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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길 칼럼] 이스트미아에서 네로, 바울의 흔적을 떠올리다

김수길 제공

그리스 이야기 (8)

이스트미아(Ίσθμια)

겐그레아 쪽에서 시작된 고린도 운하의 절반 지역을 이스트미아라고 한다. 이곳은 고린도보다도 더 많은 지형적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 있다. BC 338년 마케도니아의 빌립 2세는 채로네아 전투(Χαιρώνεια)에서 승리한 뒤 그리스의 모든 도시들의 대표를 이스트미아에 불러 고린도 동맹을 탄생시켰다. 그의 아들 알렉산더 역시 이스트미아에서 전체 그리스 도시회의를 열어 결속을 다진 후 다리우스 3세의 페르시아와 전쟁을 벌였다.

알렉산더 사후에 그의 후계자(디아독히스)들이 제국의 지배권을 놓고 권력투쟁을 벌였다. 4차 권력투쟁인 디아독히스 전쟁(πόλεμος Δ ιαδοχής)은 결국 제국의 분열을 가져왔다. BC 308년에 그리스로 원정을 떠났던 프톨레마이오스 1세 그리고 BC 302년경 그리스 도시국가들을 장악하기 위해 영향력을 확대하던 데메트리우스 폴리오르세테스는 이스트미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때 알렉산더의 진정한 후계자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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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길 제공

이스트미아에 유명세를 더하게 한 사람은 로마의 네로 황제였다. 그는 이스트미아 제전(AD 62)에 7륜 마차 경주 선수와 그가 새롭게 종목을 만든 음악과 시 부분 등에 출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떤 선수가 황제를 이길 수 있을까? 당연히 네로 황제가 우승을 했으며, 그는 직접 우승자를 위한 승전가를 지어 불렀다.

당시 그리스에서 유명한 제전은 매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피아 제전과 델피의 피티아 제전 그리고 2년마다 열리는 이스트미아 제전과 이스트미아에서 가까운 네메미아 제전이 있었다. 이들 제전은 서로가 엇갈리게 진행되어 매년마다 제전이 열렸다. 이 모든 제전은 전 그리스인(πανελληνική)의 참여로 진행되었다. 4대 제전 중 이스트미아 제전이 아테네인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았다. 이스트미아 제전에서 우승한 아테네 사람에게 100드라크마의 돈을 특별히 우승 상금으로 지불했다고 한다.

이스트미아 제전은 신화 속 고린도의 왕이었던 시지프스에 의해 이 지역의 영웅 멜리케르테스의 위령제로 시작됐다. 그러다 아테네의 전설적인 인물 테세우스가 지역의 동네 축제 같은 이스트미아 제전을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드리는 제전으로 발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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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로가 사랑한 고린도와 이스트미아

로마 제국의 창립자인 옥타비아누스의 증손녀이자 네로의 어머니인 아그리피나(Agrippina)는 나이 많은 그녀의 삼촌인 글라우디스 황제의 세 번째 부인으로 재혼을 하게 된다.

어머니의 재혼으로 네로는 로마제국의 왕자가 되었다. 그의 본명은 루키우스 도미티우스 아헤노바르부스(Lucius Domitius Ahenobarbus)였다. 그러나 어머니 아그리피나의 도움으로 황제가 된 후 그는 네로 클라우디우스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 게르마니쿠스(Nero Claudius Caesar Augustus Germanicus)라는 긴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BC 27년에 자신을 아우구스투스라는 칭호로 선포하며 로마 제국의 초대 황제가 된 옥타비아누스는 AD 14년에 사망한다. 원로원과 민회는 그를 신으로 선포하고 이후의 모든 황제들은 아우구스투스 카이사르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된다.

네로는 외삼촌이 되는 카리쿨라의 본명인 게르마니쿠스를 자신의 이름에 넣었다. 아마도 네로는 옥타비안가의 사람인 것을 그의 이름 속에 내포하고 싶었을 것이다. 권모술수와 암살의 피비린내가 넘쳐나는 로마가 싫어서일까? 네로는 고린도와 이스트미아에서 전차 경주의 운동선수가 되고, 시인이 되었다. 그리고 가수가 되어 그의 숨겨진 자질을 마음껏 즐겼다.

고린도와 이스트미아, 새로운 신도시에서 그는 즐겼고, 로마를 고린도처럼 새로운 도시로 만들고 싶을 것이다. 훗날 로마 대 화재도 이런 그의 기억들이 만들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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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 메이커(tentmaker) 바울

그리스의 모든 제전에서 선수들은 아무것도 입지 않은 전라의 모습으로 경기에 출전을 했다. 그리스어 전라의 상태를 김노(γυμνό)라고 한다. 오늘날 체육관을 김나지움이라고 하는 이유는 그리스어 김나스트리오(γυμναστήριο)에서 유래했다.

경기가 열리는 5월에 더위가 시작되기에 벌거벗은 선수들은 더위를 가려줄 천막이 필요로 하였다. 어쩌면 텐트 메이커인 바울이 만든 작은 천막들도 이때 사용되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바울이 참관했던 경기 종목들과 선수들의 경기의 모습은 그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을 것이다.

바울이 고린도 교회에 보낸 편지(고전 9:22~27)에 달리는 사람은 방향을 잡고 결승점을 향해 달려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권투 선수는 허공을 치는 것이 아니라 상대 선수를 향해 쳐야 한다. 상을 얻는 사람은 한 사람이다. 그 우승자는 면류관을 받지만 그것은 썩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가 하늘에서 받을 면류관은 썩지 않는 영원한 면류관이라고 편지에 기록했다. 바울의 이러한 편지는 고린도 교인들이 너무도 익숙히 알고 있는 내용들이었기에, 부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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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로 황제나 바울에게 고린도와 이스트미아는 특별한 지역이었다. 같은 시기 함께 있지는 못했지만 이 두 사람에게 아주 깊은 인상을 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바울 사도는 이곳을 사랑했던 네로의 광기에 의해 로마에서 순교로 생을 마감한다.

몇 해 전 늦봄에 이곳을 다녀왔다. 허물어진 경기장 유적지엔 잡초들이 더운 날씨에 누렇게 변하고 있었다. 고린도 교회에서 일어나는 유대인들의 반대와 교회 안에서 자신을 향한 적대감 여러 이유들로 힘들었을 바울 사도를 보는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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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에서 달음질하는 자들이 다 달릴지라도 오직 상을 받는 사람은 한 사람인 줄을 너희가 알지 못하느냐 너희도 상을 받도록 이와 같이 달음질하라 이기기를 다투는 자마다 모든 일에 절제하나니 그들은 썩을 승리자의 관을 얻고자 하되 우리는 썩지 아니할 것을 얻고자 하노라” (고전 9:24~25)

[복음기도신문]

kimsookil

김수길 선교사 | 총신 신학대학원 졸업하고 목사 안수를 받았다. 이후 GMS 선교사로 27년간 그리스에서 사역하고 있다.

[관련기사]
[김수길 칼럼] 로마인에 의해 로마인을 위한 로마인의 도시 고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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