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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칼럼] 난민 출신의 애니나, ‘미국 어린이를 가르치다’

사진: 무익종 제공

어떤 사람들은 동일한 자신의 문화 속에서 살아가기도 어려울 때가 있다. 홈리스들이 아마도 그런 경우일 것이다. 두 개의 문화를 오가는 사람들이 되기 위해서는 대개 쉽지 않은 훈련을 받아야 한다. 선교사들이 그런 경우이다.

선교사들은 다문화 역량에 대한 요구를 받지만, 실제 감정적인 영역까지 두 문화를 오가는 경우는 드물다. 단지 다른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고 해서 그 문화를 오간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도 몇 개의 문화를 오가지만 뭔가 여전히 어색하다. 오늘 나는 매우 놀라운 문화 역량을 가진 청년을 만났다. 왜냐하면 그는 세 개의 문화를 어떤 장벽이나 부담을 느끼지 못하고 완벽하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이름은 애니나 세(Eh Nina Say)라는 28세의 미국 학교의 영어 교사이다.

2023년 9월 6일부터 미국 위스콘신주(Wisconsin State)의 밀워키(Milwaukee) 지역의 카렌 난민 공동체를 방문했다. 그 때 한 청년이 눈에 띄었다. 그녀는 그곳에 있는 5000명 정도의 카렌 가운데 최초로 미국 학교 교사로 근무하는 청년이었다. 이번에 나를 초대하고 그 집에 머물 수 있도록 배려해 준 ‘애뮈’ 목사의 외동딸이다.

난민 자격으로 온 지 얼마 안 되어 교사라는 것도 놀랍고 궁금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 도중 내게 태국어가 가능하냐고 물었다. 그래서 태국어로 대화를 나눴다. 자연스럽게 카렌어, 태국어, 영어를 혼용해서 이야기하는 데 불편함이 없었다. 그녀의 정체성이 궁금하여 그녀의 인생 여정을 물었다.

그녀는 1995년 태국 중남부에 위치한 ‘춤폰’에 있는 병원에서 태어났다. 부모가 국경에서 일하고 있을 때 임신한 엄마가 출산을 위해 의료지원이 필요해 그곳까지 갔던 것이다. 그리고 태어난 지 얼마가 안되어 다시 미얀마의 카렌 지역으로 갔다. 그들은 태국 시민권이 없는 실향민이었기 때문이다. 세 살 때 아버지가 카렌 정부 교육부일을 하면서 ‘움삐양’ 카렌 난민캠프에 등록했다. 교육 관련 일은 근처의 중요한 도시인 ‘매솓’에서 했다. 그리고 그녀는 카렌 난민으로 드물게 태국 학교에서 유치원부터 공부할 수 있었다.

2008년, 초등학교 5학년을 다닌 후에 미국으로 이주했다. 미국에 난민으로 온 후 학교는 6학년을 건너뛰어 7학년에서 시작하였다. 전혀 다른 언어와 환경 그리고 한 학년을 건너뛴 그녀에게 적응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나마 그 학교에 태국어가 가능한 한 명이 있어서 초기 정착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1년 뒤부터는 어렵지 않게 공부를 따라갔고 위스콘신 대학교(University of Wisconsin of Milwaukee)를 지난 2021년에 졸업했다. 본래 간호사를 준비하였는데 코로나가 발생하고 난 뒤 기독교 학교에서 교사로 제안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되어 현재 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한 지 3년 차에 이르고 있다.

나는 ‘소수민족 카렌교회가 주위에 있는 민족들에게 선교하는 교회’라는 점에서 그녀와 연관성이 없을까 이렇게 저렇게 질문했다. 그런 관점으로 그녀와 대화를 계속했다. 그녀 안에 나보다 주위 민족들에게 선교할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많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나의 예상은 벗어나지 않았다. 그녀는 그녀가 경험한 세 개의 문화에 대한 장벽을 전혀 느끼고 않고 있었다. 그렇게 그와 동질화 된 문화에서 선교는 나와 같이 그 문화를 배워야 하는 사람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가능성이 있다.

