%에 달하는 무기와 군사 장비를 공급해 아제르바이잔이 아르메니아에 군사적 우위를 차지하도록 도왔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수석 연구원 피테르 웨제만은 “이스라엘 무기는 아제르바이잔 군대가 목표를 이루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서 “이스라엘산 장거리 미사일과 자폭 드론은 아제르바이잔의 소규모 공군력을 보충해 주고, 아르메니아 본토를 타격하는 데도 투입됐다”고 설명했다.
또 이스라엘의 바락(Barak)-8 지대공 미사일은 아르메니아가 발사한 미사일들과 드론을 요격하면서 아제르바이잔의 영공을 보호했다고 덧붙였다.
아제르바이잔 영토로 인정받는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선 주민 대다수인 아르메니아계가 자치공화국을 세우고 군대를 운영하며 아제르바이잔과 자주 충돌해왔다.
아제르바이잔은 지난 2020년 아르메니아와 대규모 전쟁을 벌여 나고르노-카라바흐 여러 지역을 점령했다.
뒤이어 지난달 19일에는 이스라엘과 튀르키예가 제공한 중포·로켓포·무인기 등을 이용해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전격 공격해 30년 이상 존속해온 현지 아르메니아계 자치 정부를 사실상 와해시켰다.
무력 충돌 후 승리를 선언한 아제르바이잔이 주민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했지만, 신변 위협을 우려한 현지 아르메니아계 주민 12만명 중 10만명 이상이 삶의 터전을 버리고 아르메니아로 이주했다.
아르메니아는 아제르바이잔군의 나고르노-카라바흐 장악을 ‘인종 청소’로 부르며 반발하고 있으나, 아제르바이잔의 월등한 무력에 밀려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위 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