그녀는 미국, 태국 그리고 카렌이라는 각기 다른 문화 속에 진입할 때 전혀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단지 세 가지의 언어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속한 세 문화의 일원으로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

첫째, 미국 학교의 교사로서 다양한 민족 배경의 미국인 교사들과 학생들을 대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둘째, 그녀는 미국에 있지만 카렌 민족으로 카렌어와 카렌 문화가 여전히 자연스럽다. 셋째, 그녀가 태국에 오면 마치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여전히 그녀의 선생님과 친구들과 연락을 계속하고 있다. 전혀 다른 삼 중 문화가 그녀 안에 녹아내려 자연스럽게 작동하고 있다. 나와는 비교할 수 없는 문화적 역량을 갖춘 것이다.

선교적 가능성과 책임에 대한 주제로 대화했다.

“태국 국경의 카렌 난민에서 미국 학교 교사가 된 자매를 향한 하나님의 뜻이 무엇이라고 생각해요?”

대답을 주저하는 그녀에게 이런 요지의 추가적인 설명을 덧붙였다. ‘과거 자유도, 기회도 없었던 난민에서 세계 최강 대국의 시민이 된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교사라는 것은 그 나라의 미래 지도자를 세우는 것인데,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가능하겠는가? 위스콘신이라는 지역의 교사로 인도하신 하나님의 뜻이 있지 않겠는가.’

그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이 학교의 학생의 70퍼센트 이상은 흑인입니다. 대부분 아이가 깨어진 가정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하나님의 뜻을 전하고 가정의 소중함을 알릴 책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녀는 단지 영어 교사가 아닌 다른 역할을 생각해냈다. 그것은 그곳의 아이들에게 하나님의 복음을 나누며 깨어진 가정이지만 자신의 소중함을 알게 하는 일이다.

그녀에게 도전 겸 격려를 했다.

“자매의 모습 자체가 역기능적 가정의 아이들에게 본이 되고 있을 것이에요. 자매를 향한 하나님의 뜻은 어쩌면 단지 이곳 미국만이 아니라 태국도 포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15년 전 그녀는 시민권도 없었고 자유와 기회가 극히 제한된 국경의 카렌 난민이었다. 그때는 현재 그녀가 가르치는 미국의 아이들보다 기회가 제한되어 있었다. 나라도 없고 버마군에게 핍박 받는 소수 부족일뿐이었다. 드라마와 같은 변화 과정을 거쳐 지금은 미국의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하였던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우연한 일이 아니라 한 민족과 한 사람을 운행하시는 하나님의 섭리이다.

과거 태국에서 난민일 때 그녀는 외부 도움이 없으면 살 수 없었다. 그런 아픔과 결핍이 있었기에 인생의 아픔과 결핍을 체득하였고 그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다. 하나님의 신비는 그녀의 여정이 그곳에서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과거 상처의 흔적이 현재 그녀가 돌보는 아이들에게 누구보다 가까운 사람으로 다가갈 수 있다. 같은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흑인들이 대부분인 이 지역은 학군이 좋지 않아 선호도가 떨어지는 선교지라고 할 수 있다. 그곳에서 ‘애니나’는 빛 된 교사로서 선교사적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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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무익종 제공

‘애니나’가 어떻게 구체적으로 아이들에게 빛 된 삶을 살고 있는지 궁금하여 학교를 방문했다. 그녀는 유치원 4반을 담임하며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집중하여 듣는 유치원생들의 모습에서 ‘애니나’는 단순한 지식 전달자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깨어진 가정에서 온 아이들의 마음을 그녀는 누구보다도 잘 체휼하고 있다. 아픔의 여정을 겪었기 때문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녀는 내가 가르치는 실로암 신학교 한 명의 신학생 학비를 지원하고 있다. 태국 카렌 지도자를 세우는 일에도 참여하고 있다.

난민이라는 여정이 있었기에 태국, 카렌, 미국의 다중 문화 역량을 갖추었다. 과거 ‘피신’과 ‘결핍’의 과정에서 이루어진 하나님의 큰 역사를 본다. 다음에 이어진 그녀의 선교적 여정이 기대가 된다. 왜냐하면 그는 이 선교적인 삶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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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선교사 | 1995년 GMS 선교사로 태국에 파송된 뒤, 현지 신학교에서 학생과 목회자를위한 교수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이곳에서 소수부족인 카렌족교회가 주민족인 타이족을 위한 선교적 교회를 세우는데 관심을 갖고 이들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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